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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없애고 국가가 혁신 주도하는 남북경협 구상

기사승인 2018.08.25  01: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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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평화포럼 8월 월례토론회 개최

23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동 예인홀에서 한반도평화포럼 8월 월례토론회가 개최됐다. ‘한국경제 활로와 남북 경제협력’을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장용훈 연합뉴스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가운데,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23일,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동 예인홀에서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토론회가 개최됐다. 장용훈 연합뉴스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선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발제를 맡고,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유코리아뉴스

 

북한, 제도와 규범으로 사회주의 경제의 딜레마 극복해야

정태인 교수는 이날 발표 서두에서 “한국경제 활로와 남북 경제협력은 관련이 없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170조 경제효과도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못 박았다. 남북경협이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활로가 되리라는 기대 섞인 전망과는 사뭇 온도가 다른 말이었다.

이날 정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다. 남북관계 개선이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돼야겠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남북한의 불평등이 부딪히면서, 불평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남북 간 경제 교류를 논의하기 전, 남과 북이 공히 가진 본질적 경제문제에 대해 되짚은 것이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남북한은 ‘다원적 경제발전모델’을 지향하며, 양쪽 모두 개혁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동시에 개혁을 추진해감으로써, 사회경제의 양적, 질적 차이를 줄여가야 한다는 것. 다원적 경제발전모델은 칼 폴라니(1886~1964년)가 제시안 시장경제, 공공경제, 사회적 경제, 생태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발전모델을 뜻한다.

정 교수는 북한의 경제 구조를 분석하면서 “북한경제는 계획의 일원화, 세부화 구조이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북한과 삼성은 상반된 결과를 낳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중앙에서부터 지방, 공장, 기업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위의 계획부서들이 당과 국가의 정책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만들어진 ‘계획의 일원화’ 구조가 왜 생산성이 높지 않은지 밝히기 위한 질문이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한 미시적 요인으로 ‘집단적 태만’으로 꼽았다.

“삼성과 같은 자본주의 기업은 생산 네트워크가 짧다. 여러 곳에서 부품을 조달, 공급받음으로써 이들 간에 경쟁이 일어나게 한다. 반면에 북한경제는 생산 네트워크가 길며, 가장 질 낮은 생산품, 가장 적은 생산량이 전체 품질과 생산량을 규정하기 때문에 ‘집단적 태만’이 발생한다.”

정 교수는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죄수의 딜레마를 사슴사냥의 법칙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제도와 규범이 필요하다”면서,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통해 북한 경제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풀이하면, 제도와 규범을 통해 상호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사회주의 경제의 협동이 더욱 높은 생산성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때도 “공기업처럼 라인(생산 네트워크)이 긴 곳은 한꺼번에 개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라인이 짧은 곳부터 물질적 인센티브를 도입해 개혁을 이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한, 북한의 점진적인 사회주의 시장화로의 전환 도와야

정 교수는 또 “과거 서독이 동독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 가장 선진적인 제도를 이식했지만, 동독 주민들은 엄청난 혼란과 트라우마를 겪었다”면서, “(북한경제의 이행에 있어) 극단적 쇼크요법이 심각한 불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에 중국은 완전한 자유화, 민영화, 민주화 없이도 개혁에 성공했는데, 정 교수는 “중심이 아닌 여백에서부터 시장화를 시작하고, 지방의 성이 서로 경쟁하며 생산성을 높이도록 분권화하는 점진적, 부분적 개혁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북한 역시 점진적인 사회주의 시장화로 전환(정 교수는 '이행'보다 ‘전환’이라는 용어를 선호했다)하면서, 혼합형태의 경제모델과 협동조합형 기업의 제도화를 해야 한다는 것.

정 교수는 남한이 할 수 있는 역할로는 ∆북한의 위애나이제이션(자국의 통화가 위안화로 대체되는 현상)에 따른 외환위기 방지를 위한 한국의 외환 보유 및 예금보험 역할,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를 이용한 인프라 건설, ∆개성공단의 확대, ∆비무장지대의 사이언스 파크화 등을 제시했으며, “동아시아 집단 안보와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남북한 주도의 제3지대를 형성하는 (군사적) 해법 역시 남북경제 발전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의 활로와 남북 경제협력'을 주제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8월 월례회에서 한 참가자가 자신의 의견과 질문을 전달하는 모습 ⓒ유코리아뉴스

 

남북경협, 한국경제 활로 될 것 vs 남한, 경협 이끌만한 실력 있는가

토론자로 나선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경제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남북경협으로 한국의 경제 활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기업들이 북한을 투자처로 보고 있고, 북한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과 지하자원, 소프트웨어기술 등을 갖고 있다”면서, “남북한 왕래가 자유로우면 8천만 명 이상의 (내수) 시장이 만들어지고, 관광 활성화와 접경지역의 경제 활성화, 세수 활성화 등을 통해서도 한국경제의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중국과 베트남 모델도 본격적으로 개방한 후 발전하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다”면서, “남북경협에 조바심을 내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불평등을 없애고, 인프라 투자와 생태기술 발전 등 혁신산업을 국가가 밀고 나가면, 기업들이 뒤따라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연 남한이 앞으로 남북관계나 남북경협을 이끌어갈 실력이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에 대한 더욱 진지한 고민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북한이 합리적 경제행위자라면, (개발 파트너로) 남한과 중국 사이에서 누굴 선택할지 (낙관하기) 쉽지 않다”며, “남북경협은 민족적 특수관계와 순수한 경제적 논리 사이 중 전자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정 교수의 제3지대 발언에 동의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남북한이 휩쓸리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 신뢰의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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