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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평양공동선언 2주년, 한반도 가을걷이

기사승인 2020.09.22  12: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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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ES 현안진단

9월 평양공동선언이 있은 지도 벌써 2년이다. 2018년 한반도 봄은 유난히 따사로웠다. 4.27 판문점 선언으로 씨를 뿌리고 5월엔 북측 통일각 깜짝 정상회담에서 거름까지 주었으니 9월 평양공동선언이란 풍요로운 가을걷이가 가능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에 평화의 풍년이 드니 우리의 삶 역시 평안하고 넉넉한 추석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에 수확할 무엇인가가 있는지 궁금하다. 봄에 씨를 제대로 뿌리지 못했으니 추수거리도 변변치 않을 것이다. 그나마 2년 전 씨를 뿌려 자란 나무가 잘 자랐다면 적잖은 수확거리로 분주해야 할 판인데 그나마도 없어 보이는 것은 관리조차 안 한 탓이다. 태풍이 할퀴고 간 가을걷이 앞둔 들녘 마냥 잿더미로 변해버린 남북연락사무소를 지켜보면서 9월 평양공동선언과 같은 풍성한 가을걷이를 다시 맞이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선경(先經)이 아닌 선군(先軍)을 통한 평화의 새로운 시작

남북정상회담은 모든 정권의 공통된 희망사항이자 의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 시기인 2000년 6.15 선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차례의 정상회담과 4번의 정상합의만이 이루어졌다. 앞선 6.15와 10.4 선언이 분단 모순을 극복하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작과 도약을 알리는 변곡점이었다면,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은 한반도에서 평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무엇보다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평양 공동선언 서명 직후 별도로 두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9.19 군사합의서는 9월 평양공동선언의 1조이자 별도의 부속합의서로 채택됐다. 남북관계사에 있어 처음 있는 일이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평화에 있어 군사문제를 앞세우는 선군(先軍)적 발상의 전환(paradigm shift)이었다.

남북 간 군사적 문제 해결 노력은 남북관계를 단단히 떠받치고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여는 열쇠이자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연결하는 연결고리이다. 경제문제도 중요하지만 군사문제는 분단된 정전협정체제 하에서 남북관계와 비핵화, 북미관계가 상호 동행하고 긍정적으로 병행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서도 남북관계가 비핵화와 평화체제,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데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 할 수 있다. 선제적인 군사적 충돌방지 및 군사적 긴장완화 실현 등 적극적인 초기 군비통제정책 시행을 통한 정전협정의 준수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건임에 틀림없다. 9.19 군사합의서는 과거와 차별화된 합의서이자 지난 2018년 맺은 두 차례의 남북정상간 합의 중 지금도 상호 이행 중일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명제는 틀렸다. 평화는 돈으로도 살수 없다. 평화를 원한다면 군사문제를 논의하고 우선 이행해야 한다.

 

적을 친구로 만드는 법

찰스 쿱찬(Charles Kupchan)은 저서 『적은 어떻게 친구가 되는가(How Enemies Become Friends)』(2010)에서 안정된 평화를 위해 상대와 화해하는 첫 번째 단계로 일방적 조절(unilateral accommodation)을 강조한다. 쉽게 말해 전략적으로 양보하라는 것이다. 평화는 고립이 아니라 대화와 상호 수용을 통해서 확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적대적으로 생각될 때가 있을 것이다. 과거에 크게 싸웠거나 상처를 주었을 수도 있고, 심한 경쟁을 했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주위의 누군가와 불편한 관계에 있다면 자신의 삶 또한 편안하지 못하다. 만약 내가 그 누군가 보다 덩치가 크고 강하다면 양보의 선택권은 나 자신에게 있지 합리적 생존우려를 갖고 사는 상대에게 강요해서는 안정된 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 스스로 "GDP는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은 북한의 400배를 넘습니다."라고 했으니 양보 역시 우리가 먼저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더구나 북은 우리에게 반쪽이 아닌가?

 

두려움 없는 용기는 없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외교적 수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북미 간 하노이 노딜의 경험에서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은 예외적이다. 남북 정상이 만난다는 것만으로 정상간 합의를 이끌어 내고 정상선언에 서명할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지난 70년간 무수한 남북대화와 적지 않은 남북합의에도 불구하고 정상간 약속은 하나하나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판문점선언’ 3개조 13개항과 ‘평양공동선언’ 6개조 14개항의 약속이 얼마나 이행되었고 또 이행하려 노력해 왔는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필요하다.

4.27 판문점선언 이후부터 9월 평양 정상회담을 지나 10개월여 간은 남북 간 맺은 약속을 이행해 나가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신뢰와 용기를 바탕으로 남북이 합의를 이행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이 가속화되고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가 움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정적 평화로까지는 진화하지 못하고 멈추어 서있다. 자칫 뒷걸음질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평화(CVIP: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Peace)’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을에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것이 아니다. 2년 전 이미 뿌려놓은 씨앗에서 움터난 평화의 싹이 추운 겨울을 잘 넘겨 다음 해에 잎이 나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용기가 아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갈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두려움을 아는 사람들의 몫이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남북이 약속한 정상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어떠한 마음으로 만들고 서명했는지 궁금하다. 남북 정상이 약조한 내용이 한미관계를 불편하게 하고 남남갈등을 키울 것이라는 두려움을 생각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현 남북관계 위기가 미국이나 남남갈등 때문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탓하기보다 내 탓임을 인정하는 것이 시작점이다. 그리고 남북정상간 합의 이행과 우리의 일방적‧선제적 조절만이 한반도의 안정적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동엽 donykim@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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