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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3항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석

기사승인 2018.05.10  1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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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 ‘현안 진단’

어떤 텍스트든 발표되는 순간, 그 텍스트에서 저자와 독자 둘 다 사라지게 된다. 독자는 글쓰기의 행위에 부재하고 저자는 글읽기의 행위에 부재하기 때문이다(폴 리쾨르, 「텍스트에서 행동으로」). 따라서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해석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도 예외가 아닌 텍스트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역사에서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에 언급하고 있는 판문점 선언의 3항은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는 구절들을 담고 있다. 북한이 정상회담 1주일 전 핵·경제 병진노선의 승리와 사실상의 개혁·개방 선언을 한 상태에서 합의한 판문점 선언 3항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주목의 대상이다. ‘국제문제’를 다루고 있는 판문점 선언 3항의 한글 텍스트만큼이나 남과 북이 ‘각각’ 생산한 영문 텍스트‘들’이 자율성을 가지는 이유이다.

판문점 선언 3항은,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남: permanent and solid, 북: durable and lasting) 평화체제(남: peace regime, 북: peace mechanism)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다”로 시작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란 대의에 한반도 비핵화가 부속되어 있는 구성이다. 합의문 3항의 ①은 「남북기본합의서」와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서 언급되었던 “불가침”의 재확인이었다. 불가침은, 소극적 평화를 위한 최소 원칙이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에 남북은 불가침의 물적 토대를 만들지 않았다.

판문점 선언 3항의 ②에 “군축”이 등장한 이유는 그 토대 만들기를 위한 한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반도 안보딜레마의 근본적 탈출을 모색하는 남북 의지의 반영이다. 북한은 정전 이후 외국군 철수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규정한 정전협정 4조 60항에 의거하여 개최된 1954년 제네바정치회담부터 재래식 군사력의 하나인 남북의 군대숫자를 10만-15만 정도를 줄이는 군축제안을 해 왔다. 남한의 노태우 정부와 이명박 정부도 비용 대비 편익이란 관점에서 북한에 재래식 군사력의 감축을 제안한 바 있다.

군사적 신뢰구축, 운용적 군비통제, 구조적 군비통제를 거치는 군축의 과정은 남북 모두에게 군사적 방법에 의한 안보와 방위라는 기존 패러다임의 전환을 야기하게 할 수 있는 ‘판문점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 사안 가운데 하나이다. 더불어 “군축”이란 의제는 국방비의 축소가 복지비의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전환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평화는 복지의 토대이고, 복지는 적극적 평화의 한 형태다. 그러나 미·중이 군비경쟁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차원의 군축 실행은 동북아 차원의 군축과 결합되는 정교한 계획과 평화국가 지향이란 ‘명분’을 필요로 한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평화의집으로 안내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합의문 3항의 ③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즉 2018년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남: peace treaty, 북: peace accord)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한 구성요소로서 평화협정 체결을 의제화했다는 점에서 판문점 선언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두 가지 쟁점을 해결해야 한다. 첫째,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란 의제가 일괄타결의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비핵화의 실행에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라 하더라도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비핵화 과정 중에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 반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종전선언은 올해 안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평화협정의 체결시점은 3항의 ③에서 불분명하다.

둘째, 평화협정의 당사자 문제는 1954년 제네바정치회담, 1990년대 후반의 4자회담, 2005년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에서 지속적으로 쟁점이었다. 2007년 10·4공동선언에서 3자 또는 4자가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고 했던 것처럼, 판문점 선언에서도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위한 회담이 언급되었다. 북한은 1958년 중국군이 북한에서 철수했고 중국이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을 야기하는 행위자가 아니라는 ‘긍정적’ 이유로 중국을 평화협정의 당사자에서 배제하고자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8년 3월 25일 전격적인 중국 방문은 대북제재의 실질적 해제를 의도한 것이기도 했지만, 북한의 ‘친미국가화’를 경계하는 중국의 필요 때문이기도 했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미·중의 양자회담 가운데 결여되어 있는 한중정상회담의 필요성이 제기된다.1) 북중관계는 물론 한·중의 정치군사적, 경제적 관계까지 평화체제 구축과정에 고려되어야 한다면, 남·북·미·중의 평화협정 체결이 적절한 대안으로 보인다.

합의문 3항의 ④는 “완전한(complete)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남: realizing, through complete denuclearization, a nuclear-free Korean peninsula, 북: turning the Korean peninsula into a nuclear-free zone through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대한 확인이다.2) 예측과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정상회담에서 “주동적으로” 제기했다고 한다. 북미정상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의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도 5월 중에 공개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3항의 ④는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길잡이로서 간략하게 제시되었다.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비가역적인(irreversible) 핵폐기 가운데 검증과 비가역은 남북대화의 의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호하게 표기되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핵심 쟁점은, “핵 없는 한반도” 또는 사실상의 ‘한반도 비핵지대(nuclear-free zone)’에 있다. 2018년 3월 31일-4월 1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던 당시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이 평화협정과 같은 ‘종이뭉치’로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북한이 자국의 비핵화에 동의하더라도 한반도 차원의 비핵화가 담겨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한국 정부는,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평창 임시평화체제에서 드러나듯, 한반도 비핵화, 한미동맹의 지속,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삼각모순’(trilemma)에 직면해 있다. 북핵 대 한미동맹이 서로 적대적으로 경쟁해 온 탈냉전시대 한반도 안보딜레마를 한 축의 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한 언론보도에 나오는 것처럼(「한겨레신문」, 2018년 4월 13일), 북한은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 핵 전략자산의 한국에서의 철수”, “한미 전략자산 훈련 중지”, “재래식 및 핵무기 공격 포기”,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즉 북한의 한미동맹 인정과 수정이 폼페이오 내정자가 종이뭉치에 더하고자 하는 것일 수 있다. 미국의 매티스(J. Mattis) 국방장관은 2018년 4월 2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미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의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과 미국은 ‘최소 비핵지대화’인 핵 관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북한 비핵화와 교환할 수 있다. ‘최대 비핵지대화’는 한미동맹에 따라 미국이 남한에 제공하는 핵우산 철폐와 주한미군 철수로, 이 의제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미동맹의 수정이 의제화된다고 할 때, 두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의 보수세력과 미국 내 동맹파의 반대이다. 둘째, 북한이 미국과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 평화적인 관계정상화에 도달하면서 한미동맹의 수정을 인정한다고 할 때, 그 수정된 한미동맹의 존재이유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중국에게 형태 변환을 한 새로운 한미동맹은 자국 견제용으로 읽힐 수 있다. 한중정상회담과 남·북·미·중 평화협정은 물론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이 한반도 평화체제와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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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재인 대통령은 5월 4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통화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8년 5월 3일 중국의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북한을 방문해서 북한의 경제건설을 전력을 다해 지지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2)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완전한’을 ‘영구적’(permanent)으로 대체했다. 완전한보다 강한 표현이다. 핵관련 과학기술자의 전환배치까지 포함하여 핵개발을 재개할 수 없을 정도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의거하여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주장할 때, 쟁점이 될 소지가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예측할 때, 판문점 선언의 “핵 없는 한반도”는 가장 중요한 희망적 전조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구갑우 kwkoo@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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