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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국정화’로 평지풍파 일으키고, ‘북한급변사태론’으로 통일대박 걷어차고

기사승인 2015.10.19  16: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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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집안의 특징은 집안싸움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밖으로 밖으로 뻗어나가야 비로소 인물도 배출되고 가문의 영광도 가져오는 법인데, 집안싸움은 그나마 남은 집안 기둥을 송두리째 뿌리 뽑는 망조(亡兆)라 하겠다. 지금 대한민국이 딱 그 모양이다.

우익 군사주의의 일본은 호시탐탐 한반도 진출을 노리고, 세계 2위의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블랙홀처럼 한반도를 빨아들이려 하고 있다. 거기다 장기적인 글로벌 경제 침체와 돌파구 없는 국내 경제 상황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도 모자랄 만큼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어쩌자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한시가 급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가 말이다.

‘헬조선’으로 주저앉은 대한민국의 유일한 돌파구가 남북의 통일에 있고, 그 시초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데는 남북 관계 전문가뿐만 아니라 많은 경제학자들도 공감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계속 이어오던 긴장 상태가 전쟁 일보 직전인 지난 8월 25일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극적으로 타결된 것은 그래서 남북에겐 기회였다. 북한이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전후해 도발을 벌이지 않았고, 따라서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은 모처럼 한반도에 훈풍을 몰고올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줬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물론 성과가 가예 없지는 않다. 한미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북한 관련 첫 공동성명을 발표했다는 것, 그래서 북한 문제를 미국 대통령의 최고 관심사로 올려놨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용은 새로운 게 없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화일보>는 19일자 해설 기사에서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번 성명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당사국간의 공조만 강조했을 뿐 미국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며 “북한에 대한 분명한 압박책도, 유인책도 없었던 성명”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외교안보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미국이 중국의 역할을 지지한 것은 결국 북핵 문제 해결의 공을 중국으로 떠넘긴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6자 회담 재개와 같은 북한을 회담장으로 나오게 하는 구체적인 제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오마바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비핵화 재개와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 외에 새로운 해법이 없었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를 고려하면 자칫 ‘성명을 위한 성명’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확고한 한미동맹 확인, 고위급 통일 논의 합의 등을 성과로 평가했다. 반면 대부분의 언론은 앞에서 지적했듯 한미 정상의 공동 성명 말고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 제시는 없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다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이라고 할 수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기로 한 점,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기술이전에 대해 미국이 확고히 거부한 점 등을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외화 내빈’이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는 이유로 꼽고 있다.

박 대통령의 통일정책은 ‘통일대박론’ 한마디로 요약된다. 이 때문에 통일에 관심없던 보수층의 관심을 끌어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지만, 통일의 과정을 생략한 사실상 흡수통일론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9월 2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9월 28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북한을 배제한)외교적 통일’도 역시 그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박 대통령의 그와 같은 통일 구상을 대내외에 확고히 천명했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조속한 한반도 평화통일’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과거 헬무트 콜 전 독일 수상이 10년 안에 통일이 될 거라고 얘기한 지 사흘 만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며 “통일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예측할 수 없다. 우리로서는 항상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정상회담 하루 전날인 15일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설과 답변을 통해 “한미 동맹의 역사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문화일보>에 “(박 대통령이) 북핵을 해결하는 데 가장 빠른 방법이 통일이라고 하는 등 몇 단계를 건너뛴 통일론을 말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이를 흡수통일 시도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한겨레>와의 대담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붕괴론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며 “통일은 북핵 문제가 진전되고 남과 북이 불가분의 관계로 가까워진 뒤에 기대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또 박 대통령의 ‘한미 동맹의 역사의 한반도 전역 확대’ 발언에 대해서도 “주한미군이 압록강·두만강까지 올라온다는 것이어서 중국한테는 엄청난 이야기”라며 “‘전역화’라는 표현에 중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중 관계에 신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도 “박 대통령이 통일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며 “통일로 가기 전에 교류협력, 평화 공존의 과정을 생략하는 것은 오해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정부가 북한급변사태, 흡수통일론에 경도되어 있는 한 ‘통일대박’은 그냥 말의 잔치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 김일성 사망, 김정일 건강이상과 사망이 있었던 김영삼 정부, 이명박 정부에서도 바라는 것처럼 북한급변사태는 오지 않았다. 행여 북한급변사태나 흡수통일을 철썩같이 믿고 있더라도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는 것이 대북정책 고수(高手)의 자세다. 그것은 통독 이전 동독에 대한 서독의 자세이기도 했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는 남북을 비롯해 한반도 주변 4국, 즉 6자의 공통 지향점이다. 통일대박의 내용과 방법도 그 틀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 6자 회담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었는데 날려버렸다. 그런 기회가 다시 올까. 느닷없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판인데.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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