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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문제의 해법은?

기사승인 2019.03.26  14: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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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통일연대 ‘평화 칼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여파로 북미관계는 물론이고 남북관계마저 경색되고 있다. 오래된 불신의 안경을 벗지 못한 탓이다. 평창올림픽부터 쉴 새 없이 달려오던 남북과 북미가 당분간은 숨고르기를 해야 할 듯싶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한반도의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한반도 평화의 방향과 속도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일지 모른다.

한반도의 분단은 우리 민족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비롯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었던 미국은 한반도를 자신들의 전리품 중 하나로 생각했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소련의 영향권에 내어주기보다는 한반도의 반이라도 챙기겠다는 일념 하에 한반도의 분단을 신속하고 즉흥적으로 기획했다.

그 후 발발한 한국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 양상을 띨 수밖에 없었다. 세계대전을 통해 성장했던 군수산업은 한국전쟁에서 좋은 소비처를 얻게 되었다. 한국의 우방이라는 미국은 한국을 구하기 위해서 참전했다기보다는 이념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한 것이다.

국제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보면 어느 국가든 영원한 친구, 영원한 원수는 없다.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따라서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원수가 되고, 오늘의 원수가 내일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국제관계의 냉엄한 현실이다. 한반도의 남북관계 역시 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동안 남북은 긴장과 갈등, 대립의 관계였지만 지금은 상호인정, 상호교류, 상호번영을 지향하고 있지 않은가?

분단시대의 한반도는 한국-미국-일본으로 엮이는 자본주의 권과 북한-중국-러시아로 엮이는 공산주의 권의 각축장이었다. 그러나 각각의 축은 영구적일 수 없고, 또 영구적이어도 안 된다. 한반도의 남북은 이념에 근거한 두 축보다 차라리 지역안보에 근거해서 한-중-일-러 한 축과 북-중-일-러 또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

1990년대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 이래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했고, 세습 독재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핵개발에 올인 했다. 그동안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무시와 무관심의 대상이었지만 핵무장에 이르자 갑자기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은 핵무장을 기반으로 한 정권안보의 자신감을 지니고 국제무대로 나오려 하고 있다. 따라서 정권의 보장이 없는 비핵화란 북한에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북미관계 정상화와 경제제재 완화라는 눈에 보이는 어떤 보장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먼저 완전한 비핵화를 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북에게는 무조건 항복하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것은 북에게는 처음부터 무리(無理)한 요구, 무례(無禮)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가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를 활용해서 북미관계의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발상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북미관계의 산물로 얻어지기보다는 남북 당사자의 과제로 설정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북미관계 교착 시 중재자가 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남북이 활동할 고유한 공간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이 시점에 나는 문재인 정부에 몇 가지 제안하고 싶다. 국제상황과 상관없이 남북 정상의 만남을 정례화 하라. 김정은 위원장을 UN총회에 초청하라. 정부 중심으로만 남북관계를 구축하지 말고, 민간 차원을 가동해 철저한 투 트랙으로 가라. 민간 차원이 활성화되도록 매칭 펀드를 마련하라. 용서, 화해, 사랑을 덕목으로 하는 교회를 민간 차원의 중요한 파트너로 상정하라.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위한 중재자가 아니라 평화를 만들어야 하는 주체임을 한시도 잊지 말라.

정종훈/ 연세대 교수, (사)평화통일연대 이사

정종훈 chjeong5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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