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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에도 가야 할 한반도 평화와 통일

기사승인 2019.06.19  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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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한반도는 동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geo-political) 위상을 갖는다. 근래에는 지경학적(geo-economical) 역할도 강조된다. 한반도는 남북간의 분단과 긴장의 공간일뿐더러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자본주의와 공산계획경제간의 긴장과 갈등의 공간이었고, 그런 시간적 상흔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70여년의 분단 속에도 남북은 다양한 형식과 채널로 만남과 대화를 이어왔고 동시에 대결과 투쟁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더 가슴 아픈 것은 남북이 개별 정권의 유지, 연장을 위해 서로의 국민을 오도하거나 심지어 속이기까지 하면서 분단 고착과 갈등고조를 방조 내지 이용해 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이며 이는 많은 학자들의 공통된 평가이기도 하다.

200년 6.15선언과 남북정상의 만남은 우리 민족분단 70년사에서 가장 획기적이며 역사의 흐름과 판도를 바꾸는 거대사건이었다. 이후 10.4선언은 노무현 정부의 너무 끝자락에 시작되어 효과를 내지 못했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깨어지고 단절되어 남북은 대결과 전쟁 직전의 상황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차단되고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 그리고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긴장의 땅으로 세계에 비추어졌다.

하지만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두 차례 남북정상의 만남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경색국면을 이어가고 있지만 결국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법에 이르고 말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을 가져본다.

이런 가운데 나는 동북아의 주요 지도자들이 제주도에서 만나 건설적인 대화를 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4회 제주포럼(2019.5.30)에서 북핵과 과거사 등 난제가 산적한 동아시아에서 유럽과 같은 다자주의 공동체 형성이 가능할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하인츠 피셔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등 각국 지도자들이 아시아의 역내 협력 가능성에 대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피셔 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을 만들어낸 유럽 사례에서 아시아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유럽은 1·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을 겪었지만 이를 통해 독일과 프랑스처럼 적대국이었던 국가들이 아주 강력하게 협력해야만 정치적 협력이 따라오며 전쟁도 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며 “이것이 바로 유럽 통합의 기초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턴불 전 총리도 “아시아 각국이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휘해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이 가입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남북 관계의 급진전으로 이제 북한을 틀에 넣어 생각할 수 있게 됐다. 한·중·일 갈등은 일본이 진심어린 사죄를 계속하면 풀릴 거다. 상대방 나라가 더는 안 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진심으로 계속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의 핵심적 과제이며 목표이다. 남북 이해 당사자들은 물론 인접국가들도 평화와 공존을 누리는 방향이자 목표가 바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다.

소아적으로 일본과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은 인류의 보편적이며 근원적인 가치와 공존의 담론에 반하는 것이자 동시에 이웃 민족에 대한 바른 태도라고 볼 수 없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수십 년간 헤어져 원한 속에 살아온 가족들이 재회하는 것이며, 왜곡된 질서와 가치가 바르게 서는 것이며, 불화했던 형제가 화해하는 하나님의 섭리의 원리이기도 하다.

근래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통일된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잠재력이 큰 나라가 될 것"이라 말하며, "북한은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저렴하지만 교육열이 높고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남한에는 자본과 생산시설, 세계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이를 경영해본 경험·능력도 있다"며 한반도의 통일과 그 경제적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슷한 논의와 발표는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나 많은 한반도 통일 관련 연구에도 이미 제시되었다.

문제는 우리 내부다. 남북분단을 특정 파당의 정치적 이해로 이용하거나 그런 논리를 지속적으로 확대·심화·재생산하는 세력이다. 물론 거짓으로 포장된 말과 제안이 있다면 그것을 꿰뚫어 봐야 하나 평화통일과 같은 민족의 문제는 정치적 파당의 이해를 뛰어넘어야 한다. 후대와 영원한 민족발전의 밑그림과 미래를 바라보고 현재의 리더들이 기도하고 판단하고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학자는 연구의 방향을 바르게 설정하고 언론과 사회기관 그리고 현재를 사는 우리 민초들도 한 방향으로 생각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우리는 한 민족이다'(Wir sind ein Volk)란 독일인들의 구호와 외침에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고, 독일통일을 방해, 시샘하는 외세에 의미있는 견제와 내부의 결속을 가져올 수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평화의 과정은 어렵고 남북 쌍방은 갈등하고 있으며, 내부사정으로 불협화음이 분출하고, 인접국은 이를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우리의 분단을 70년을 넘겨 100년, 아니 영원히 끌어가야 할 것인가? ‘인간이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Es irrt der Mensch, solang er strebt)란 괴테의 경구를 생각한다. 혼돈과 난관 속에도 바른 방향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끝없는 분단과 대결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 땅에 도래케 하는 지름길이다.

김홍섭/ 평화통일연대 운영위원,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

김홍섭 ihom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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