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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회과 국정교과서의 문제점

기사승인 2014.09.30  09: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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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이는 교육이 국가의 먼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계책이라는 말이다. 사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뿐만 아니라 개인의 평생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때문에 모든 국가들은 심사숙고하여 교육정책을 수립하고자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에 관한 국민적 관심은 어느 나라보다도 앞선다. 그래서 교육은 우리 국민 모두가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주제가 되었다.

교육의 중심은 학교 교육에 있다. 이는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교육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근현대 사회에 접어든 이후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더욱 강화되어 가는 추세다. 그러나 그것이 규제와 간섭에 있다는 말만은 아니다. 민주적 국가일수록 국가는 교육에 대한 통제보다는 지원을 중시한다. 그만큼 국민을 믿고 그들의 역량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통합교과서 국정화 방안은 전체주의적 발상
지난 9월 24일 교육부는 정부 세종청사에서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발에 따른 교과용도서 구분고시(안)’을 발표했다. 이 안의 핵심은 2018년도부터 적용되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국어, 영어, 수학,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필수 10단위로 정하고, 한국사는 필수 6단위로 하며, 과학실험은 필수 2단위로 한다는 것이다. 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두 과목은 통합교과서로 배우고 이를 국정화 한다는 내용이다.

통합사회는 한국사를 제외하고 세계사, 동아시아사, 정치와 법, 경제,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등과 같은 과목들을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원래 사회과목은 이념적 다양성이 매우 크다. 교과과정에 사회과목들이 설정된 목표는 그 다양성의 확인을 통해 건전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하나의 통합과목으로 묶어서 국정화된 이념을 가지고 고등학교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말이다.

이번 고시안의 목적에는 인문과 사회의 기초 소양을 효율적으로 가르치겠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 당국이 의도하고 있는 통합사회 교과목의 설정과 그 교과서의 국정화 방안은 태생부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즉, 통합교과서의 국정화 방안은 그 발상 자체가 전체주의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의 시곗바늘을 1970년대 유신 시대의 암흑으로 되돌리는 시대착오적 발상이기도 하다.

이번의 고시안에서 드러나는 문제로는 우선 국정화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교과서의 국정화는 국가가 지향하는 교육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가가 교과서를 직접 장악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국정화는 급격히 변화 발전하는 현대사회와 학계의 동향을 교과서에 제대로 반영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는 피교육자의 시야를 극도로 좁혀주어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게 한다.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는 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이를 검인정으로 간행하거나 아예 자유선택제를 시행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사회과목이 가지고 있는 학문적 성격 때문에 국정화는 불가하다. 인문·사회과목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다양하다. 학생들은 해석의 다양성을 이해함으로써 비판의식과 창조적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단일한 교과서는 단순한 하나의 해석만을 강박한다. 물론 통합사회의 국정교과서에서도 여러 이론을 나열하여 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강조점은 어디까지나 국가가 의도하는 특정 이론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데에 그칠 것이다. 따라서 이는 결코 사회과 교과목의 설치목적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셋째로, 통합사회과의 교과서 편찬에 따르는 문제가 심각할 것이다. 교과서는 교육의 수행에 있어서 중요한 도구다. 교과서의 수준은 교육의 질과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그러기에 교과서의 편찬에는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이를 2~3년 내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적 발상이다. 우리 학계에서는 이런 교과서를 편찬한 경험이 없다. 앞으로 2년에 걸쳐서 급조할 그 교과서는 필시 통합사회과라는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각 과목의 주요 내용을 물리적으로 결합시키는 저급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또한, 통합사회과를 담당할 교사의 문제도 크다. 현행 사범교육제도 아래에서 통합사회교육을 전문으로 이수한 교사는 없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고유한 전공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전문가다운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학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통합사회과를 가르치게 된다면 모두가 비전공자로서 교육의 수준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사회과 교육의 질적 저하를 분명히 예상하면서도 이 제도를 강행할 필요가 없다.

창의·융합인재 양성과 국정 교과서 사용은 모순
국가가 교과서 정책을 조령모개식으로 추진하는 일은 교육을 ‘백 년의 대계’라고 보아 온 기존의 지혜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다. 이는 학생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일일 뿐만 아니라 교육을 깔보고, 전공자를 모독하며, 교육현장을 파괴하는 행위다.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몇몇 교육 행정가들의 잘못된 실험정신에 시달려왔다. 이제 그 시달림에 마침표를 찍자. 그리고 교육 당국은 당연히 교과서 정책에 더 큰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가가 지향하는 창의·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겠다는 발상 자체에는 논리적 모순이 크다. 그러면 대안은 있는가? 있다. 대안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제도를 유지하며 보완하면 된다. 사교육비 부담의 가중을 막고,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기 위한 방책이 통합사회과 교과서의 국정화에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편, 통합사회과를 설치하고 그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발상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론과 맞물린 꼼수다. 이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에 대한 반발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이를 강행하기 위해 변죽부터 울려보려는 시도다.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육과 사회과 교육을 망치려 작심하지 않은 이상 지금의 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한다. 모든 규제를 푼다고 하면서 교과서에 대한 통제만은 유독 강화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광/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사)다산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 글에 대한 저작권은 (사)다산연구소에 있습니다.

조광 e_dasan@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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