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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 문제: 이상과 현실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60호

이제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북한인권에 대한 ‘선택적 정의’를 버렸으면 한다. 지금 미국이 이야기하는 대북전단을 통한 ‘북한인권 개선’은 20세기의 이야기일 뿐이다. 대북전단을 보내기 위해서는 바람의 방향, 목표지점에 대한 타이머 설치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에 민간이 날리는 대북전단은 북한에 제대로 도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대북전단이 북한에 도달하더라도 코로나에 굉장히 취약한 북한에게 대북전단은 북한주민들을 괴멸하고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는 생화학무기로 간주될 것이다. 또한 21세기인 현재, 과학기술의 발달로 북-중 접경지대를 통해 많은 정보가 유입되고 있어 북한에 정보유입이라는 대북전단의 실효성도 떨어진다. 그러므로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다면, 생화학무기이자 남한주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대북전단이 아니라 북한주민들이 원하는 인도적 지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북전단을 통한 북한인권 개선은 미국이 남한주민을 버리고 일부 정치화된 탈북민을 선택하여 지원하는 ‘선택적 정의’에 불과하다.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논쟁과 쟁점

5월 2일 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우리도 이제는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며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김여정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상응 조치 경고). 북한인권주간인 지난 4월 30일 일부 북한이탈주민들이 대북전단을 날린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북전단금지법이라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일부 북한이탈주민들과 보수단체들은 대북전단이 북한주민들의 알권리를 증진하고, 북한인권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실제로 대북전단이 북한에 도달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북한이탈주민들은 오히려 대북전단으로 인해 북한에 있는 가족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미 북-중 접경지대를 통해 많은 정보가 유입되고 있어 대북전단을 통한 정보유입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반박한다. 남한의 접경지역 통일촌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로 북한에서 전단지 살포 장소에 “조준사격을 실시한다“고 하여 지하벙커에서 빵과 음료수로 연명하며 공포에 떨어야 했다.”, “대북전단 때문에 통일대교가 통제되어 생활필수품도 구입 못하고 갇혀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도 못하고 지하대피소에서 공부하며 숨어지내야만 했다”고 증언했다(파주 통일촌 "대북전단 탓 벙커 생활…금지법 통과시켜야"). 그들은 누구보다 통일에 대한 의지가 강한 실향민들과 군 출신들이며,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생계를 어렵게 하는 대북전단 살포 단체는 지역주민들에게 마땅한 보상과 사과, 그리고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북한주민 대부분은 낮은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 외부물품 유입에 대단히 민감하다. 만약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자가 대북전단을 날린다면, 이 대북전단은 사실상 생화학무기가 되어 북한주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고, 체제의 존립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이유로 김여정 부부장은 <노동신문> 담화를 통해 우리 정부의 책임을 묻고, 보복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였다면, 이번에는 무엇일까.

 

대북전단 살포의 역사, 실태, 정치환경

사실 대북전단 살포는 오랜 역사를 가진다. 미국은 냉전시대부터 구소련과 함께하는 공산주의 국가들을 약화시키거나 붕괴시키기 위해 1961년 피그만 침공, 과테말라 反산디니스타 게릴라 지원 등 수많은 반란군을 지원하였다. 남한과 북한의 대북전단 역사는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미연합군과 북한인민군은 서로를 향해 막대한 전단을 살포하였으며, 한국전쟁 이후에도 남·북한은 지속적으로 전단을 살포해왔다.

과거 미국과 구소련은 서로의 체제를 와해시키기 위한 선전·선동 활동들을 지속해왔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전단 살포이다. 남·북한은 최근까지 상대국에 삐라(전단)를 날리거나, 상대국가의 정부기관을 해킹하거나, 대북·대남방송 제작 및 전파 송출 등의 행위를 통해 상대국가의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한 고전적 활동들을 지속하였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전문 보기)를 통해 “남과 북은 언론․삐라 및 그 밖의 다른 수단·방법을 통해 상대방을 비방·중상하지 아니한다(제8조)”는 약속을, 군사분계선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전문 보기)를 통해 “쌍방은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4주년이 되는 2004년 6월 15일부터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한다(제3조 제1항)”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이를 이유로 북한은 2005년 7월 이후 남한 민간단체의 전단살포에 대해 지속적으로 항의해왔다.

그렇다면 대북전단의 내용과 형식은 어떠할까. 먼저 과거 대북전단의 내용들은 성혜림, 고영희 등 김정일의 여자관계 폭로, 김일성 암살설 등을 제기하거나, 최근에는 ‘인간백정 김정은’, ‘형님을 살해한 악마’ 등 북한의 최고통치권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다. 그 모양은 어떠한가. 손바닥 크기의 종이부터 A4 사이즈까지 불에 타지 않는 비닐 위로 북한의 체제비난에 대한 글이 2-3포인트 사이즈로 빼곡하게 써 있다. 최근 북한에서 대북전단을 수거했던 군인이었던 북한이탈주민의 제보에 의하면 대북전단 안에 심지어 ‘가짜 1달러’까지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일부 북한이탈주민들이 풍선에 매달아 접경지역에서 전단을 살포하는데, 대북전단은 과거부터 심리전쟁의 도구로 활용되었던 전쟁무기였기에 바람의 방향, 목표지점 등을 정확하게 고려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그러한 이유로 남한과 북한에서는 군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관리해왔다. 하지만 일부 북한이탈주민들이 살포하는 대북전단은 그러한 기술 없이 전단을 보내는 퍼포먼스용으로 보내기에 대부분 남한의 접경지대나 DMZ 지역에 떨어진다. 북한에 떨어진다고 하여도 북한은 접경지대 가까이에 주민들이 거주하지 않아 북한주민들은 대북전단을 보기 힘들다.

내가 직접 들었던 북한에서 실제 대북전단을 받아본 북향민들의 증언 대부분은 “대북전단을 받고 우리 원쑤(원수)를 비난하는 말에 오히려 상당한 반감이 들었다”, “체제를 까부시자는 게 말이 되나”라는 등 대북전단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다. 또한 “북한당국의 엄격한 통제로 인해 삐라를 소지하고 있을 수도, 실려 온 음식을 먹을 수도 없기에 무용하다”, “북향민 전체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들고 북한에 있는 우리 가족을 위험하게 만드는데, 왜 저렇게 무리하게 삐라를 날리는지 모르겠다”는 증언도 있었다. 일부 단체에서는, 대북전단을 북한인권의 이름 하에 돈을 위한 ‘사업 아이템’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왜 효과도 없는 대북전단을 날리느냐”라고 묻자 “돈 때문이다”라고 말했다는 북향민의 제보도 있었다. 혹시라도 발견된 대북전단을 주울 시에는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다는 공포로 인하여 목숨 걸고 전단을 주울 생각조차 하지 않기에 대북전단이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고, 알권리를 충족한다는 것은 21세기 북한의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해 과거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속적으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여 통일부에서 대북전단 자제요청을 하였고, 2008년부터 보수나 진보에 관계없이 정부 차원에서 전단살포를 제지해왔다. 하지만 일부는 보수 정부 당시 정부의 살포행위 제재에는 가만히 있다가, 문재인 정부로 바뀌니 “오직 문재인(Moon Jae-in) 정부만이 대북전단을 못 날리게 하고 있어 북한인권 개선을 막는다. 문재인 정부가 탈북민 인권을 심각하게 유린한다”며 대대적 홍보를 하고, 그들은 스스로를 북한인권의 투사임을 자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획득한 북한인권의 투사 이미지는 자금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대북전단은,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이 아니라 극히 일부의 정치화된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여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국제 사회의 목소리와 한반도

바이든 정부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남한정부를 공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스스로가 도덕자본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리즐리 브라운(Christopher Leslie Brown)의 <도덕자본>(Moral Capital)에 의하면, 바이든 정부는 북한인권과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비판을 통해 얻어지는 일종의 자산을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부상함으로 인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가치외교를 통해 ‘도덕자본’을 획득하여 세계무대에서 ‘인권이라는 대의에 대한 지원자’로서 전통적 리더십을 복원하려 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제무대에서 미국이 획득한 도덕적인 명분은 자국의 기업과 미국군의 활동범위를 전세계적으로 확대하여 미국의 실리추구를 합리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결국 미국은 ‘인권’이라는 도덕자본을 기반으로 한 남북한 비판을 통해 국가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United States Congress Tom Lantos Human Rights Commission)를 통해 대한민국의 남북관계발전법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국제규범상 정당한 행위인가. 1648년 웨스트팔리아 체제로부터 비롯된 주권평등의 원칙은, 국제관계에서 모든 국가는 정치·경제·사회 또는 기타에 관계없이 법적으로 독립되어 있거나 평등함을 의미한다. 모든 주권을 가진 독립 국가들의 평등은 주권 자체가 ‘행동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고 평등은 ‘법적 평등’을 의미한다. 미국은 과연, 대한민국이 자국민(접경지역 주민) 보호를 위한 법개정을 한 ‘행동의 자유’, 즉 대한민국의 ‘주권’을 제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지 의문이다.

주권평등 원칙에 대한 파생원칙이 바로 ‘국내문제 불간섭의 원칙’이다. 국가는 타국의 국내문제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국내문제 불간섭의 원칙은 주권평등원칙의 논리적 귀결이기도 하다. 이 또한 웨스트팔리아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며, 주권평등의 원칙의 국내문제는 ‘영토적 개념’이 아니라 그 영토 내에서 취하는 대외적 문제도 포함한다. 국내문제 불간섭의 원칙에 따라 미국은 한국의 행정부나 입법부 등을 압박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지만, 미국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부터 현재 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에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북전단은 상대국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한 전쟁의 도구이기에 최근까지 남한에서는 국방부가, 북한에서는 군에서 관리해왔다. 그러한 전쟁의 도구가 우리의 머리 위로 날아간다면, 그것이 전쟁의 시작에 대한 선전포고가 된다는 점은 미국 국방부가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에서 한국 정부가 ‘불안전한 안보’를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두 가지 결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군수산업의 발전과 경제부흥을 위해 남한과 북한의 분쟁을 내심 기대하고 있거나, 아니면 미국 의회와 한반도 안보문제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는 미국 국방부가 전혀 소통이 없기에 남한주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북한인권을 외치는 것이다.

 

무엇이 더 현실적인 조치일까?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과 역할은 무엇일까.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사회는 인권존중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공동체로 변모하기 위해 ‘국제협력의 원칙’을 수립한다. 이러한 국제협력의 원칙은 유엔헌장 제1조 제3항에서 경제, 사회, 인도적 분야에서의 국제협력에 대해 명시한 점이나, 유엔헌장 제9장의 경제적 및 사회적 국제협력을 위해 제56조에서 “모든 회원국은 제55조에 규정된 목적달성을 위하여 기구와 협력해 공동의 조치 및 개별적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고 적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잘 나타난다. 이러한 협력의 원칙은 1970년 우호관계선언에서 경제·사회 분야뿐만 아니라 국제평화와 안보까지 확대된다.

지금까지 인권유린을 이유로 한 강대국의 개입이 국가의 권리적 차원에서 논의되었다면, 이제는 인간안보 중심으로 책임의 차원, 즉 국제공동체 측면의 ‘인간안보에 기반한 공동의 책임’으로서 남북한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주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안보는 ‘인간을 생명과 자유, 안전한 생활에 대해 위협이나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일체의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간안보를 통해 기존의 전통적인 ‘국가’중심의 안보에서 벗어나 ‘인간’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남북한 사람들의 생명과 존엄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가치외교를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인권에 대해 ‘북한의 주권이니까 인권문제에 대해서 조용히 해야 한다’는 논리를 변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인권개선을 도모하고 북한에 인권대화를 추진하여야 한다. 또한 북한인권의 정치적 공세화를 막고 진정한 남북인권대화를 촉진한다는 설득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과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위해 여야 간 가까스로 합의하여 만들어진 북한인권법 제10조에 근거한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동 법 제12조의 재단 임원 구성이 이루어지지 않아 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데, 북한인권법의 ‘북한인권’의 범위는 한반도 전체로서의 ‘코리아 인권’으로서 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북한인권을 북한 영토 안의 인권으로 제한하게 되면 북한인권 자체가 정치적 공세를 위한 도구로 전락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남한 내 북한사람들인 북한이탈주민 인권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한반도 전체의 북한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고민하고 코리아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할 때이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전수미는 북한인권 변호사이자 화해평화연대 이사장이다. 그녀는 약 20년 동안 북한인권 NGO에서 실무자로서 활동하였으며, 북한인권 변호사로서 탈북민들을 지원해왔다. 그녀는 북한인권 NGO에서 일하면서 대북전단을 직접 북한에 날리기도 하였다. 현재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성폭행 피해 탈북여성과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났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으로 재판 중인 탈북청년들을 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pro bono). 그녀는 현재 통일부 하나원 및 북한인권기록센터 자문위원, 대한변호사협회 탈북여성 성범죄 피해자 지원 TF 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탈북민들을 이해하기 위해 북한 및 북중관계를 연구하여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전수미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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