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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북한선교 정책 새롭게 수립해야 할 때”

기사승인 2018.08.03  03: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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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를 만드는 여성들① 김경민 통일교육문화원장

“이 일은 안 하면 구멍이 되고, 하면 한 점으로 남는다.”

통일교육문화원 김경민 원장은 힘든 가운데도 평화교육을 지속해 온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더디 가더라도 점 하나는 찍고 가겠다는 것. 점과 점을 연결해 선을 긋듯, 그는 나중에 올 누군가를 위해 길을 닦고 있다. 평화의 길.

그는 ‘남북나눔’에서 대북지원과 교육 업무를 하다 2002년에 통일교육문화원을 설립했다. 당시 “가난한 북한과 통일하기 싫다”는 남한 학생들과 “남한 사람들은 정신이 썩어빠졌다”고 말하는 북한 사람들을 보면서 새로운 통일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단다.

통일교육문화원 설립 이후 김 원장은 ‘찾아가는 통일 교육’을 표어로 전국 초·중·고교와 대학교, 기업체를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진행했다. 그러는 사이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 수많은 청소년에게 평화의 씨앗을 심은 것은 물론, 통일부의 통일교육지원법 기본지침서와 일선 학교에서의 통일교육방법에 관한 초석을 놓는 데도 일조했다. 요즘 그는 교회를 대상으로 한 통일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교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평화비전트립부터 교단 지도자들을 만나 북한 선교에 대한 새로운 정책 수립을 제안하는 것까지.

지난 7월 30일, 양재동의 통일교육문화원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목디스크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인터뷰하는 도중에 그는 간간이 팔을 들어 올리며 통증을 줄이려고 애썼다. 그러면서 도통 웃음을 잃진 않는 그. 오랜 인내가 읽혔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청소년 대상의 통일교육을 한 지 얼마쯤 됐나?

통일교육문화원을 설립해 통일교육 한 지는 18년째다. 대북지원단체인 남북나눔에 있을 때부터 계산하면 더 오래됐을 테고. 2015년까지 진행한 전국청소년 통일논술토론대회를 통해 인연 맺은 학생 중에는 지금 통일부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다.

평소 “통일교육의 내용을 청소년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청소년들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노는 것이다. (하하) 깊이 들어가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 마침 내일도 마산의 한 교회 청소년들이 통일비전트립에 참가한다. 철원과 고성을 견학하고 강의와 활동을 하나씩 할 예정이다. 활동으로 ‘통일 코드를 찾아라’라는 게임을 할 텐데, 힌트를 참고해서 크립텍스 암호를 해독하고 최종 미션으로 북한 학생들에게 보낼 학용품 파우치를 만든다. 갖고 있는데 쓰지 않는 학용품을 파우치에 채워 보내는 ‘디어프렌드(Dear Friend)’ 운동을 결합한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방탈출 게임처럼 해보고도 싶었는데 공간을 만들기 어려웠다.

7월 30일 월요일 오후, 양재동 통일교육문화원 사무실에서 김경민 원장을 만났다. 목디스크 통증을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인터뷰 내내 얼굴에서 밝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유코리아뉴스

학생들과 여행도 많이 간다고?

역사문화평화기행을 많이 한다. 세계 어느 나라든 원하는 곳은 다 간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도 많이 가는데, 신기하게 우리가 다녀오면 이슈가 되더라. 일본 하시마섬이나 우토로 마을도 방송에 나오기 훨씬 전에 다녀온 곳이다. 올해 8월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갈 예정이다. 남북 간 철도가 놓이면 수년 안에 ‘첫 번째 만나는 유럽’이 될 지역이다. 미래역사를 내다보는 평화기행인 셈이다.

아이디어와 기획력은 어디에서 오나?

기획력이 좋은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많다. 얼마 전에 아파 누워 있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사무실 월세 걱정 안 하고 간사들 풀타임 급여만 줄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을 텐데.’ 그 걱정만 없으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힘든데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재밌으니까!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안 하면 구멍이 되고, 하면 한 점으로 남는 것’이다. 그 점이 나중에 다른 점들과 연결될 테고. ‘더디 가도 점은 남는다. 어쨌든 찍고 가자!’란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사실 요즘은 힘든 편도 아니다. 대북지원 사업이 한창 어려울 땐 문서의 토씨 하나만 달라도 정부에서 허가를 안 내줬다. 임신했을 때가 20년 전인데, 대북지원 한 번 하고 나면 출혈이 나서 응급실에 실려 가고 그랬다.

올해 들어 남북관계가 많이 달라졌다. 시민단체 입장에선 어떤 변화가 있나?

초창기 이 일을 할 무렵엔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못 풀어서, 우리 같은 대북지원 단체들이 우회로를 통해 푸는 식이었다. 북한 사람을 해외로 불러내 만나서 합의하고, 요청하는 게 있으면 우회해서 지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관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 사실상 민간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7월에 디어프렌즈 운동을 통해 모은 학용품 파우치도 북한에 보내려고 했더니, 정부가 민간은 아직 기다리라고 해서 못 보냈다.

불만스럽진 않나?

불만은 없다. 지난 10년 동안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급하게 열었다가 자칫 단체들이 우후죽순 난립할 수 있다. 사기성 있는 단체가 나타날 수도 있고. 정부가 틀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다음, 때가 되면 민간이 자율성을 갖고 일할 수 있으면 된다. 정부가 민간영역까지 다하려고 하면 그건 잘못이다. 지금은 시민단체들이 정부에 문을 안 열어준다고 불만을 토로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잘하는 ‘본연의 뭔가’를 찾아서 준비해야 할 때다.

통일교육문화원의 ‘본연의 것’은 무엇인가?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미 우리가 개발한 콘텐츠를 정부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나중엔 우리 교육 프로그램으로 북한 학교의 환경을 개선하고 싶다. 북한의 낙후된 소학교들은 개선해야 할 게 많을 것이다. (남한) 정부가 시설을 바꿔주는 건 하더라도, 그 안을 채우는 교육적인 프로그램은 우리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남들보다 일찍 시작했고, 콘텐츠도 더 많이 갖고 있다. 갈등해결프로그램, 남북학생교류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경험도 있다.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북한에 대한 반 편견 교육과 새로운 선교정책 수립을 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너무 보수화됐다.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분들도 아직 있다. 이제는 왜 미워하는지도 모른 체, 미워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분들을 만나면 솔직하게 묻는다. “한겨레의 눈으로 팩트를 보시느냐, 조선일보의 눈으로 팩트로 보시느냐?” 그리곤 “성경의 눈으로 보시라”고 말한다. “원수는 용서하되, 적은 용서할 수 없다는 이율배반적인 얘기는 그만하시라”고 한다.

북한선교 정책은 어째서 바뀌어야 하나?

교회가 하는 ‘북한선교사역’이 너무 편협하다. 주로 탈북자 지원이더라.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탈북자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탈북자와 함께 사는 연습을 하는 것이 곧 통일’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탈북자들이 함께 살아야 할 이들인 건 맞다. 하지만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선 북한선교에 대한 새로운 선교정책을 세워야 한다. 천천히 가고 있는 것 같지만, 판문점 선언이 이행되고 있다. (변화가) 눈에 보일 땐 늦는다. 우리는 교단별 북한선교위원회나 통일선교위원회의 비전 수립을 도울 수 있다. 내가 속해있는 고신교단에서부터 시작하려고 제안하고 있는데, 다른 교단들도 같이 하면 좋겠다.

청소년들을 위해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평화를 주제로 개발한 4주짜리 교재가 있다. 일반 성인이 쓸 수 있지만, 주제별 꼭지를 따로 떼 주일학교 공과로도 만들 수 있다. 주일학교 교사들이 우리를 통해 배워서 아이들을 가르치면 어떨까. 4월이나 8월, 한반도 평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시기에 주일학교에서 4주간 평화교육을 하면 좋겠다.

 

양재동 통일교육문화원 사무실에서 김경민 원장과 신세계 통일교육문화원 간사, 평통연대 김태훈 사무국장이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생활형 통일교육’은 일상 속 통일을 강조한 것인가?

맞다. 우리가 2000년부터 해 온 운동이 ‘생활 속의 통일습관 만들기’이다. 부모와 자녀 간, 형제간, 친구 관계 속에서 충분히 통일을 연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너 왜 그렇게 하니?’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의도를 묻는 게 아니라 질책하려는 뜻이다. 이렇게 배운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다른 사람과 “너 왜 나(우리)랑 달라?” 하면서 싸운다. 다르다는 이유로 때리기도 한다. “왜 그렇게 하니?”라고 물었으면 대답할 기회를 줘야 한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대안도 상대방에게서 나오도록 해야 한다. 또, “너 왜 어질러? 얼른 치워!”라며 혼을 자주 낸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자식이 치우도록 기다리는 부모가 별로 없다. 치우라고 했으면 치우도록 시간을 줘야 하는데, 부모가 치워버린다. 소통이 아니다. 아이 입장에선 말을 들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원칙이나 규칙을 정한 다음엔, 지키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가족 안에서 진짜 소통이 가능하면 통일교육이나 평화교육은 필요 없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들>은 통일과 평화 분야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여성으로 좁히는 것이 아닌, 여성으로 확장함으로써 더욱 다채롭고 건강한 통일·평화 담론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더 깊고 넓게 평화의 울림을 전하고자 한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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