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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해바라기 꽃과 달맞이꽃

기사승인 2020.03.18  20: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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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기는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

한 야산 밑의 밭.

밭 가장자리에 해바라기 꽃이 군인 줄서 있는 것처럼 커다란 노란 꽃을 피우고 서 있다.

그 중 한 해바라기 꽃 옆에 달맞이꽃이 세 그루 서 있다.

 

7월 30일 오후 7시

해가 뉘엿뉘엿 지려하고 있다.

 

(2)

“난 해바라기야.”

“응. 난 달맞이꽃.”

“너 혹시 네 이름을 ‘달바라기’로 바꾸면 안 되니?”

“난 ‘해바라기’ 넌 ‘달바라기’하면 네 이름에도 내 이름에도 똑같이 ‘바라기’라는 이름이 들어가서 한결 더 친해 보일 것 같아서-. 마치 무슨 형제나 자매 같지 않아? 사실 ‘달맞이꽃’이나 ‘달바라기’나 그 의미는 다를 게 없잖아?”

“반대로 네 이름을 이렇게 바꾸면 어때? 내가 ‘달맞이꽃’이듯이 너는 ‘해맞이꽃’으로-.”

“응 그것도 말 되네. 하지만 내가 먼저 말했으니까 우선 내 제안대로 하면 안 되겠니!”

“안 될 거 없어.”

“그럼 이제부터 난 그대로 ‘해바라기’ 넌 새로 ‘달바라기’다?”

“응, 알았어. 그렇게 해.”

“하하하. 이제 우린 맨 앞 자만 하나씩 다르고 그 다음은 똑같이 됐네. 나는 맨 앞에 ‘해’자로 시작하고.”

“그래. 그래. 그 다음은 서로 똑같이 ‘바라기’!”

“아아 이거 재미있다.”

“해바라기야, 넌 해만 바라보고 해 따라 고개를 돌리며 산다며? 넌 해가 그렇게 좋아?”

“그럼. 해는 내 임이거든.”

“임이 뭔데?”

“사랑하는 분!”

“아, 그럼 내 임은 달!”

“그렇지.”

“참, 저길 봐. 별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어. 저 별들에게도 별을 임으로 여기는 ‘별바라기’ ‘별맞이꽃’이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없지 않아?”

“별들한텐 그런 거 없어도 괜찮아.”

“왜?”

“왜냐하면 걔들은 우리의 임처럼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 있으니까 외롭지 않거든. 나의 님 해나 너의 님 달은 각각 하나뿐이니까 외롭거든. 그러니까 해에겐 내가, 달에겐 네가 그 외로움을 위로해 주어야 하는 거지.”

“아아.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별들은 자기들끼리 얼마든지 외롭지 않게 지낼 수가 있겠네. 하지만 역시 이 땅에 ‘별맞이꽃’ ‘별바라기’가 있으면 더 좋겠어.”

“그렇긴 해.”

 

(3)

“해바라기야, 네 꽃말은 뭐니?”

“꽃말? 아, 그거? ‘경모’ 또는 ‘휘황’이야. ‘경모’는 ‘존경하고 사모함’ 즉 ‘높이 여기며 몹시 그리워함’이란 뜻이야. 그리고 ‘휘황’은 ‘광채가 눈부시게 빛난다’ 하는 뜻이야.”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아. 그 이야기도 들려줘.”

“응. 잘 들어 봐.”

해바라기 꽃이 달맞이꽃 아니 달바라기꽃에게 들려 준 이야기는 이랬다.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형제가 살고 있었다. 이들 형제의 가슴 속에는 해님에 대한 동경과 사랑이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하늘의 해님을 한 번 만나려고 결심을 하였다.

욕심이 대단히 많은 형은 동생에게 해님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 하였다. 동생에 대한 미움이 쌓여 급기야 이 욕심 많은 형은 한 밤중에 곤히 잠자고 있는 동생을 죽여 버리고 혼자 해님에게 갔다.

그러나 해님은 악한 인간은 하늘에 올 수 없다 하면서 형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땅에 떨어진 형은 결국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 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형이 떨어져 죽은 자리 위에서 큰 풀잎이 돋아나고 가을이면 노란 색의 커다란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이 노란 꽃이 필 때 해가 떠 있는 쪽만 바라다보다가 이내 지곤 하였다. 그 후에 사람들은 이 꽃을 해바라기라 부르게 되었다.

 

“아아, 그런 숨은 이야기가 있었구나. 형이 동생을 죽이지 말고 둘이 정답게 해님을 만나러 갔으면 둘 다 하늘에 올라가 해님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쉽다.”

“그러게 말이야. ‘달바라기’야, 다음은 네 차례야. 네 꽃말은 뭐지?”

 

(4)

달맞이꽃, 아니 새 이름은 ‘달바라기’가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하였다.

“내 꽃말은 ‘기다림’이야.”

“거기도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구나.”

“응. 있어. 아주 긴 사연. 그리고 슬픈 사연.”

달바라기가 들려 준 사연이다.

 

태양신을 숭배하며 살아가는 인디언 마을에 로즈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다.

이곳의 부족은 태양신을 숭배하여 주로 낮에 활동했는데 무척 강인한 사람들 이었다.

그러나 로즈만은 낮보다 시원한 밤을 좋아했고 태양보다는 달을 더 좋아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축제가 벌어지는데 밤이 되면 큰 행사가 벌어진다. 15살 된 처녀들이 곱게 단장을 하고 한 줄로 늘어서 있으면 총각이 한 사람씩 나와서 마음에 드는 처녀를 골라 결혼을 하는 행사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규율이 정해져 있었다. 총각 중에서도 전쟁에서 적을 많이 죽였거나 평소에 많은 사냥을 해오는 사람, 또는 부락에 공이 큰 총각부터 마음에 드는 처녀를 먼저 고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막 14살 된 로즈는 축제를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내년에는 로즈도 시집을 가야했다.

‘나는 누구에게 시집을 가게 될까?’

로즈는 이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인기척이 났다.

“나는 추장의 작은 아들인데 멀리 떨어진 형제 부족의 추장 집에서 5년 동안 교육을 받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오늘 축제에서 결혼하려고 이렇게 달려왔는데 한 발 늦은 것이오.”

밝게 웃는 청년을 바라 본 순간 로즈는 그에게 마음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튿날 밤, 달구경하고 있는 로즈에게 다시 추장의 아들이 찾아왔다.

태양보다 달을 더 좋아하는 로즈 눈에는 큰아들은 태양이요 작은 아들은 달로 여겨졌다.

달처럼 느껴지는 추장의 작은 아들은 싸움도, 사냥도 모두 뛰어났다.

그 후로 밤이 되어 달구경하는 로즈의 옆에는 추장의 작은 아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어느덧 해가 바뀌어 또다시 축제의 날이 되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고 많은 음식이 나왔다. 축제는 무르 익어가기 시작했다.

밤이 되자 로즈는 예쁘게 꾸미고 나갔다.

추장의 아들이 상냥하게 웃으며 다가와서 자기의 손을 살며시 잡아 주기를 기다렸으나 추장의 작은 아들은 로즈 옆에 있던 다른 처녀를 데리고 가버렸다.

로즈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다른 남자가 다가와서 로즈의 손을 잡았다.

“안돼! 나는 그럴 수 없어.”

로즈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러나 규율에 의하여 병사들에게 붙잡혀 다시 끌려 왔다.

추장과 마을 사람들은 신랑을 거절한 로즈를 즉시 귀신의 골짜기라 일컫는 외진 곳으로 추방하고 말았다.

이곳은 낮에는 뜨거운 햇볕, 밤에는 온갖 짐승들과 귀신이 들끓는 골짜기였다.

로즈는 밤이면 달을 쳐다보고 하염없이 울면서 사랑하는 추장의 작은 아들이 찾아와 주기를 고대하였지만 모두 허사였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떴다. 곱기만 하던 로즈의 얼굴은 차츰 여위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후 추장의 작은 아들은 문득 로즈를 생각했다.

“아, 나 때문에 귀신의 골짜기에 추방된 불쌍한 로즈여.”

다시 축제가 벌어질 무렵 추장의 작은 아들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그곳을 찾아갔다.

높고 낮은 바위와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골짜기는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추장의 작은 아들은 큰 소리로 로즈를 불러 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다만 추장의 작은 아들은 희미한 달에 비친 한 송이 꽃을 보았을 뿐이다.

추장의 아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로즈가 죽어서 한 송이 꽃이 되고만 것이다.

로즈는 죽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듯 밤이면 달을 보고 피어났다.

이 꽃이 바로 달바라기 달맞이꽃인데 로즈가 사랑한지 2년 만에 죽었듯이 달맞이꽃도 2년을 살고 죽는다.

 

“아아, 네 사연은 더 슬프고 애잔하구나. 추장의 작은 아들이 그 무도회에서 왜 로즈를 버리고 다른 처녀를 데리고 갔을까? 밤마다 로즈와 만나 사랑을 속삭여 왔으면서....”

“글쎄말이야. 나도 그게 이해가 안돼.”

“로즈보다 그 다른 처녀가 더 예뻤나?”

“그렇다 해도 그동안 사랑했던 로즈를 그렇게 배신할 수가 있어?”

“하긴 추장의 작은 아들이 크게 잘못한 거야.”

 

(5)

해가 꼴깍 서산을 넘어 사라졌다.

그러자 해바라기 꽃이 해가 사라진 서쪽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해바라기야, 너 왜 고개를 반대로 돌리고 있니?”

“아, 그거? 지는 해가 야속해서 그래. 날 버리고 가버리니 내가 안 삐질 수 있어? 너 혹시 이런 노래 들어 봤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하는 거.”

“아, 그 유명한 노래? 그 노래 모르면 이 나라에서 살 자격이 없지. 그런데?”

“내 심정이 바로 그거야.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이 심정!”

“에이, 그래도 그거 너무하다. 그래도 사랑했던 임인데 그렇게 저주하면 쓰겠어?”

“저주라니?”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며?”

“아니야. 저주라면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나라!’ 라고 해야 저주지.”

“그거나 이거나 같지 뭐.”

“아니야. ‘발병 난다’ 와 ‘발병 나라!’ 와는 큰 차이가 있어. ‘발병 난다’는 사랑하는 자를 배신하고 가는 자들은 제대로 잘되는 일이 없더라하는 걸 이야기하는 것이지, 원한에 맺혀 저주하는 ‘발병 나라!’ 와는 차이가 있는 거라고.”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는 거 같으네. 하여간 해바라기야, 너나 나나 슬픈 짝사랑의 슬픈 사연을 같이 가지고 있는 거구나.”

“맞아.”

 

2019.7.30.土

박승일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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