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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씨에게

기사승인 2019.08.21  10: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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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열린 아베 규탄 촛불문화제에 대해 당신은 “어색하다”, “억지스럽다”고 했다. 아마 이번 촛불문화제의 배후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참에 촛불문화제가 얼마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돼 왔고, 얼마나 평화적인지를 말하고 싶다. 할 수 있으면 일본에도 공짜로 수입해 가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15일은 광복절 74주년이었다. 편안하게 집에서 보내는 여느 때의 광복절과는 달리 이번엔 지인들과 함께 광화문엘 갔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여 있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보수·극우단체의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다가 곧 이어서 아베 규탄 촛불 집회가 열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겹친 때문이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완전히 그치고, 사람들도 어느 정도 정리된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집회에 이토록 긴 제목이 붙는 경우도 드문 것 같다. 그만큼 아베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못된 짓을 많이도 해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베를 규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번을 계기로 이 땅 한반도에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것, 그것이 이번 촛불문화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수년 전, 수십 년 전에도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촛불혁명, 민주혁명을 평화적으로 이룬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촛불문화제엔 주최측 추산 10만 명이 참석했다. 나를 비롯해 어느 누구도 누군가의 강요로 참석한 사람은 없다. 만약 배후가 있다면 그것은 일본이다. 일본의 아베다. 일본에 대한, 아베에 대한 분노가 황금 같은 공휴일인 광복절에 사람들을 광화문광장으로 불러낸 것이다. ‘NO 아베’라고 적힌 수많은 피켓을 보았는가. 그리고 다른 손에 들린 촛불을 보았는가. 그것이 바로 지금 한국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보면 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의 반응도 그랬다. 8월 24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성모 씨 커플은 “전쟁 가능한 나라를 꿈꾸는 일본에 분노하고, 그런 일본에 군사정보를 제공하는 협정이 유지되고 있는 것에 더욱 분노한다”고 했다. 지금 한국인 중에는 24일이 연장 시한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더 이상 연장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0대의 김모 씨는 “경제가 안 좋은데 일본 때문에 화가 나서 나왔다. 앞으로도 시간이 되면 계속 오겠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도, 중고교 학생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20~30대 여성들, 40~50대 남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에게 ‘배후’가 있다면 일본의 아베, 그리고 그 아베에 분노한 자기 자신인 것이다.

자난 15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NO 아베' 피켓을 일제히 들고 일본 아베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어린이가 편안한 자세로 문화제 진행을 지켜보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혹시 당신네가 종종 꺼내드는 ‘북한 배후설’을 이번에도 믿고 싶어할지 모르겠다. 이번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북한이나 중국이 배후에 있다고 믿는다’는 말을 일본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혹시 당신도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이번 촛불문화제를 보고 ‘어색하다’ ‘억지스럽다’고 했던 것인가? 이참에 분명히 말해 두겠다. 북한은 한국의 배후가 될 만큼 잘 살지도 든든하지도 못하다. 정신적으로도 사회주의는 이미 실패한 이념으로 결론나지 않았는가. 행여나 자신들을 흡수통일하지 않을까 가슴 조려온 세월이 몇몇 해인데 어떻게 한국을 배후조종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북한을 과하게 높여주는 것이고 한국 사람들의 자존감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를 돌아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남으로부터도 인정을 받는다. 한국의 ‘NO 아베’ ‘일본 불매운동’을 촉발시킨 건 아베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배제’였지만 그 과정과 결론은 일본의 과거사로 향하고 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문재인 정부와 아베 정권이 화이트리스트나 강제징용공 배상 판결에 대해 정부 차원의 타협을 한다고 해도 일본 정권에 대한 분노와 불매운동은 쉽게 꺾이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우리 한국인은 이번을 계기로 일본의 본질에 대해 비로소, 제대로 간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본이 한반도 평화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는 것, 한반도의 분단과 혼란을 자국의 자양분으로 삼아 왔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한반도 식민지, 그 결과로 빚어진 한국전쟁과 분단, 그리고 군사독재의 참상을 통해 일본은 경제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고, 일본은 끊임없이 한국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 말이다. 그런 과거에 대해 일본은, 아베는 사과는커녕 도리어 신뢰관계 운운하며 큰 소리를 치고, 경제보복이라는 악랄한 대응을 하고 있다. 우리 한국인은 이러한 일본의 본질을 이번에 확실히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일본 자위대 출신의 사토 마시히사(佐藤正久) 외무성 부대신(외무부 차관). 자민당 참의원이기도 하다. JTBC 화면 캡처

오죽 했으면 한일시민연대 다카다 겐 대표도 이번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헌법개악을 역사적인 임무로 삼고 있는 아베 정권은 일본 역사상 가장 악질적이고 반동적인 정권”이라고 비판을 했을까. 다카다 대표는 일본시민운동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한일 시민들이 손잡고 아베를 몰아낼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일본 사람들도 아베 정권의 본질을 속속 꿰뚫어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일에도 당신은 “한국 경제가 더 나빠지면 문재인 정부가 추락할 것”이라는 기사를 트위터로 퍼날랐다. 한국경제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신네 바람처럼 그렇게 ‘폭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 결과로 문재인 정부가 추락할 것이란 당신네 바람도 그저 희망적 상상에 그치고 말 것이다. 만에 하나 경제가 어려워지고 그 결과로 문재인 정부가 타격을 입더라도 당신 바람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촛불 국민들이 떠받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에 대해 너무 신경을 안써도 된다. 대신 당신네 나라 총리를 더욱 염려하고 걱정하시라. 지금 그가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는 걸음은 반 민주, 빈 평화다. 국내적으로는 일본 시민사회와 일본 국민들의 숨통을 옥죄고, 국외적으로는 한반도 평화,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갈수록 ‘NO 아베’의 물결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성찰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이 길에서 돌이킬 수 있을 때 아베는, 그리고 일본은 비로소 한국의, 동북아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추신) 혹시 한국 언론의 일본어판 기사를 열심히 읽고 있다면 이제 중단하시라. 그건 제대로 된 한국여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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