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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연구자들은 무슨 연구를 할까?

기사승인 2019.05.03  09: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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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물류포럼 ‘KOLOFO 칼럼’

북한 연구자들의 최근 논문을 모아 책으로 발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9명의 박사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연구의 주제가 다양하다. 지금 남한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이 넓고도 깊은 것은 남북문제가 그만큼 복잡하고 연구할 것도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L박사는 “북한 심리전 부대의 베트남전 참전”을 발표한다. 남한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것이야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북한도 북베트남을 지원하기 위해 참전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이런 사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자료가 조금씩 공개되는 중이다. L박사는 북한이 베트남에 파견한 부대 중 남한군 주둔지역 인근까지 진출한 북한 심리전 부대의 활동내역과 의미를 추적했다. 2명의 남한 군인이 평양에서 활동한 자료가 발견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북한이 수행한 심리전의 영향은 그리 크지 못했다. 논문에는 남한군인의 탈영을 유도하는 한글삐라도 여러 장 첨부되었다. 남북한의 체제경쟁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쟁 중인 베트남지역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놀라웠다.

K박사는 “한국전쟁에 대한 영국의 인식”을 제목으로 연구한다. 1940년대 영국 외교문서가 공개되고 있는데, 그 자료를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영국이 남북한을 어떻게 인식하였는지 연구하는 내용이다. 한국에 대해 큰 관심이 없던 영국이 한국전쟁 파병을 계기로 정보 수집을 강화하면서 남한과 북한에 대해 자국의 입장을 정리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영국뿐만 아닐 것이다. 유럽이든 아시아 국가든 제3국은 남북한의 분단, 전쟁을 어떻게 보았는지 연구하는 것은 남의 시선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문득 터키에서 한국전 참전지원병을 모집할 때 이야기가 생각난다. 저 멀리 한반도에서 남북한 두 나라가 싸우는데, 우리는 어느 쪽을 도우러 가느냐고 질문하는 병사가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 남북한의 현재 모습도 그때와 마찬가지는 아닐까, 혹은 우리의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는 않을까?

W기자는 “북미 정상회담과 국내정치”란 제목으로 2018년의 핫 이슈였던 북미정상회담은 언제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를 연구한다. 취재 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자답게 생생한 자료를 바탕으로 현실감 있게 정리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결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 참모그룹도 정무분야와 정책분야로 나뉘고, 국가 이익과 정권 이익이 뒤섞였으며 여기에 외부변수와 내부변수가 고려되었다. W기자는 2018년 3.8. 오후 4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기로 결단한 것으로 보았다. 한편 김정은이 비핵화협상을 하기로 결단한 것은 3.5. 오후 6시 무렵이라 한다. 청와대의 정의용 특사단과 회담한 후 결단한 것으로 보았다. 하나의 정책이 채택되기까지 여러 가지 변수가 고려되고 내부적으로 치밀한 논쟁이 있었다. 향후 남북관계에도 매 사건마다 이런 절차를 거칠 것이고, 취재현장의 기자들은 또 그 비밀을 찾느라 바쁠 것이다.

군인출신의 L박사는 “한국전쟁 시기 북한군 전쟁계획 분석”을 발표한다. 1950년 그때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쟁은 여전히 그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것 같다. 최근 공개된 북한 자료를 통해 북한군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를 분석하면서 그동안 남한에서 북한 자료를 보지 않은 채 연구한 내용과 실제 북한군 자료를 보고 난 이후의 차이점을 비교했다.

이 밖에도 북한의 경제특구에 4차 산업혁명을 적용해 보자고 제안하는 연구, 남북한 평화체제에 대한 연구 등이 있었다. 필자는 “북한투자기업의 분쟁해결방안”이란 제목으로 북한법상 허용되는 분쟁해결제도인 협의, 신소, 조정, 중재, 재판제도에 대해 발표한다. 향후 북한이 개방될 경우에 발생할 분쟁을 해결하기 방안을 실용적인 측면에서 찾아보자는 연구다.

연구자들끼리 토론하는 자리에서 논문의 주제만큼이나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었다. 북한에서 국가이익과 정권이익이 다를 수 있는지, 북한군의 베트남전 참전 정보가 2000년경에 흘러나온 이유는 무엇인지, 1940년대 영국자료는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 공식적인 토론 후 북한연구자로서 삶이 팍팍하다는 하소연, 지난해의 정상회담 이후에도 실무적인 차원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답답함, 직장생활하면서 북한연구를 계속하는 것은 눈치가 보여서 힘들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북한연구자들끼리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한참 나누고 헤어졌다.

꽃이 만발한 계절이다. 북한 연구의 길도 봄꽃처럼 활짝 피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권은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권은민 korealofo@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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