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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남북관계: 핵을 넘어 화해·협력으로

기사승인 2018.05.14  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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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2017.5.10.)한 지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구성도 없이 곧바로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의 단절 없이 국내외 현안에 잘 대처해 왔다는 평가다. 일자리 창출, 대일 문제 등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으나, 남북관계는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1년 동안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처럼 요동쳤다. 베를린 선언(7.6)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거듭되는 핵·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는 극도의 위기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김정은의 신년사를 기점으로 대반전(大反轉)이 일어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남·북 특사단 상호교환, 남북정상회담(4. 27), 미북정상회담(6. 12) 등으로 한반도에는 화해와 협력의 봄이 찾아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히틀러에게 당한 체임벌린을 예로 들면서 ‘북한의 위장평화 전술’을 걱정하기도 한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머뭇거려서는 안 되는 때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4․27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큰 틀에서는 합의를 했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우리는 미국·북한과의 능동적인 전략대화를 통해 미·북 비핵화 회담의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관계는 유리그릇 다루듯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 “질그릇 만들듯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치열한 근성을 가진 도공(陶工)의 심정으로 후손만대 물려줄 명품도자기를 만드는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전략적 환경은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르다. 압박보다는 다차원의 대화가 진행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압박」은 비교적 단순한 과정이다. 위험을 안고 승패를 가리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그러나 「대화」는 복잡하고 지난한 프로세스다. 미국은 벌써 북한 비핵화의 수위를 CVID에서 PVID로 높였다. 속셈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긴 안목과 절묘한 협상전술이 동시에 필요하다. 작은 용어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관련국의 소외, 즉 '패싱' 논란이 일어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북한의 시간 끌기나 합의 무효화 전술,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은폐전술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 윈·윈(win-win)의 균형점(saddle point)을 찾기 위한 지혜와 세심함이 더욱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포괄합의(序), 미북정상회담 일괄타결(本), 이후 단계적인 이행(結)’의 ‘비핵화 3단계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건은 북한의 성실한 이행을 어떻게 담보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북정상회담 합의안에 비핵화 세부이행 방안과 시기까지 명문화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세부 이행방안 도출은 금년 8월까지, 비핵화 최종 완료는 2020년 6월까지” 등 데드라인을 명시해야 하다. 未이행시 제재조치(「스냅백」조항)까지 넣으면 금상첨화다.

북한을 상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민통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부는 다양 다기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함께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과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 정부를 넘어 지속적인 실천력도 확보할 수 있다. 한편, 대북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합리적인 의심’을 방기(放棄)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북한과의 협상은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우리 모두 신발 끈을 다시금 고쳐 매고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자. 다 같이 역사의 주인이 되자.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곽길섭 kolofo.org@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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