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트럼프 언론발표문 행간을 읽다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한미정상회담 언론 발표문

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4월 10일부터 11일까지 워싱턴 DC를 방문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초청과 따뜻한 환대에 사의를 표하였다.

2.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방안에 관하여 의견을 같이하였다.

3. 문 대통령은 담대한 비전과 지도력으로 한반도 문제의 최종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를 평가하고, 지지하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적 관여 노력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진전을 이루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하였다.

4.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 온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5. 양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을 설명하고, 차기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되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나갈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6. 양 정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및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지속 강화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7.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에 대해 언급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영웅적인 노력으로 수많은 인명을 구조한 한국의 초기 대응 인원들의 용기를 치하하였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산불 진화에 기여함으로써 한미 동맹의 유대를 과시한 데 대해 사의를 표하였다.

8.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방한해 줄 것을 초청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에 사의를 표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방안에 관하여 의견을 같이하였다”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언론발표문’을 통해 밝혔다.

정상회담에서는 또 문 대통령이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차기 북미 정상회담이 또 다른 이정표가 되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나갈 의지를 재확인했다고도 했다.

두리뭉실한 표현의 언론발표문만 가지고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성과가 무엇이고, 앞으로 북미대화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을 통해 언론발표문의 행간을 짚어봤다.

 

언론발표문 뒤 ‘트럼프의 대북 메시지’ 주목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 실장의 언론발표문에 대해 “외교적인 수사로 그냥 가득 찼다” “연막을 세게 치는 거 보니까 뭔가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겉으로만 보면 “이게 별로 성과가 없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한테 북한의 의사를 좀 빨리 확인해서 나한테 알려달라 하는” 걸 봤을 때는 “문 대통령이 북쪽에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뭐 줬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주대 통일연구소 한기호 박사도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당분간은 현재 상황, 일단 한미 정상간의 회담이 성과는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만났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국제 정치에서는 레토릭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서 “그런 부분들도 우리가 지켜보면서 또 희망적인 생각도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탑다운을 살렸다는 게 제일 큰 것”이라고 평가했다. 존 볼튼 같은 강경파들의 득세에 제동을 건다는 의미에서 이번 회담은 최소한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번 ‘언론발표문’에는 ‘한미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는 표현이 들어 있다. 따라서 여론이나 참모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정책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북미 회담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라는 게 김 교수의 견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 입장이 분명한 만큼 북핵 문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는 해소될 여지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5월 남북 정상회담, 6월 트럼트 대통령 방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 전 장관은 “6월에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초청해 놨으니까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에 5월 쯤(이 될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판문점선언 1주년인 4월 27일을 남북 정상회담 날짜로 꼽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4월은 벌써 다 가지 않았느냐?”라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한테 은밀하게 쥐어준 메시지의 내용이 5월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결정하리라고 본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김준형 교수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예비 회담’으로 규정했다.

 

북한, ‘반미’ 대신 ‘자력갱생’ 강조

북한의 입장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볼 수 있다. 1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자력갱생’을 27번이나 강조하며 ‘대북제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것이라도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그렇다고 미국에 대한 비난이나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같은 언급도 없었다. 기존에 천명한 대로 경제 우선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그들(미국 내 대북강경론자들)이 결국 국내 정치적으로 패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확실하게 보여주자. 우리가 버티면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까지는 결국 제재를 스스로 먼저 조금씩 완화하면서 협상 쪽으로 나올 거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이기는 거 아니냐. 그리고 제재론자들은 협상무용론 내지는 제재만능론자들은 정치적으로 입지가 없어질 거다 하는 그런 식으로 상당히 깊은 뜻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절대로 지금 자극적인 표현은 안 썼다”고 분석했다. 그러니까 북한이 제재해제에 매달리는 대신 자력갱생을 통해 체제를 유지해가다 보면 결국 제재무용론이 등장할 수밖에 없고, 미국 내 대북강경론자들도 백기를 들 수밖에 없을 거라는 얘기다.

김준형 교수도 “(북한이) 협상 중단에 관한 얘기를 안 했기 때문에 울분은 느껴졌지만 역시 협상의 판은 깨지지 않았다”고 봤다. 다만 향후 북한이 미국을 배제한 채 국제 사회로 바로 나아가는, 즉 미국 없는 대북제재 무력화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전망이다. 김 교수는 “미국이 계속 강경하게 나올 때는 협상을 깨지는 않지만 잠정 중단을 선언하거나 해서 미국을 배제한 채로 국제 사회로 바로 갈 수 있다”며 “얼마 전 러시아 주재, 그 다음에 중국 주재, UN 주재 대사를 다 불렀다. 이건 북한이 이 판을 깨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고집하는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들의 비핵화의 진정성이 있고, 미국이 싫다면 영변이나 동창리 국제사찰단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향후 대북 제재는 단기간은 ‘유지’,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해제’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정상회담 직후 ‘제재완화를 검토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제재가 유지되길 원한다. 지금은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라면서도 “올바른 시기가 되면 나는 엄청난 지원을 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많은 나라가 도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거듭 ‘남북경제 협력을 위해 제재완화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일정한 인도적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점에 대해서는 괜찮다”며 “한국은 식량 문제를 돕기 위한 일정한 일을 포함, 북한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듭 비핵화 이후 북한의 미래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