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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죽어야 역사가 산다

기사승인 2020.05.19  05: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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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민중항쟁 영령 및 민주영령 4대종단 추모제례- 개신교 예배

오월의 광주를 기억하는 기념예배가 18일 오후 서대문형무소 역사마당에서 열렸다. 검은색 옷을 차려 입은 참석자들은 햇볕이 내리쬐는 잔디밭에 모여 끝나지 않은 5·18을 추모했다.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와 공동 주최한 ‘5·18 민중항쟁 제40주년 4대 종단 추모제례’의 개신교 순서로 마련된 이번 예배는 성서한국과 새벽이슬이 주관했다. 

18일 오후 1시 30분 구 서대문형무소 역사마당에서 ‘5·18 민중항쟁 제40주년 4대종단 추모제례-개신교 예배’가 열렸다. 이번 예배는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와 공동 주최하고 성서한국과 새벽이슬이 공동 주관했다. ©유코리아뉴스

이날 설교를 전한 강경민 목사(기독연구원느혜미야 이사장)는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는 ‘정의’와 ‘공의’라며, 이 진실을 외면한 자들은 거짓 선지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윗이 직전 왕이었던 사울이 저지른 학살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기브온 사람들의 원통함을 신원했듯, 5.18민주항쟁의 실체적 진실과 당시 군부의 잔학성도 샅샅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윗 시대, 이스라엘에 3년 연속 대기근이 닥쳤다. 기도 중에 그 이유가 이스라엘 민족을 사랑한다는 명분으로 사울이 죄 없는 기브온 사람들은 학살한 것에 있음을 깨달은 다윗은 즉시 그들의 원통함을 풀어줬다. 사울의 아들들 가운데 일곱을 내어 줌으로써 그들에 의해 처형당하도록 한 것이다. 

강 목사는 “당시 다윗의 행동은 사울을 추종했던 사람들, 특히 사울이 속한 베냐민 지파의 민심을 잃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다윗이 여론보다 정의를 택했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확신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렇지 않고 하나님이 공의와 정의로 이 땅을 통치하신다는 진실을 외면한 자들은 실상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자기 배를 채우는 거짓선지자이며, 하나님보다 탐욕을 섬기는 우상숭배자들이라고 비판했다. 

강 목사는 진실을 외면한 이들로 5.17 비상계엄 확대의 주체세력을 들었다. “광주학살 주범들이 지금도 지역 패권주의와 반역사적 감정을 업고 반인륜적 작태를 보이고 있다”며, “그들이 탈취한 권력을 이용해 배불린 것들까지 완전히 토해내도록 단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강 목사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땅에 다시 은총을 베푸신 시점은 사울의 아들들이 처형당한 시점이 아니라, 다윗왕이 그 시신들을 수습해 그들의 선산에 정중히 장례를 치러준 다음이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나님의 정의를 빙자해서 하나님의 인애를 외면해서도 결코 안된다는 의미. “하나님의 정의와 하나님의 인애는 결코 충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5·18 민중항쟁 제40주년 4대 종단 추모제례’ 중 개신교 예배 순서에서 설교를 전하고 있는 강경민 목사ⓒ유코리아뉴스

기념예배에는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이었던 경창수 씨도 참석해 그때를 증언했다. 사라진 친구를 찾으러 광주 시내에 갔다가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진압장면을 목격, 그 길로 시위대에 합류한 경 씨는 5월 27일 계엄군의 발포 진압에 맞서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체포됐다. 경 씨는 “그때 어르신들이 어린 학생은 살아남아 이 사실을 증언하라며 철모를 벗기셨는데,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부끄럽다”고 말했다. 40년이 지나도록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현실이 피해자들의 삶을 얼마나 짓누르지 알 수 있었다. 경 씨는 또 “왜 이게 일어났고 누가 총을 쏘았는지 또 시신들은 어디로 암매장했는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끝나지 않고 이렇게 가고 있는 것 같다”며, 5.18의 역사가 바르게 매듭지어지길 희망했다.

국가폭력의 또 다른 피해자인 4·16 세월호 참사의 가족들은 합창으로 연대의 마음을 전했다. 노란색 스카프를 맞춰 두르고 무대에 올라 ‘그대 눈물 마르기 전에’를 불렀다. 

이어 모든 참석자가 <기억과 연대의 기도문>을 읽으며 예배를 마무리했다. 다음은 <5·18 광주민중 항쟁 40주년 추모 기억과 연대의 기도문>과 강경민 목사의 <설교문> 전문이다. 

<기도문>

잊지 않으시는 주님,

우리는 오늘 40년 전 5월의 광주를 기억합니다. 푸르른 5월이지만, 그날 광주는 짙은 회색이었고 잔인한 폭력과 슬픔으로 가득했습니다.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서로 연대하고 폭력에 맞서다 쓰러져간 시민들을 기억하소서. 우리가 잊지 않게 하소서. 5월의 광주와 광주 시민들 뿐 아니라 그 이전과 이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모든 이들을 기억합니다. 국가폭력에 저항한 죄로 고통받은 모든 이들을 기억하고 신원하소서.

함께 하시는 주님,

광주 시민들의 연대와 정의를 향한 투쟁이 우리 기억에 살아, 역동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용기 있는 시민들의 증언이 살아, 역사가 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기억과 연대를 통해 5월 광주의 정신이 우리에게로 이어지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이지만 우리가 진실을 회피하거나 축소하지 않게 하시고 여전히 떠도는, 아니 갈수록 잔혹해지는 역사에 대한 왜곡과 악의적인 폄훼가 사라지게 하소서.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이 진심으로 참회하고 반성하여 진실 위에서 미래로 나아가게 하소서.

희망의 주님,

그날로부터 40번째 맞는 이 5월에 우리가 다시 기도합니다. 이제 슬픔을 넘어 기쁨에 이르게 하소서. 비극을 넘어 부활의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사회,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맨 앞에 놓이는 사회, 누구도 억울한 죽임을 당하지 않는 사회, 그 누구의 죽음도 쉬이 잊히지 않는 사회가 되게 하소서. 오늘 518의 정신을 기억하는 우리가 그런 사회를 이루는 데 앞장 서게 하시고 희망 안에 기도하며 새날을 열게 하소서.

기억하며 연대하며 희망 가운데 기도하오니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 땅을 정의와 평화, 생명으로 이끄소서.

 

<설교문>

다윗은 대략 3000년 전에 이스라엘을 통치했던 왕입니다. 다윗 이후 3000년 동안 세계 각국의 모든 통치자들 가운데, 다윗처럼 하나님을 잘 알고 온전히 경외하고 하늘의 뜻을 이 땅에도 펼친 통치자는 단연코 없었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왕이 되기 전부터 위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너무나 친숙한 시편 57편에 다윗이 고난의 절정에 있을 때 노래했던 꿈이 드러나 있습니다.

“하나님이여,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내가 찬송하리이다. 내 영광아 깰지어다. 비파야 수금아 깰지어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중)

다윗이 사모했던 새벽은 무엇을 의미했을까요? 폐일언하고 ‘정의로운 나라’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스리는 ‘그 나라’였습니다. 다윗은 과연 그 꿈을 성취했습니다. 다윗이 왕이 된 후, 그가 출정한 모든 전쟁에서 승승장구했습니다. 왕권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지요. 이럴 때 대부분의 통치자들은 독재자로 변질됩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윗이 모든 전쟁에서 승리한 후, 그의 통치를 삼하 8:15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다윗이 왕이 되어서 온 이스라엘을 다스릴 때 그는 언제나 자기 백성 모두를 공평과 정의로 다스렸다.”

다윗은 통치 초기에만 정의를 행한 것이 아닙니다. 다윗은 40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지요? 통치 후반 20년 동안에, 다윗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한 사람은 다윗에 이어 왕이 된 그의 아들 솔로몬이었을 것입니다. 솔로몬이 왕이된 직후 하나님을 뵙는 특별한 체험을 하지요. 그때 솔로몬이 하나님 존전에서 이런 증언을 합니다.

“하나님의 종이요, 나의 아버지 다윗은 진실과 공의와 정직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섬겼습니다. 그에게 큰 상을 베푸신 하나님께서 저를 왕으로 삼으셨습니다.”

다윗의 의로운 통치는 모든 백성에게도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이렇게 의로웠던 다윗 통치기간, 어느 때쯤에 연속해서 2년이나 대기근이 듭니다. 하나님의 사람, 다윗이 간절히 기도하는 중에 의외의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다윗 직전의 왕, 사울왕이 이스라엘 민족을 사랑한다는 명분으로 죄 없는 기브온 사람들을 학살했던 것이 이스라엘의 역사가 뒤틀린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다윗은 즉시 기브온 사람들은 만났습니다. 역사적 진실을 파악했고, 그들의 원통함을 즉시 신원해 주었습니다. 학살의 주체는 사울왕이었지만 사울왕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기브온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사울왕의 아들들 가운데 일곱을 기브온 사람들에게 내어 주었고, 그들은 곧 기브온 사람들에 의해 공개처형을 당했습니다. 기브온 사람들의 원통함이 풀어진 것은 당연했겠지만, 사울왕을 추종했던 사람들 특히 사울왕의 지파였던 베냐민 사람들의 민심을 흉흉했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여론보다는 정의를 선택한 지도자였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확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성경의 증언은 어떻습니까? 오늘 읽은 삼하 21:14입니다.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의 뼈와 함께 베냐민 땅 셀라에서 그의 아버지 기스의 묘에 장사하되 모두 왕의 명령을 따라 행하니라 그 후에야 하나님이 그 땅을 위한 기도를 들으시니라.”

놀라운 증언입니다. 다윗이 체험한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①승승장구하던 다윗의 나라에 원인 모를 환란이 닥쳤다. ②최고 지도자 다윗이 엎드려 기도하는 중, 그 원인을 깨달았다. ③다윗은 즉시 역사적 진실을 찾아냈고 원통함을 당한 사람들이 비록 소수이고 타민족이었지만 그들이 당한 억울함, 원통함을 신원해줬다. ④그러자 그 땅에 다시 한 번 축복이 임했다.

창조주 하나님,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이 땅을 다스리십니다. 역사의 주인은 홀로 하나님이십니다. 통치의 비밀을 아는 자가 없어서 때로는 이 믿음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알려진 한 가지 진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공의와 정의’로 이 땅을 통치하십니다. 이 진실은 영원한 진리입니다. 이 진실을 외면하는 자들은 실상은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자기 배를 채우는 거짓 선지자들이요, 하나님보다 탐욕을 섬기는 우상숭배자들입니다.

오늘은 ‘5·18 광주 민주항쟁’ 40주년입니다. 그 실체적 진실이 아직도 숨겨져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요? 촛불 혁명은 이제야 문재인 정부에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다 부여했습니다. 이제 미진한 사법권력도 완전하게 청산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혁명정권은 아직 숨겨져 있는 군부의 잔악상을 샅샅이 밝혀내야 합니다. 광주학살의 주법들이 지역 패권주의와 반역사적 감정을 업고 지금도 고개를 쳐들도 다니는 반인륜적 작태를 완전히 청산해야 합니다. 5·17 계엄 확대의 주체세력인 전두환과 그 잔당들이 죽어야 이 역사의 신음소리가 그치게 될 것입니다. 국민과 역사가 저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서 그들의 자연적 생명은 보존된다 할지라도, 그들의 탐욕은 엄한 정죄를 받아야 합니다. 탈취한 권력을 이용하여 배불린 것들을 완전히 토해내도록 단죄해야만 신음하고 있는 역사가 새로운 생명의 큰 호흡을 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꼭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사람 다윗에게 배울 것이 있습니다. 사울왕의 아들들이 그렇게 처참하게 죽임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울왕의 첩이었고 죽은 두 아들의 어미였던 ‘리스바’가 그 죽은 일곱 왕자들의 시신을 수습해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관습으로 보면, 목숨을 걸고 역적들의 편에 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모험이었습니다. 다윗왕이 이 소식을 듣습니다. 어찌했을까요? 왕은 즉시 오래전에 죽은 사울왕과 요나단의 주검을 수습하고 엊그제 죽은 일곱 왕자들의 주검을 수습해서 사울왕의 부친 기스의 무덤에 정성을 다해 합장해 주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비록 죗값으로 참수형을 당한 자들이지만, 죽은 자에 대한 예우를 다한 것입니다. 죄인이지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윗은 일찍이 알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울왕과 그 자식들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울왕의 옛 신하들과 베나민 지파들에게도 적잖은 위로가 됐을 것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국민통합의 길을 연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성경의 증언은 매우 놀랍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땅에 다시 은총을 베푸신 시점은 사울의 아들들이 처형을 당한 그 시점이 아닙니다. 다윗왕이 죽은 자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그들의 선산에 정중히 장례를 치러준 다음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정의와 하나님의 인애는 결코 충돌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인애를 빙자하여 하나님의 공의를 짓밟아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정의를 빙자해서 하나님의 인애를 외면해서도 결코 안 됩니다. 5·18의 진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나고 처벌받을 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만 진정한 화해와 공의가 일어납니다. 이 땅에 하나님의 인애와 정의가 강물처럼 넘치는 그 날까지 신음하면서 달려가는 우리의 달음질이 멈추지 않기를 소원합니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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