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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

기사승인 2018.11.22  20: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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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윤실·성서한국·한국기독교언론포럼 ‘가짜뉴스와 기독교’ 주제로 공동포럼 개최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비판을 교회가 듣고 있다. 한국교회가 가짜뉴스를 통해 혐오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가 사회적 영향력이 무너진 것은 차치하더라도, 비난과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다. 이런 상황 가운데 21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가짜뉴스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포럼이 개최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서한국,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공동 주최한 이날 포럼은 한국교회에 만연한 가짜뉴스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21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가짜뉴스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포럼이 개최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서한국,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공동 주최한 이날 포럼에선 손승호 연세대 한국교회사 박사, 변상욱 CBS 대기자,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 발제를 맡았다. ⓒ유코리아뉴스

손승호 연세대 한국교회사 박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간사)는 “한국교회가 가짜뉴스를 생산한 지는 오래됐다”면서, 한국교회가 보수정권과 결탁해 거짓 정보를 퍼 나른 과거 사례들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1970년대 도시산업선교의 용공시비. 손 박사는 “당시 정부와 보수교회가 반공을 매개로 결탁해 문서를 통해 진보적 교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면서, “<한국기독교와 공산주의>, <한국기독교의 이해> 등 보수 기독교인들이 기독교 진보진영을 용공(容共) 세력이라고 간주하고 펴낸 책들이 정부와 한국노총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고 밝혔다. 손 박사는 또 “1976년부터 1982년 집중적으로 용공시비를 일으킨 책과 글을 발표한 홍지영(홍성문, 홍성철이라는 필명으로도 활동)은 스스로 일제가 태평양 전쟁 전에 정보요원을 양성하기 위해 세운 나가노학교 출신이라고 밝혔다”면서, “김창룡, 이후락, 이철희 등 나가노학교 출신 한국인들이 한국 정보기관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바, 홍지영 역시 이전에 중앙정보부를 비롯한 정부의 정보기관에서 활동했다가 진보 기독교 진영을 공격하던 시기에도 중앙정보부와 강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 박사는 “홍지영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기독실업인회를 비롯한 한국교계 인사들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1960년대부터 국가조찬기도회를 주도하며 박정희 정권과 보수 기독교의 연대를 이끌어낸 기독실업인회가 자신들의 이익과 도시산업선교회의 활동이 대치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정보 조작에 능숙한 정부측 인사를 영입하여 그동안 교계 내에서 유포되던 진보적 기독교 진영에 대한 용공시비를 섬세하게 가다듬어 전국에 확산시켰다”는 것. 손 박사는 “그 결과, 1970년대 말 노동자들마저 산업선교를 불온시하고,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산업선교 자체가 쇠퇴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손 박사는 끝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게 만드는 일을 간단하지 않다”며, “많은 사람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고 있을 땐 그 허구의 정보가 전문가에 의해 절묘하게 가공되어 있진 않은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상욱 CBS 대기자는 “기독교 내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을 참형에 처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은 파시즘적인 위험한 발상”이라며, 최근 보수단체 집회에서 일부 목사들이 한 발언을 두고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변 기자는 “싫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집단적으로 몰아내려고 하는 것이 파시즘의 시작”이라며, 극단적 배타성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교회에 자성을 촉구했다. 이날 변 기자는 기독교 보수세력이 극우로 이어져온 역사적 흐름을 소개했다. “한기총 초대회장인 한경직 목사 때부터 기독교 보수세력이 한기총과 대형교회의 힘을 위시해 세를 이어 왔으며, 그 흐름 속에서는 김승규, 김성욱, 조갑제, 이명박 등 국정원과 인연이 있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반공을 내세우며 결집한 기독교 보수세력이 이합집산하면서 오늘날 기독당을 주도하는 전광훈 목사,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 주요 교단들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변승우 목사, 엄마부대의 주옥순 대표 등 극우세력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변 기자는 “순수한 의도에서 북한선교를 하는 사람들을 극우세력으로 모는 것 아니냐?”는 한 청중의 질문에 “한겨레가 선정한 22개의 가짜뉴스가 기독교와 관련 있는 내용이었기에 에스더기도운동이 가짜뉴스 공장으로 지목됐지만, 애초 다른 내용의 가짜뉴스를 선정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라고 답하면서도, “기독교 내에 자기 세력의 확대를 위해 복음주의 운동을 하는 이들을 이용해 온 세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변 기자는 또 발제문을 통해 “황당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는 발표저널리즘도 ‘미필적 가짜’에 해당할 수 있다”며, “가짜뉴스를 대항하기 위해선 에피소드나 단편적 발언 중심의 정치보도 관행을 지양하는 등 기존 언론의 뉴스제작 방식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극우 개신교가 퍼뜨리는 가짜뉴스는 단순히 가짜여서 문제라기보단, 특정 세력에 대한 혐오, 편견에 기반했기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면서, “화해와 사회통합을 이끌어야 할 종교가 약자를 돌보지 않고, 오히려 폄훼하고 조롱하는 것에 상당한 우려를 느낀다”고 밝혔다. 안 소장은 “일례로 ‘국민연금 200조를 북한에 줬다’는 가짜뉴스는 북한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지나쳐서 만든 것이겠으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복지가 필요한 노인들과 젊은 세대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으며, 문재인 정부 헌법 개정안의 ‘자치와 분권을 강화’라는 대목을 두고 ‘북한의 고려연방제로 가려는 것’이라고 하는 가짜뉴스는 중앙정부 시스템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지방자치 담당자들을 외면하게 만든다”라고 밝혔다. 가짜뉴스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약자가 이중·삼중으로 고통받게 된다는 것. 그러면서도 안 소장은 “이러한 가짜뉴스를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사회적 공론화가 우선이다”라면서, “범시민사회에서 가짜뉴스 대처법을 공론화하는 과정에 기독교도 참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 소장은 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표현과 테러 선동을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독일의 ‘소셜네트워크상 법집행에 관한 법률(NetzDG)’, 허위정보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영국의 국가안보소통국(National Security Communication Unit) 등 해외 사례를 덧붙여 소개하기도 했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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