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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북인식, 장애는 없을까?

기사승인 2020.03.30  11: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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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대북인식장애 분석한 <월북하는 심리학>

‘북한에 대한 총체적 무지’를 뜻하는 북맹. 오랜 분단 속에 남한 사람 대다수는 ‘북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하면, ‘가난해서 불행한 나라’, ‘일상화된 감시와 처벌’, ‘강제노동’, ‘폭압적 권력에 유린당하는 인권’ 등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사회심리학자 김태형 <함께> 소장은 이를 ‘대북인식장애’라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언론의 온갖 허위보도와 반공·반북 사회에서 내재한 공포, 열등감이 만들어낸 대북 우월의식 등이 이러한 대북인식장애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한다.

   ▲ 김태형, <월북하는 심리학>(서해문집)

최근 발간된 김 소장의 <월북하는 심리학>(서해문집)은 편견에 기초해 남북의 마음을 갈라놓는 일곱 가지 분계선(돈, 관계, 개인-집단, 일, 마음, 권력, 국가)을 설정하고, 심리 분석을 통해 그것을 하나하나 뛰어넘는다. 탈북자 대면 인터뷰, 개성공단 핵심 관계자나 노동자 진술, 북한 장기체류자 증언을 통해 우리가 기존에 알던 북한의 이미지를 전복한다. 

시작은 ‘돈’에 관한 부분이다. 김 소장은 남과 북의 가장 큰 심리적 차이는 돈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돈 중심 사고를 하는 반면 북쪽 사람들은 명예 중심 사고를 한다. 남과 북이 서로를 낯설어하고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까닭 또한 ‘돈’과 관련된 사람들의 심리 차이에 기반한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사회제도의 다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85p)

남한의 신자유체제적 자본주의와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가 각각 다른 심리를 형성해 왔다는 것. 

사회제도로 인한 남북의 차이는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김 소장은 “갑질과 학대의 문화는 한국이나 미국처럼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하면서, “북한에서 이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한다. 국가로부터 초보적 생존을 보장받고, 직업간 소득 격차가 적으며, ‘생활총화’를 통해 조직 내 권력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개성공단에선 실제 남북의 이런 차이 때문에 갈등을 일어난 사례가 있다. 남측 입주 기업가가 북측 노동자에게 한국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을 사소한 폭언을 했다가 강한 반발을 사거나 심지어 추방당한 경우들이다. 

“조직 내 민주주의가 실현되어 있는 북쪽 사람들은 사회생활에서 학대를 거의 경험하지 않을뿐더러 직장 동료들 사이의 관계가 양호하다. 이는 북의 북모들에게 자식을 학대할 사회적 심리적 기제가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117p)

김 소장은 한 발 나아가 인권 문제도 언급한다. 적어도 “경제적 생존권 면에서는 북한이 훨씬 더 인권을 보장하는 나라”라며, 초보적 생존을 보장받지 못하는 자본주의 국가들이 저지르는 인권 범죄를 지적한다. 돈이 없으면 ‘자유’와 ‘생존’이 실현되기 힘든 자본주의 국가들의 인권이 북한에 비해 하등 나을 게 없다는 의미다. 유엔이 해마다 발표하는 ‘최악의 북한 인권 지수’가 떠올라 적잖이 혼란스러운 대목이다. 

“물론 북에도 인권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한국인들은 북을 비판하기 전에 “인간의 존엄이 몇 푼의 돈에 농락되고 1%의 특권계층에 의해 99% 근로대중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가 유린되는 미국과 같은 나라들이야말로 지상의 지옥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북의 반론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276p)

책을 다 읽고 나면 당혹스러운 감정이 몰려온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생긴다. 북한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없다거나 여성들이 한국에서처럼 여자로 사는 데 억울함을 느끼는 일은 거의 없다는 분석은 특히 수긍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 한번쯤은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우리가 북에 대한 근거 없는 우월감을 가졌던 게 아닌가, 사회주의를 막연히 그른 것으로만 인식한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70년 동안 쌓아온 북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일 말이다. “남북 공감으로 가는 길은 틀림을 다름으로, 그 다름의 미덕을 인정하고 배우는 데 있다”라고 한 저자의 말을 빌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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