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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를 한조관계로: 괴뢰, 반국가단체에서 유엔회원국 국가관계로

기사승인 2023.11.06  16: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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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지난 9월말 항저우에서 개최된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기자들이 북한 선수단을 취재하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하며 북한 선수들을 ‘북한’ ‘북측’이라고 불렀다. 이에 대해 북한 선수단은 자신을 ‘조선’이라 부르라고 정색하며 말했다. 북한의 중앙TV는 한국팀을 ‘괴뢰팀’이라 불렀고, 노동신문과 중앙방송도 얼마 전부터 남한을 지칭할 때 ‘괴뢰지역’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월 27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일본을 거론하며 한국을 《대한민국》이라 호칭했다. 북한은 지난 7월 10일과 11일의 담화에서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 족속’, ‘《대한민국》 군부’라고 호칭하며 비난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을 ‘반국가단체’ 또는 ‘미수복지역’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통일부 업무보고(2022.7.22.)에서 “통일부는 헌법 제3조와 제4조를 실현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부처”라고 규정했다. 한국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데, 그 헌법적 근거가 바로 헌법 3조이다. 윤 대통령은 2023년 통일부 연두업무보고에서도 “우리 헌법은 우리가 현재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지 않은 북한지역을 우리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고, 따라서 북한지역에 사는 우리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기에, 통일부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지 않고 있는 그 지역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다루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정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북한을 일종의 ‘미수복지역’으로 간주하는 것으로서 북한 정부를 대상으로 정책을 폈던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대북접근법이다.

그러나 7월 28일 통일부 장관에 취임한 김영호는 2018년에 공저한 책에서 남북관계를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보자고 하면서, “현재 한반도 상에 정치적으로 두 개의 ‘국민’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 서로 다른 국민을 구성원으로 하는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며, 이 두 개의 국가가 “적대적 관계에 놓여 있고 생사를 건 실존적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는 ‘분리를 통한 통일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유일국가론’에 근거를 둔 윤 대통령과 한반도 2국가론을 펼쳤던 김영호 장관의 주장은 언뜻 상호 모순적인 것처럼 보인다.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인데, 한편으로는 ‘괴뢰론’을 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을 사용하기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남북관계는 1948년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립 이후 75년 만에 새롭게 관계를 정립하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의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로 규정된 남북관계가 이전처럼 ‘괴뢰’ 또는 ‘반국가단체’로 서로의 국가성을 계속 부정할 것인지, 아니면 ‘나라와 나라 사이의 특수관계’로 새롭게 규정해 서로 국가성을 인정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일찍이 유엔총회는 1991년 9월 17일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유엔 가입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로써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제적으로 주권국가로 인정되었고, 그 결과 한국은 세계 192개국, ‘조선’은 159개국과 수교했으며, 157개국이 한국과 ‘조선’ 모두와 수교하고 있다. 오늘날 남북관계가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적대관계’에서 ‘국가와 국가 간의 적대관계’로 변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다음과 같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첫째, 남북은 ‘1국가론’에 입각해 하나의 국가이고 하나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강렬한 애증관계에서 벗어나, 상호관계를 진정시키고 서로 관조할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은 상호 적대적 의존성에서 벗어나 ‘각자성’(2국가론)을 확보하고 서로에 대해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둘째, 남과 북은 서로에 대해 국가적 실체를 인정하는 국호, 곧 대한민국(한국, R.O.K)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 D.P.R.K)으로 호명해야 한다. 이제 서로의 관계는 ‘남북(南北)관계’가 아니라 ‘한조(韓朝)관계’가 되어야 한다.

셋째, 한국과 ‘조선’은 “유엔회원국으로서 국제법, 국제규범과 관행 등 국가 간 보편적인 거래 방식에 기반하여 관계를 축적해야 한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에서 본 것처럼 민족내부의 거래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해롭다.

넷째, 서로의 국가적 실체를 공인하지 않은 <남북기본합의서> 대신, 1972년 <양독기본조약>을 염두에 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우호관계에 관한 기본조약>이 필요하다. 이것은 국가 간의 조약으로서 동의·비준 절차를 거쳐 법률화되어야 한다.

다섯째, 한국과 조선의 관계를 ‘국가와 국가 사이의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남북 연합’(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한·조 국가연합’으로 명문화한 새로운 통일방안을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통일론은 결코 당면한 남북관계의 이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배기찬/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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