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와 미국 바로보기

기사승인 2021.05.25  16:13:28

공유
default_news_ad2
ad43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서 최초로 이루어진 한미정상회담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되었고, 그 결과로 ‘한미 공동성명’과 ‘한미 파트너십 설명서’가 발표되었다. 한미동맹의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함께 긴밀한 대북공조, 글로벌 환경변화를 반영한 동맹의 미래 방향 등을 포괄적으로 기술한 ‘공동성명’과 경제, 통상, 보건, 기후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호혜적이며 구체적인 협력을 기술한 ‘한미 파트너십 설명서’는 그동안 지지부진하게 보였던 한미관계와 북미관계 그리고 남북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큰 성과라고 여겨진다.

이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최대한 활용하는 행정부의 적극성이 요청되고, 국민적 합의를 위해서는 여야와 진영을 떠나 ‘실사구시’(實事求是) 아래 실천적인 노력을 더욱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서구를 대표하는 미국에 대해서 냉정한 시각을 전제하고 우리의 사고와 행위를 찾아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하지 않았나. 이는 상대에 대해서 승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협력하며 상호 윈윈하기 위해서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확대 정상회담을 위해 회담장인 백악관 국빈만찬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1. 5. 21 청와대 제공

우리가 아는 세계사는 대개가 서구 유럽 중심의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세계가 유럽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데도 아시아나 아프리카, 또는 라틴아메리카 등 약소국들의 역사에 대해서는 부수적으로 다루거나 아주 소극적으로 다룰 뿐이다. 게다가 역사를 기술하는 주체가 강자의 세계를 대변하며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으로 비서구를 바라보니, 세계 각국 나라의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한 삶의 조건이 되기보다는 스스로 오만과 자기비하의 태도 가운데 빠뜨리는 요인이 되고 만다.

우리나라는 인접한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서 식민지 지배를 당하였기에 서구 제국주의의 영향력에서는 다소 무감각한 나라이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전후해서 독립한 식민지 국가들의 대다수는 서구 식민지 역사를 경험했기 때문에 서구와의 긴장 관계 속에서 제국주의의 본질을 간과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일본 제국주의를 종식시킨 서구 강대국들과 일본인들을 한반도에서 축출하는 데 기여한 미소 군정을 목도하거나 경험하면서 서구 세력이 오히려 친근하게 여겨질 착오 현상이 클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서구로 대표되는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가쓰라-태프트 밀약(1905년 7월 29일)을 통해서 조선에 대한 일본의 지배를 용인하고 자신은 필리핀을 지배한 나라가 아니었던가. 미국은 우리에게 8.15 해방을 선물한 나라이기보다는 자국의 자본주의적인 관심 아래 우리 한반도를 분단에 이르게 한 나라가 아니었던가. 혹자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을 비롯한 UN 산하 16개 나라가 군대를 한반도에 파병했고,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했다고 말하지만, 한국전쟁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남은 전쟁물자를 소비하기 위해서 한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아랑곳없이 전쟁을 유도했다고 분석하지 않는가. 한국과 미국은 군사동맹 관계 속에서 미군의 한국 주둔을 허용하고, 한국은 미군의 군사보호막에 감사해서 미군의 주둔경비 일부까지 부담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미군의 한국 주둔이 북한만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주적(主敵)인 중국까지 견제한다는 점에서 미군의 한국 주둔은 오히려 미국의 군사전략 차원에 있음을 보아야 하지 않는가. 또한 미국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교류, 평화협력를 적극 지지하지 않는 것이나 우리의 전시작전권을 곧바로 이양하지 않는 것은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유지해야만 고가의 군수 산업물자를 수출하며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미국 나름의 속셈을 알아야 하지 않는가.

1959년 황금돼지띠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미국교회가 보내준 스웨터를 입거나 밀가루나 우유 등 먹거리를 얻어먹은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다. 가난한 신학생 전도사로서 찢어지게 가난했던 나의 아버지와 우리 다섯 식구를 사랑으로 돌보아주셨던 미국인 선교사 곽안전(Rev. Clark) 목사님과 그분의 인자한 모습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분을 비롯한 미국교회와 미국 교인들에게 우리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아무리 감사해도 다 감사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는 선량한 미국 시민을 제국주의 속성의 미국이란 나라 자체와 등식화시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신학자 ‘라인홀드 니부어’(Reinhold Niebuhr)가 개인의 도덕성과 사회의 비도덕성 측면을 그의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이미 분명하게 지적하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보면 미국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지원한 무상 유상의 원조금조차도 대부분은 우리 경제의 순수한 발전을 위하는 측면보다는 미국 경제와 정치에 종속하게 만드는 도구의 측면이 컸던 것이 아니었는가. 미국은 우리에게 병도 주고 또 약도 준 나라이며, 때로는 그 약조차도 치료나 건강회복보다는 중독에 빠뜨린 마약과 같은 것이었음을 우리는 새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제 각설하고 민주당의 바이든 행정부가 직전 공화당의 트럼프 행정부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은 사실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합리적이고 더 대화적이며, 비핵화에 있어서도 분명 단계적인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남한과의 대화나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회가 언제나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하여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예정보다 길게 협상하며 회담한 결과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아니 역대 한미정상회담들과 비교할 때 매우 자랑스럽고 정말 잘 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외형적인 회담의 성과 이면에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을 수 있음을 주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제대로 된 한미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며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거주하는 세계는 하나님의 피조세계이며, 인류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형제자매”라는 보편 진리에 기초해서 세계가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 하나님의 샬롬 평화와 생태 생명을 보전하고 누리는 공동체가 되도록 미국교회를 비롯한 세계교회와 연대하고 협력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정종훈/ 연세대 교수, 평화통일연대 공동대표

정종훈 chjeong59@yonsei.ac.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d41
ad42
ad40
ad39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