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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아세안’ 적극 활용해야

기사승인 2019.05.17  15: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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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아세안’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16일(목) 오전 10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 이대로 좋은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일제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 아세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참여연대와 한국동남아학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추진되어온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평가와 더불어 아세안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향후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16일(목) 오전 10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 이대로 좋은가’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참여연대와 한국동남아학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홍석준 한국동남아학회 학회장의 사회 가운데 최경희 선임연구위원(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이 ‘신남방정책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아세안 공동체’ 주제로, 김형종 교수(연세대 국제관계학)가 ‘문재인정부 신남방정책 평가와 과제’주제로 각각 발표하고, 김창년 기획총무국장(한아세안센터), 최인아 부연구위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신영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미국변호사, 박재경 총괄심의관(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이 토론을 이어갔다. ©유코리아뉴스

주제가 암시하듯 이날 토론회에선 신남방정책의 보완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먼저 ‘신남방정책, 우리가 알아야 할 아세안’ 주제로 발표한 최경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센터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외교의 주체를 ‘국민’이라고 천명하는 차원에서 ‘국민외교’를 화두로 제시했지만,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교부가 설치한 국민의 외교 참여 플랫폼인 국민외교센터의 운영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그렇기에 신남방정책의 성공을 위해선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의 시민사회가 아세안공동체와 연대하며 전략적으로 국민외교를 현실화해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왕권국가부터 사회주의국가까지 다양한 정치체제를 가진 아세안 회원국들이 서로 존중하며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에 주목했다. 1971년 동남아우호협력조약을 통해 등장한 아세안 웨이(ASEAN WAY)는 타협과 합의를 통한 만장일치를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역내·외를 막론하고 상당히 많은 회의체를 운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나타날 여러 갈등의 해결 단초도 아세안공동체의 대화 매커니즘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종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표방하는 가치와 정책이 상호 모순적으로 얽혀 있는 것이 신남방정책의 현 주소”라고 평가했다. “신남방정책이 내건 평화, 상생, 번영, 사람은 가치 중심의 규범외교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이전 정권에 비해 진일보했으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은 실종됐다”는 것. 가령, 북미 4강 외교 중심적 접근에 머물러서 방위산업에만 포커스가 맞춰진 현재의 신남방정책의 외교전략이나 대기업 중심 개발로 인해 아세안 시장의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면을 간과한 경제전략은 평화, 상생, 사람이라는 기치를 내건 규범외교에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신남방정책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국익 추구·강대국 중심의 외교 틀을 극복하고, 규범외교의 실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 그런가 하면 김 교수는 “한반도 평화의 제도적 발전을 위한 다자 협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세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말 개최되는 한-아세안 정상회담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자는 부르나이 국왕과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제안도 적극 활용하자”고 밝혔다.  

김창년 한아세안센터 기획총무국장은 “신남방정책의 가장 좋은 성공 정책은 ‘아세안을 낮춰 보지 않는 태도’”라고 말했다. “아세안 국가들에게 중국은 정치· 전략적 목적으로 자신들을 이용하고 일본은 과거 식민지 때처럼 자신들을 경제 복속시키려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데 반해, 한국은 ‘같이 가려는 입장’으로 이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겸손한 태도”라는 것. 김 기획총무국장은 “이를 위해 국내에선 문화다양성을 존중하고 아세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아세안 지역에선 아세안 시민들이 생산자로서 착취당하지 않고 소비자권리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노력이 각각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신영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미국 변호사는 “아세안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노동·인권 침해 사례가 신남방정책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에서 직원 3,000명의 급여를 체불하고 잠적한 한국기업인의 사례를 들며, “이같은 한국기업의 노동권 및 인권 침해 사례가 인도네시아 외 많은 아세안 지역에서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 변호사는 이러한 한국기업의 행위에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피해자들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는 국내연락사무소가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 뿐더러, 정부의 공적자금도 무분별하게 지원되고 있다는 것. 실제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 파괴로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은 기업에 산림청의 융자지원이 통과된 바 있고, 지난해 붕괴된 라오스 댐 사업도 아시아개발은행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부적절하다는 사유로 반려한 후 재평가를 거쳐 투자 철회를 했음에도 한국 정부가 ODA 지원을 결정한 사업이었다. 정 변호사는 “정부의 공적자금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책임있는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이를 관리감독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최인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세안다자안보플랫폼은 남북이 동시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국제 플렛폼인만큼, 아세안을 활용해 북한이 대화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부연구위원은 “중국을 배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고집하는 미국과 달리 아세안은 인도네시아의 주도로 중국까지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며, “한국은 이러한 아세안의 노력과의 전략적 접점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박재경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총괄심의관은 “신남방정책에 대한 우려를 잘 안다”면서 “우려를 깊이 새기고 사람과 평화 중심의 신남방정책을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총괄심의관은 또 “아세안의 사회문화공동체 지향을 받아들여 현재 정부도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아세안 국가와의 인적 교류와 아세안의 인적자원 역량 강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한편,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대외경제정책의 핵심축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으로,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 가입국과의 협력 수준을 미국 ・ 중국 ・ 일본 ・ 러시아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골자이다. 아세안이 추구하는 가치와 상통하는 사람(People) ・ 평화(Peace) ・ 상생번영(Prosperity) 등 이른바 ‘3P’를 핵심 개념으로 삼고 있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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