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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다녀와서] 북한의 ‘변화 의지’는 강렬했습니다

기사승인 2018.10.09  18: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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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통령 비서관으로서 남북정상회담의 수행원이 되어 ‘10.4 선언문’을 작성·발표한 지 꼭 11년이 되는 10월 4일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노무현재단 이사장)를 중심으로 중앙정부, 지방정부, 시민(단체) 등 160명의 방북단은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수송기를 타고 서해항로를 따라 순안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북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김정은 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건설한 여명거리 등 고층빌딩숲을 지나 숙소인 고려호텔에 여장을 풀고 오후부터 바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쑥섬에 있는 ‘과학기술전당’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건립한 과학기술전당은 방과후교육의 하나로 청소년들에게 기초과학을 가르치는 곳인데,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과학 관련 학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평양대극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일행이 관람한 것과 똑같은 레퍼토리로 된 환영공연을 관람하고, 저녁에는 인민문화궁전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주관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했습니다. TV에 자주 보인 리선권 위원장은 겉모습과는 달리 호쾌하게 술잔을 나누고 친밀하게 방문단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가운데)와 함께. 오른쪽이 필자 ⓒ배기찬

2일차인 10월 5일 오전 10시, 인민문화궁전에서 남에서 온 우리 방북단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북측인사와 수천 명의 북한 시민들, 그리고 해외동포들이 참가한 가운데 ‘10.4선언 발표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단상 무대에는 역대 남북정상의 합의인 ‘7.4 공동성명, 6.15공동선언, 10.4선언, 4.27선언, 9월 평양정상선언’ 등이 깃발의 형태로 게시되어 있었고, 대회당의 양 옆에 자주통일을 강조하는 구호가 걸려 있었습니다. 김영남 위원장과 조명균 장관, 리선권 위원장과 이해찬 대표의 연설이 이어지고 남과 북, 해외동포 3인에 의해 성명서도 낭독되었습니다.

5일 오전 인민문화궁전에서 수천 명의 북한 시민들, 해외동포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10.4선언 발표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 모습. ⓒ배기찬

대동강변에 있는 옥류관에서 냉면으로 점심을 하고 오후에는 만수대창작사,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참관했으며, 저녁에는 능라도의 5.1경기장에서 ‘빛나는 조국’이라는 제목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약 3만 명의 공연자와 10여만 명의 관람객이 참가한 이 공연은 저녁 7시 30분에서 9시까지 1시간 30분 동안 열기 가득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우리측 주최의 만찬은 밤 10시 시작해 자정이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 날인 10월 6일 우리 일행은 중앙식물원에 도착해 11년 전 10월 4일에 노무현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이 심은 소나무에 남에서 가져간 흙을 뿌리고 물을 주었습니다. 11년만에 노무현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 있는 소나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감격해 했습니다. 원래 오전에 귀경할 예정이었으나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일정이 8시간 늦어져 밤 9시에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군수송기를 타고 공수부대처럼 평양을 다녀온 2박3일은 길고도 짧은, 감개무량한 일정이었습니다.

이번 평양방문을 통해 저는 크게 세 가지를 느꼈습니다.

첫째, 북한이 ‘군사’ 우선에서 ‘과학기술’ 우선으로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3일 동안 평양에 있으면서 군사적 대결을 강조하는 구호를 하나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1995년 김정일의 집권 이후 거의 20년 동안 북한의 이념은 선군(先軍)이었고, 북한체제는 선군체제였습니다. 길게는 1948년 북한정권의 출범 이후 70년 동안 북한은 대미 적대감과 군사력 강화로 국가를 형성하고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해 보였지만, ‘과학과 기술’을 강조하는 구호가 우리가 둘러본 평양의 도로와 시설 곳곳에 도배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과학기술전당, 자연사박물관, 과학기술자를 위한 고층아파트만이 아니라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의 카드세션에도 ‘과학기술의 룡마타고’,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 등의 구호가 계속 등장했습니다.

둘째, 속도와 미래의 강조입니다. 북한의 거리에는 ‘만리마 속도’라는 구호가 있었고, 카드세션에도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른 비약의 시대’, ‘새로운 조선속도’ 등 속도를 강조하는 장면이 여럿 있었습니다. 또한 미래와 후대를 강조했습니다. ‘미래사랑, 후대사랑’이라는 구호가 카드세션에도, 105층 유경호텔의 레이저빔으로도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북한의 학생들은 길거리를 가면서도 쪽지를 보며 무언인가를 외우고 있었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시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북한은 변화를 원하는데 그 변화는 점진적이고 느린 변화가 아니라 비약적인 변화, 만리마처럼 쉬지 않고 단숨에 도약하는 발전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4일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환영공연. 아침과 저녁,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는 강력한 변화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카드 섹션. ⓒ배기찬

셋째,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에 대한 강조입니다. 이번 민족통일대회에서 북측과 남측의 인사들 모두 연설을 통해 남북관계에서 ‘잃어버린 10년’을 안타까워하며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리 일행을 안내한 북측의 안내원들도 똑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서로 잡은 손 놓지 말고 민족의 운명을 개척해나가자’라는 카드세션에도 잘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도 문재인 정부 5년 안에 남북관계를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새로운 시대로 진입시키겠다는 각오를 피력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의 변화의지는 강렬하고 상황은 절실해 보였습니다.

9월 평양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와 동북아의 상황이 다시 급진전되고 있습니다. 10월 7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정일 위원장과 5시간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빠르면 10월말-11월초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10월 중에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시진핑이 방북합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아베 수상도 북한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늦어도 올해 안에 종전이 선언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변화에 대해 문 대통령은 10월 8일 국무회의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절호의 기회, 카이로스의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 우리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합니다. 대통령과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방정부도 함께 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 방북 기간 동안 지자체장들과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도 함께 해야 하고, 기업과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등 민간도 함께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함께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배기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문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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