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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어느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왔을까?

기사승인 2018.08.14  22: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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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천규 기자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를 읽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13일 판문점 회담을 갖고 9월 중에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3차 정상회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5월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던 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다급해진 북은 25일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제안했고 26일 판문점에서 2차 정상회담이 열렸다. 3차 정상회담 논의 역시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북미정상 합의를 풀어가기 위한 레버리지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응하면서 북에 우리 정부의 역할을 각인시킬 수 있다면 그 또한 손해볼 일이 아니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북미관계가 마치 초침과 분침, 시침을 돌리는 톱니바퀴처럼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있다.

최근 미주한국일보에서 근무하던 진천규 기자가 6차례 방북을 통해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제목의 책으로 발간했다. 한반도 전쟁의 기운이 짙게 드리우던 2017년 10월과 11월, 그리고 급변하던 한반도 정세를 피부에 닿게 경험할 수 있었던 2018년 4월과 6월 방북, 북측 지역 각 곳을 취재했다.

진천규 기자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책 표지

진 기자는 1992년 제6차 고위급회담 때와 2000년 정상회담 때도 취재차 방북했던 적이 있다. 그는 평양은 물론 북한 지역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전한다. 중국의 단동역에서 평양역까지 열차로 이동하면서 담은 농촌 풍경을 비롯, 평양 시내 가장 핫한 곳까지 두루 다니며 촬영한 사진은 ‘백문이 불여일견’임을 실감나게 해준다.

대동강을 중심으로 동평양과 서평양에 들어서 있는 건물들에 대한 개괄 설명과 더불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냉면집 옥류관과 또 다른 냉면집 청류관, 7종류의 대동강 맥주를 1번에서 7번까지 구별해 파는 경흥맥주집, 피자와 스파게티를 파는 ‘이딸리아료리전문식당’, 백화점과 실내스케이트장, 볼링장, 개선청년공원 놀이시설 등등 평양의 도심 풍경을 다양하게 담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1차 회담에서 시간부터 통일하자고 제안했고 30분 빠르던 표준시간을 5월 5일부터 일치시켰다. 평양 시간과 서울 시간을 맞추듯 남북이 함께 발전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았던 것이 아닐까. 책 제목의 모티브가 됐을 법하다. 그러나 실상 남북관계가 얼어붙었던 시절, 오히려 북에서 시간이 더 빠르게 흘렀던 것은 아닐까 싶다.

2012년 6월 완공된 창전거리에 이어 2013년 9월 은하거리, 2014년 10월 위성거리, 2015년 11월 미래과학자거리, 그리고 2017년 4월 려명거리가 완성되었다. 이로써 평양의 스카이 라인이 확 바뀌었다. 천리마 속도도 모자라 만리마 속도로 건설 작업에 투입됐던 노동력은 군부대에서 나왔다. 30~70층 건물을 1년여에 걸쳐 완공한 데에는 군 인력과 더불어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3분의 2로 줄이는 감수제를 개발한 과학기술 덕이 컸다.

건설사업에 투입해야 할 군대 노동력을 한미군사합동훈련 기간에는 전방으로 배치해야 하니 북에서 반발해온 이면의 사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기존 입주민, 즉 철거민에게 아파트 입주 1순위 자격이 주어지고, 부양가족 수에 따라 배분받는 아파트 방 수가 결정된다고 한다. 인근 기관 종사자들과 건설에 동원됐던 인력에 입사증이 돌아간다고 하니 사회주의 풍속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남북은 새롭다 못해 한 번도 걸어 본 적 없는 길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 차원에서는 어느 때보다 바빠질 것이다.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개최될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해서 적십자사와 이산가족들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북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바로 잡고 편견에 가득찼던 고정관념을 내려놓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북한 정권이 급변사태로 무너지고 우리가 밀고 올라가 흡수통일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우리가 북으로부터 쉽게 위협을 받고 적화통일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함께 흘러가야 한다. 진 기자의 방북 취재기는 많은 말이 필요 없도록 북한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준다.

윤은주 박사 ejwarrior@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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