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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Block Deal을 제시하라

기사승인 2019.04.03  09: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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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모았던 지난 달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No Deal로 끝나면서 북미는 추가적인 협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4월 1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고자 Big Deal을 주장하는 미국과, 협상의 단계를 잘게 잘라 이른바 살라미전술(Salami Tactics)로 각 단계마다 실익을 얻으려 Small Deal을 주장하는 북한과의 사이에서, 중재자 또는 운전자로서 그 둘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협상의 모멘텀(Momentum)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있지만 숲 전체를 보려는 자는 나무를 놓치기 쉽고, 나무의 특성에 집중하려는 자는 숲의 미로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이럴 때는 세부적인 사항은 일단 제쳐두고 사안을 단순화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과거 현대그룹의 신화를 일군 고 정주영 회장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자신을 둘러싼 참모들의 각종 전문적인 식견과 조언을 일거에 뒤엎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유명하다. 예컨대 중동에 거대한 구조물을 바지선으로 옮긴다든지, 서산 간척지 물막이 공사에 유조선을 가라앉힌다든지 하는 것은 어떤 전문가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상천외한 발상이었다.

필자는 이 분야에 아무런 지식과 경륜이 없지만, 우리 민족의 명운이 걸린 이 중차대한 일에 뒷짐을 지고 있을 수만은 없어 답답한 마음에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는 말에 따라 다음과 같은 원론적인 제안을 드려본다. 이름하여 Block Deal이다. 아이들이 조립하는 장난감 이야기를 하느냐고 비웃을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은 조립식 주택이나 거대한 유조선도 일정한 구획을 나누어 Block을 만들어 건축하고 건조하는 신공법을 적용하고 있으니 역사적인 비핵화 협상의 방법론으로 적용하지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이것이 미국에서 말하는 Good Enough Deal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청와대

Deal을 하기 위해서는 그 거래의 대상과 목표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핵화”의 의미를 정해야 한다. 여기서 2가지 단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A단계는 핵무기 자체와 그 운반수단에 대한 논의(북은 여기에 한정하려 함), B단계는 생화학무기와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논의(미는 이것을 포함하려 함)다.

이 2가지 단계가 뒤섞이면 협상은 한 발짝도 진전될 수 없다. 따라서 B단계는 협상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되, A단계의 논의가 상당부분 진척될 때까지 유보하기로 상호 동의를 하도록 한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A단계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되 이것도 2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첫째는 핵연료와 핵무기 부분, 둘째는 핵무기의 운반수단 부분이다. 여기서도 2번째 부분은 첫 번째 핵연료와 핵무기의 동결 및 해체에 대한 논의가 상당부분 진척될 때까지는 미사일 시험과 발사를 중지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향후 평화적인 우주개발에 대한 권리는 유보하는 선에서 양해하고, 모든 논의는 첫 번째 핵연료와 핵무기에 대한 것을 어떻게 3-4단계로 나누어 처리하며, 그에 따른 상응조치(반대급부)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중요한 것은 먼저 이 큰 틀을 짜고 북미가 이에 합의하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것도 당장 서로의 이해득실만을 생각했지 이러한 원론적인 부분을 등한시한 때문으로 보인다. 일단 양국 수뇌부에 의해 이 Frame이 짜지면 세부적인 사항은 양국 또는 주변 당사국의 전문가들이 얼마든지 논의하여 실행 가능한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북미 양쪽의 눈치를 살피며 그들을 달래서 회담장에 다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과거의 그리고 최근의 실속 없는 대좌를 마무리하고, 진정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그들이 우리가 제시한 방안을 받아드리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작년 이맘 때 드디어 한반도에 “봄이 왔다”고 가슴 부풀었던 우리 민족이 또다시 불어오는 꽃샘추위에 어깨를 움츠리지 않도록 우리 정부의 대담한 제안과 창의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

신영욱/ 목사, 인천 예사랑선교회 대표    

신영욱 youngwshin@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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