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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에서 경제로! 제2단계로의 국면전환이 필요하다

기사승인 2018.08.17  10: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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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 진단'

합의 이행은 진전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연일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공동성명’의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조속한 종전선언을 주장하고, 미국은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과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임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교착국면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갈 경우 남북한 및 미국의 정상들이 합의한 한반도 평화정착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노정에 다시 불을 붙이는 좋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남북은 2차 고위급회담에서 9월 중 남북정상회담의 평양 개최를 합의했다. 미국과 북한도 판문점에서 실무협의를 재개했으며, 8월 중으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전망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공동성명‘의 합의문을 되짚어 보면 그 동안 이행 가능한 합의 사항들의 상당 부분이 이행되었거나 진행 중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판문점 선언문을 보자. 1조 2항에 적시한 고위급 회담 및 분야별 대화와 협상은 시작됐다. 2차례의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었고, 철도, 도로 연결, 산림협력을 위한 실무협의 등이 개최됐다. 3항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협의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4항의 각계각층 접촉도 진행되어 다양한 방북단들이 평양을 방문하고 있으며, 아시안 게임의 일부 종목에서 단일팀 출전도 이루어지고 있다. 5항의 이산가족 상봉은 8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개최하기로 되어 있으며 상봉 가족의 명단도 교환한 상태다. 6항의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준비작업도 진행 중이다.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합의 사항을 담고 있는 2조의 각 항목들도 합의에 따라 진행 중이다. 1항의 군사분계선 일대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중단은 실시되고 있다. 2항의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발생하는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군통신선을 복구하고, 3항의 장성급 군사회담도 개최한 바 있다.

다만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합의를 담고 있는 3조의 사항들이 아직 미진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9월 안에 이루어지겠지만 양 정상간의 직통전화 개설 등은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

다음 6.12 북미 공동합의문을 살펴보자. 1조에서 3조까지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비핵화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4조의 미군 유해송환은 55구의 미군유해가 하와이로 이송됐다. 지난 7월 6~7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평양을 방문하여 고위급 협상을 시작했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빠른 속도로 진행되던 정세의 변화가 마치 정체된 듯하지만, 이렇듯 실질적으로는 합의 사항들이 차분히 이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미간 신뢰프로세스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벽에 부딪힌 듯한 분위기는 무엇 때문인가? 폼페이오 장관이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했고, 6개월에서 8개월 이내에 60~70%의 핵무기 반출을 요구했지만 북한이 거부했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가 보도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때부터 줄곧 조속한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산 석탄의 남한 내 유입 문제가 불거지고, 미국 워싱턴의 관료와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의 진전이 북미관계 진전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이것만 본다면 북미간 협상이 교착국면에 접어든 인상일 뿐 아니라, 한미간 신뢰성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듯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일들은 불과 반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고, 북한은 미국의 북한체제 안전보장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강하다. 지금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이른바 신뢰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며, 합의사항들을 어렵사리 하나 둘 이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무 협의에서 디테일의 악마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예상했던 바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까지 인지하고 있는 사항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이 나올 수 있으며 불신의 목소리도 높아질 수 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해체 작업 등과 같이 자발적으로 비핵화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이 직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개최한 자체로 김정은 위원장의 대내외적 위상을 강화시켜 준 셈이다. 미국은 북한에 강한 비핵화 압박을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합의문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군 유해송환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ARF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답장 친서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됐다. 어렵지만 북미간의 신뢰프로세스는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종전선언을 매듭짓고 경제공동체로 나아가자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 73주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 경축행사에서 9월 평양 정상회담을 확인했다.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겠다고 다짐했으며, 북미 간의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평화는 경제번영으로 이어진다는 원칙도 다시 강조했다. 지금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어려운 노정이 진행 중이라는 것과 미국과 북한의 인내와 노력, 신뢰프로세스의 지속을 강조한 것이다.

어렵게 진행되는 신뢰프로세스 중에 진정한 걸림돌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해야 그 대응책이 나온다. 걸림돌의 핵심은 불신이다. 불신 해소는 서로간에 합의한 내용을 준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를 합의문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6.12 공동합의문에는 4.27 판문점 선언을 존중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담고 있는 남북관계의 합의 내용들을 진전시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판문점 선언 가운데 이행되지 않고 있는 사항이 있다. 바로 종전선언이다. 3조 3항에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라고 명시되어 있다. 북미간 협의 과정에서 종전선언과 관련된 내용들이 오갔을 것이며, 각자의 입장을 교환했겠지만, 북한과 미국간의 종전선언 문제는 어느 합의문에도 들어 있지 않다.

4.27 판문점 선언에 입각해서 남과 북은 종전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빠진 종전선언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지금은 합의를 준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간의 종전선언은 3자 또는 4자가 한 번에 할 수도 있겠으나,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한이 먼저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불가침을 약속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온 과정에 비추어 남북간 종전선언이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논리도 제기할 만하나, 이것이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의 마중물이 된다면 얼마든지 검토 가능하다. 9월에 개최될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간의 종전선언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교착상태에 놓인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신뢰프로세스에 다시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북한 역시 양자 종전선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미 합의문에 들어가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판문점 실무회담이 재개되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논의된 바탕위에서, 미국과 북한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회담을 거쳐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간 및 북미간에 별도의 양자간 종전선언을 채택하면, 결과적으로 3자간 종전선언을 한 것과 같다. 중국의 참여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향후 우리의 중재 역할도 강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신뢰프로세스는 2단계로 넘어간다. 주지하다시피 현재의 과정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이행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단계의 시작도 양 정상회담에서 비롯될 것이며, 여기서 다음 합의를 만들어 이를 이행해 나가도록 국면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2단계의 구상을 제안했다. 평화를 우선 구축하고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한 및 동북아의 경제적 번영을 가져오자는 내용이다. 남북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며, 휴전선 인근에 통일경제특구를 조성할 것임을 밝혔다. 아울러 남북한의 협력을 동아시아의 번영으로 연계하기 위해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1951년 유럽 6개국이 석탄철강공동체를 시작으로 유럽공동체를 이끌어냈듯이, 북한개발을 동북아 협력과 번영의 플랫폼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나아가 이를 동아시아 안보공동체와 경제공동체의 시발점으로 삼자는 거대한 구상도 내비쳤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프로세스의 제2단계 목표 지향점일 것이다.

지금이 국면전환의 타이밍이다

국면전환을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내용들 가운데 지금 시점에 할 수 있는 사항은 대부분 이행됐다. 나머지는 대북경제제재가 풀려야 가능한 일들이다. 대북경제제재를 풀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진전이 필요하다. 북미간 실무협의는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도 비가역적 행동을 해야 하며, 종전선언을 그 표징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북 경제제재는 유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유엔총회의 일반 토의 첫날인 9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예정되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7일 전반부에 잡혀 있다. 북한은 장관급이 29일에 연설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만일 북미간 실무협상에서 서로 한발씩의 양보로 긍정적인 합의를 도출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유엔연설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북한은 종전선언을 채택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유엔차원의 대북제재의 완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서 새로운 남북관계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합의문을 도출하고, 연이어 유엔 무대에서 북미관계의 진전된 이정표를 제시하는 북미 합의문이 도출되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제2단계로의 국면전환이 이루어지게 된다. 4.27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된 것처럼, 9월 평양 정상회담이 제2단계로 도약하는 담대한 발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본 칼럼의 저작권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에 있습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inst1@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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