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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계속 이으려면?

기사승인 2019.05.03  14: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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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당위성은 형성되었지만 계기는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그것은 조건, 즉 양쪽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은 북의 완전한 비핵화를, 북은 미국의 제재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양쪽의 입장이다. 최근엔 김정은 위원장이 제재해제에 목매달지 않겠다며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북의 입장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되면 북은 체제보장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교착 국면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앞에 와 있는 한반도의 봄은 그저 신기루에 불과한 것일까? 과연 해법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놓고 입장 차이를 갖는 것은 미국과 북한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전문가와 정치권, 민간 사이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너무 미국 눈치 보고 있다”

우선, 남북 관계를 공고히 해서 이를 지렛대로 한미 관계와 북미 관계를 견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엔 문재인 정부가 미국 정부의 눈치를 너무 보고 있다는 비판적 인식도 함께한다. 주로 민간 통일운동 쪽이지만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견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DMZ 평화인간띠운동본부는 중앙과 지역의 수평적 조직을 통해 4월 27일 DMZ 평화손잡기 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별로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인원을 동원하고 캠페인을 전개한 것은 물론, 남북관계 해법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DMZ 일대에서 열린 판문점선언 1주년 DMZ 평화인간띠 잇기. 사진은 철원 노동당사 앞에 길게 늘어선 인파들 ⓒ유코리아뉴스

DMZ 평화인간띠운동 충북본부 공동집행위원장단은 2일 이번 대회를 평가하면서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 평화를 방해하는 보수세력, 평화에 소극적인 문재인 정부에 단호하고 보다 공세적인 평화의 개념이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며 “그러한 민(民)의 열렬한 여망이 20만을 집결시키게 만든 힘의 원천이었다”고 밝혔다.

공동집행위원장단은 또 “4.27 판문점선언 이후 문재인 정부가 한 것이라고는 무기를 사오고 미국에 사대하는 것 외에 없다”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미국에 대한 시대적 재규정이 필요하며, 평화에 대한 규정 역시 보수적이고 수세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이고, 진보적 평화로의 전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금 한반도 정세가 평화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보고 “민의 힘에 의한, 아래로부터 민 중심의 진정한 평화의 총의를 결집시켜 평화 정세로 돌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역본부장단 회의 소집 △조직의 전면적인 쇄신 등을 요구했다.

평화인간띠운동본부 측은 오는 9일 DMZ 평화손잡기운동에 대한 전체 평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달 말까지 백서도 발간하기로 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인간띠운동본부는 수평적 운동으로 진행했기에 다양한 입장, 다양한 방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일단 기존 운동본부는 이번 평가회를 끝으로 해체 수준을 밟게 된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해산되더라도 DMZ 평화손잡기 행사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민의 열망을 확인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열망의 수렴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평화통일연대도 26일 판문점선언 1주년 입장문을 발표하고 “오늘날 우리 민족과 한반도가 다시금 직면한 절체절명의 운명을 소수 정상들에게 맡겨 놓은 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면서 “전쟁 없는 한반도,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은 각국의 정상들뿐만 아니라 국내외 시민사회의 지혜와 힘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평화통일연대는 오는 9월 UN 총회에서 한반도 평화선언이 채택될 수 있도록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정상들에게만 맡겨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국제적으로 표출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북미 교착 상태 장기화 가능성”

학자 중에는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장관)이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대해 할 말을 해야 한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30일 국회토론회 기조강연에서 “미국이 경제제재를 가급적 오래 끌고 가면서 북한을 움직여가겠다고 나오자 북한은 이제 제재 완화 대신 체제 안전보장, 즉 군사 문제를 얘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핵화의 대가로 체제 안전보장이 논의되면 북한은 꿀릴 게 없다는 입장으로 계속 신경전을 끌고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장기 교착 상태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로 △창의적 절충안을 통한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성사 △미국의 제재완화 조치 유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방북 승인 등을 꼽았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25일 김대중도서관·노무현재단이 공동 주최한 판문점선언 1주년 공동학술회의에서는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보다 앞서지 말아야 한다’거나 ‘대북제재 틀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아니다’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한미관계 속에서 남북관계가 완벽하게 자율적일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이게 축소되는 한 북을 설득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이 말한 남북관계의 자율성은 경제교류를 의미한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정도는 재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미국이 막을 경우 문재인 정부가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와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도 미국의 제재 완화, 남북 경제교류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9 한반도 생명평화 콘서트에 나란히 패널로 출연한 두 사람은 “미국은 싱가포르 회담 때 약속한 종선선언을 아직도 지키지 않고 있다. 비핵화를 통한 평화보다 평화를 통한 비핵화가 훨씬 효율적이다”(김준형 교수), “남북 인적 교류, 즉 북을 여행하는 것은 제재와 무관하다. 개성관광은 제재와 무관하게 진행할 수 있다. 남북이 오고가면 그게 평화다. 남북이 만나면 평화로 넘어올 수 있다. 비핵화 프레임에서 평화 프레임으로 넘어가야 한다”(김진향 이사장)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민간 통일운동 진영이나 일부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지나친 미국 눈치보기를 우려하면서 우선적인 남북 교류를 주장하고 있는 것에 비해 지금의 북핵이나 한반도 평화는 북미 관계가 풀려야만 가능하다는 현실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를 맡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도보다리를 동행 수행원 없이 산책한 후, 평화의집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정부 비판보다는 ‘북미 역할’ 현실론

문 교수는 지난달 25일 김대중도서관·노무현재단 공동 주최 학술발표회에서 “지금은 북미간의 신뢰 쌓기가 가장 중요하며 그걸 위해서는 스몰딜을 통해 빅딜로 나아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그것이 지금 현상에 대한 저의 견해”라며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 출구가 거기 있다고 본다”고 했다.

지금의 교착 국면을 풀 수 있는 길은 북한과 미국에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북한을 향해서는 “동창리 미사일 시설 등을 유관국 참관하에 폐기하겠다는 화두를 던지면 모멘텀을 잡을 수 있다”며 북한의 선제 행동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럴 때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문 교수는 미국을 향해서는 ‘제재 만능주의’를 비판했다. 문 교수는 ”제재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므로 북한의 행태를 바꾸기 위해선 제재를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개혁개방, 시장화, 시민사회 등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더 강한 지도력 등이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이 제재에 대해 전략적 사고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기존의 ‘제재 틀’을 벗어나 북한과의 외교 정상화 등 북한으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카드를 내밀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아마도 미국과의 공조, 이를 통한 북미 관계 정상화와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민으로부터는 지나친 미국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북한의 불만도 사고 있는 이유다. 물론 미국의 눈치를 안볼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힘을 미국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DMZ 평화의 길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청와대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미국 눈치보기와 남북관계 개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지나친 미국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민의 비판은 오히려 대미 협상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공조 역시 남북관계 개선을 반대하는 국내 보수여론을 잠재우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지금 북미 교착 국면을 놓고 쏟아지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과 찬사 모두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이자 당사자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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