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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사실에 매이지 말고 진실에 눈떠야”

기사승인 2019.10.09  18: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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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아무개 목사가 “광화문에 이승만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소 “반공보수의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전광훈 한기총 대표목사였다. 그의 입에서 나온 ‘기독교’, ‘반공’,’ ‘이승만’의 조합은 “종교가 안보 프레임 속에 갇혔다”는 나핵집 목사(한국교회남북교류협력단 공동대표)의 말을 실감하게 했다. 8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효리카페에서 열린 ‘2019 통일비전세미나’에서 나핵집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이념이 아닌 성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면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민족사적 아픔을 넘어 ‘평화’라는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나핵집 한국교회 남북교류협력단 공동대표 목사가 8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효리카페에서 열린 ‘2019 통일비전세미나’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사)뉴코리아가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 나 목사는 “종교마저 안보 프레임에 사로 잡혀 있다”고 개탄하며, “안보 프레임에서 벗어나 평화 프레임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코리아뉴스

이날 나 목사는 “오랫동안 분단체제 속에서 미움과 적개심을 키워오며 종교마저 안보 프레임에 갇혀 버렸다”고 말했다. 교회가 방어 논리에 갇혀 적을 만들고 있다는 것. “이슬람이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그렇게 만든 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 목사는 예수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유대인들은 크게는 로마 제국주의의 식민지 아래, 작게는 율법주의라는 프레임 속에 살고 있었다. 나 목사는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이전에도 수많은 사람이 십자가 처형을 당하고 있었다”며, “저항 세력을 처참하게 짓밟으며 힘에 의한 평화를 유지하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의 시대였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율법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졌던 시대였다. 39개 조항으로 된 안식일법이 포함된 생활규제법 미슈나(Mishna)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애초에 ‘휴식’이 목적이었던 안식일이 오히려 삶의 규제하는 형식으로 변했다. 나 목사는 “율법의 기본 정신은 사랑인데, 율법을 수호하고 지키려는 사람들이 사랑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적개심과 미움, 혐오를 두었다”면서, “그들은 성전체제를 강화하고 율법의 프레임 속에서 세상을 바라봤다”고 설명했다. 

나 목사는 “예수는 이러한 제국주의와 율법주의의 프레임을 넘어서려고 했다”며, “지배와 폭력을 통한 평화가 아닌 섬김과 희생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평화인 ‘팍스 크라이스티(Pax Christi)’를 실천하고, 율법의 근본정신을 구현할 하나님 나라를 품었다”라고 밝혔다. “율법체제와 성전체제를 넘어 그 체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이들과 함께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것.

나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도 마치 예수 시대 율법자주의들이 했던 것처럼, 중세 시대 천동설을 주장하던 종교인들과 과학자들처럼 자기 논리로 상대를 공격, 배제, 혐오하고 있다”면서,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교회는 외로운 섬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가 하면 신앙을 앞세워 극우세력과 결탁한 보수 개신교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는 ‘우리는 사실 안에 갇혀 살아간다’는 신영복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지엽적인 사실에 매이지 말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진실에 눈 떠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나 목사는 “인민위원장이었던 강양욱 목사가 북한 토지 개혁을 주도하면서 교회와 크게 부딪혔고, 당시 지주였던 교회 장로 상당수가 토지를 빼앗기고 남쪽으로 내려왔다”면서, “이후 그들이 한국 개신교회의 주류가 됐고, 이승만의 북진통일론에 동의하기도 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이러한 사실에 매이면 적개심과 혐오만 재생산되는 만큼, 이제는 교회가 ‘평화’라는 큰 틀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북은 북대로 트라우마가 크다”라고도 덧붙였다. 서광선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명예교수가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강양욱 목사의 아들을 용서한 것은 유명한 일화. 나 목사는 “강양욱 목사의 집안도 세 번이나 습격받아 큰아들과 딸이 죽었다”며, “뒷방에 숨어 있다가 살아남은 이가 강영섭 목사인데, 한 번도 자기 집안 얘기를 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결국 남과 북 모두의 민족사적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 

나 목사는 “최근 들어 남북한 교회 지도자들이 만나면서 반공 프레임이 약해지고 있지만, 안보 프레임이 사라지지 않고 그 대상만 옮겨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혐오와 적개심이 끊임없이 양산되는 분단체제가 원죄”라고 하면서, “이념이 아닌 성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서가 말하는 것은 그저 자기가 심은 포도나무 아래서 포도를 뺏기지 않고 먹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더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나 목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교회 남북교류협력단은 지난해 8월, 한국교회와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하 조그련)의 소통 창구를 단일화함으로써 효율적인 교류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나 목사는 “모든 국민이 종교의 자유를 가질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순 없게 법(북한사회주의 헌법 68조)으로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교회는 건물을 짓는 것보다 사회봉사센터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며, ““남북교회교류협력단은 조그련을 통해 북한 교회의 사회봉사를 지원하는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나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화해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서 2020년 4월 27일 서울에서 세계교회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1.5트랙 한반도 평화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NCCK는 이미 진행 중인 ‘평화조약캠페인’을 중심으로 2020년을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체결을 이루는 희년’으로 선포하고, 글로벌희년평화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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