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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한수출규제 1년의 한일관계 평가와 전망

기사승인 2020.07.03  1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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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IFES BRIEF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험악해졌던 남북관계가 6월 23일 개최된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의 보류가 결정되면서 남북관계는 소강국면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24일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는 ‘호상존중과 신뢰에 기초한 쌍방의 노력과 인내’에 의해서만 지켜질 것이라면서 한국 측의 ‘실언’은 남북관계에 더 큰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호존중과 신뢰,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것은 남북관계만이 아니다. 지난 1년간 악화일로를 걸어온 한일관계를 보면 상호존중과 신뢰는커녕 상호 비난과 책임 전가, 무관심과 냉소만이 난무했다. 또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일본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방해꾼으로 낙인찍혔으며, 정치권에서도 강렬한 비난이 제기되었다.

 

WTO 진흙탕싸움은 백해무익

일본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세 가지 부품의 한국에 대한 수출을 일방적으로 규제한 지 1년이 지났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는 3년 동안 양국간 정책대화가 열리지 않아 신뢰가 훼손됐으며, 재래식 무기로 전용 가능한 물자의 수출 통제에 관한 법적 근거가 미흡하고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 번의 정책대화가 열렸으며, 한국 정부는 재래식 무기로 전용 가능한 비전략 물자 수출시 정부 허가를 받도록 대외무역법을 개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국장급의 무역안보정책관을 신설해 수출관리 인력과 조직 체계를 강화하는 조치도 취했다.

2019년 12월부터 일본 정부가 세 가지 품목의 수출을 허가하면서 당초 우려와 달리 경제적 영향은 미미했다. 또한, 한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해외기업의 공장 유치를 추진함으로써 일본의존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부당성을 강하게 비판했던 한국 정부가 일본 측 요구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의 수출규제 조치의 원상회복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6월 18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해결을 위한 패널 설치를 요청했으며, 7월 중에는 소위원회(전문가 패널)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무역입국이라 할 수 있는 한일 양국의 WTO 분쟁은 국제적인 자유무역체제를 뒷받침하는 제도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의 WTO 탈퇴 여부와 분쟁해결기능의 회복 등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양국간 분쟁은 해결은커녕 진흙탕싸움이 되고 양국의 국제적 위신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조차 있어 양국에 아무런 이익이 되지 못한다. 특히, 미국은 WTO가 아니라 양국간 협의나 제3자에 의한 조정을 모색하도록 한일 양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지지통신, 2020년 6월 30일).

 

일본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방해꾼인가?

볼턴은 회고록에서 아베 총리가 자신은 김정은 위원장을 믿지 않으며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조치가 있을 때까지 과도하게 양보하지 않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한,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최고의 레버리지는 군사적인 압박이라면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와 하노이에 정부 관계자를 보내 정보 수집과 더불어 대북제재의 계속과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의 필요성을 집요하게 미국에게 강조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일본의 인식은 한국이나 주변국의 인식과는 조금 다르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가 모두 북한의 핵 보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같은 민족인 한국에 대해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많을 것이라는 시각이 일본 국내에는 존재한다. 나아가 남북협력이나 통일을 생각하면 북한 핵과의 공존, 핵보유 북한과의 통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도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도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 핵보유 자체는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하지만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거나 북한이 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본 내의 중론(衆論)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은 핵의 확산을 막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북한의 핵 보유 자체는 사활적인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한미나 중러와 달리 일본은 북한의 핵 보유는 사활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본다. 핵무기는 물론 북한은 일본 전 지역을 사정권에 두는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어 미중러와는 위협의 강도가 다르며, 일본을 적대시하는 북한의 정책이나 메시지도 위협적인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핵의 저지는 일본의 최대과제라 할 수 있으며,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조치를 우선시하는 것은 그런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과 2019년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세 번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일본은 ‘모기장 밖’ 외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아베 총리에게 보내 회담내용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배려까지 했던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태도가 불쾌할 수 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한일의 인식에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며, 그런 차이를 메우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왔다는 점이다.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없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기대할 수 없으며, 비핵화문제도 두 문제와 병행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본 국내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론과 ‘국가안전보장전략’의 개정 움직임에 주목해야

매년 전반기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후반기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비롯한 다자 정상회의가 개최되어 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미국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G7 정상회의가 연기되었다. 5월말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 한국,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를 초대해 G11로 확대할 의향을 표명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가 의사를 표명했지만, 일본이 확대 G7에 한국이 참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교도통신(6월 28일)이 보도하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본의 몰염치 수준이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이 G7을 확대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개최국이 아웃리치로서 초청하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일본이 북한과 중국에 대한 한국의 외교 자세가 G7과 다르다는 것이 교도통신이 전한 일본의 반대 이유였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나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은 ‘G7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G7은 국제사회의 구조 변화가 있었던 1970년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이 아시아에서 유일한 선진국으로 참여함으로써 일본의 존재감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국가들과 이질적인 경제대국 일본을 G7의 틀 속에 묶어두고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면, 교역의 4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마냥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

현재 한일간에는 강제징용 보상 문제 이외에도 WTO 무역 분쟁이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연장 여부 등 현안들이 많지만, 어느 것 하나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그런 가운데 지난 6월 24일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육상 배치형 요격 미사일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의 철회를 공식 결정했는데, 이를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여부다. 2017년 3월 30일 자민당의 정무조사회는 ‘탄도미사일 방위의 신속하고 발본적인 강화에 관한 제언’을 통해 이지스 어쇼어나 사드의 도입 여부의 검토와 이지스함의 증강 등과 함께 일본의 독자적인 ‘적기지 반격능력’ 보유를 위한 검토를 즉각 시작할 것을 주장했다. 2018년 12월에 개정된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는 12월 1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위능력 강화를 위해 이지스 어쇼어 2기의 도입을 결정했다.

이때 논의되었던 ‘적기지 반격능력’이란 일본이 공격을 받은 뒤 2발 째 이후의 공격을 막기 위해 미사일의 발사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했다. 유엔헌장은 무력의 사용과 무력 사용의 위협을 모두 금지하고 있지만,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능력 보유 자체를 헌법이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현실적인 정책판단으로서 보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의 고도화 등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환경의 극적인 변화를 이유로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려스런 것은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상대방의 공격준비 단계에서 자위권 행사차원에서 적기지에 대한 선제공격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전후 일본이 취해왔던 전수방위원칙에서 탈피해 새로운 첫발을 내딛는 것이 될 것이다. 일본이 상정하고 있는 적은 1차적으로 북한이다. 북한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군비경쟁을 부추길 우려조차 있다.

일본 정부는 2013년 12월 외교방위정책의 최고지침이라 할 수 있는 ‘국가안전보장전략’이라는 문서를 사상 처음으로 만들었는데, 올해 말에 이를 개정할 예정이다. 2013년판에서 한국은 미국을 제외한 우호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언급될 정도로 중요하게 자리매김을 했지만, 그 이후의 악화된 한일관계를 고려하면 이런 구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일 외교·국방장관에 의한 전략대화(2+2)를 시작하라

코로나19로 인해 가을 이후 예정된 APEC을 비롯한 다자 정상회의가 연기되거나 화상회의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올해 한국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국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가능하면 대면회의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하며, 이 기회를 활용해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양국 국가전략의 핵심에 관한 전략대화(양국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를 시작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해외 체류 양국 국민의 안전과 귀국을 위해 한일 양국이 서로 협력했던 경험을 살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 전화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지만,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의 아베 총리와의 전화회담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부자연스런 일이다.

2003년 한일 양국을 왕래하는 사람들은 하루 1만 명이 넘었으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던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넘었다. 먼저 양 정상은 하루빨리 전화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현안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일관계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만큼 악화됐다. 이대로 방치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오기와 독선을 버리고 상호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양국 국민이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양국 지도자의 막중한 책무라 할 수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조진구 chojg@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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