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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긴장 완화를 넘어 실질적 평화 정착으로

기사승인 2018.05.09  07: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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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 ‘현안 진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특히,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 제2조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전쟁 위험 해소가 “민족의 운명과 관련되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며 우리 겨레의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보장하기 위한 관건적인 문제”라고 정의하며 공동 노력을 다짐했다.

양 정상이 이처럼 합의한 배경 중 하나는 최근 몇 년 동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일촉즉발 직전까지 고조되는 일상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비재래식 전력, 즉 핵·미사일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3월 ‘경제건설 및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선포한 뒤 작년 말까지 핵·미사일 고도화에 매진했다. 이에 대응해 남한은 동맹이자 최강대국인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비롯,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독자적 미사일 능력을 확충해나갔다. 이 점에서는 문재인 정부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한 다음 날 남한이 독자 개발·보유할 수 있는 지대지 탄도 미사일의 탄두 중량 제한(500kg)을 철폐하기로 미국과 전격 합의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핵·미사일로 대표되는 비재래식 전력 부문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두드러지면서 한반도 군사적 대치의 기본을 이루는 재래식 전력 부문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매년 3~4월과 8월에 각각 진행되는 한미연합 키리졸브(KR: Key Resolve)·독수리(FE: Foal Eagle) 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 Ulchi-Freedom Guardian) 훈련에 대해 북한은 소위 ‘북침 전쟁 연습’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북한은 2016년과 2017년 한미연합 키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장사정포 등 수백 문을 동해안에 집결시켜 대규모 화력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남북한은 신형 무기의 개발·도입 등 현대화를 지속 추진하며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막대한 재래식 전력의 대치를 이어갔다.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의 제2조 1항을 통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한 것은 그 함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남북 정상은 “당면하여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고 합의했다.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중지는 양측 정상이 합의한 5월 1일 이전인 4월 23일부터 사실상 이뤄졌으며, ‘장비 철폐’ 역시 5월 4일 모두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된 조치들은 향후 이뤄질 국방장관회담 및 장성급군사회담 등 남북 군사당국자회담에서 합의·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이뤄지겠지만, 향후 남북 군사당국자회담에서는 양 정상이 합의한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의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전면 중지’하기 위한 조치들에 합의한 뒤 이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에는 군사훈련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실시하는 군사훈련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한미연합군과 북한군이 모든 훈련을 전면 중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양측이 일정한 규모 이상의 병력과 장비가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 내용 중에서 공세적 부분을 삭제하고, 이를 상대측이 서로 참관해 확인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양측 군대 사이에 지금까지 쌓여온 불신을 없애고 신뢰를 증진시켜 나가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의 판문점 회담 당시 판문점 평화의집 대기실에 걸려 있던 서울과 평양의 시간을 가르키고 있는 시계. 북한은 지난 5일 서울 시간보다 30분 앞당겼던 평양시간을 30분 늦춰 서울시간에 맞췄다. ⓒ청와대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 제2조 2항을 통해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이 설정한 ‘서해 경비계선’을 고집해왔다는 점에서 이 내용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어로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황금어장 가운데 하나인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수역에서 남북 어민들이 공동으로 안전하게 어로 활동을 벌인다면 양측 모두에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인 연평도와 백령도를 5월 5일 방문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도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방한계선이 서해뿐 아니라 동해에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향후 동해 북방한계선 일대에도 이 합의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양 정상은 「판문점 선언」 제2조 3항에서 “남과 북은 상호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이 활성화되는 데 따른 여러 가지 군사적 보장대책을 취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했다. 올해 초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상호 예술단 교환 및 대표단 파견 등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남북 교류·협력은 왕래와 접촉 없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등 과거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처럼, 가장 편리한 상호 왕래·접촉 방법은 군이 관할하는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 양측 군의 신변 안전 등 보장 조치는 필수적이다. 「판문점 선언」의 이 내용은 향후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에 대비한 것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 내용은 2018 남북정상회담 대표단에 남북한의 군을 각각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이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합의한 군사적 긴장 완화 관련 내용들은 보다 먼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양 정상이 「판문점 선언」 제3조 2항에서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0년 및 2007년 남북정상회담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내용으로, 남북한의 정상이 군축에 관해 명시적으로 합의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갖는 의미가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군축 문제와 관련해 남한이 ‘군사적 신뢰 구축 → (운용적) 군비통제 → 군축(구조적 군비통제)’이라는 단계적 방안을 강조해 온 반면 북한이 ‘군축 우선 추진’을 강조하며 상호 대립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남한의 기존 주장이 더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 방안이 현실적일 수는 있지만,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보다 잰걸음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 역사에서 남북한 각각의 군이 보여준 소극적 태도가 앞으로 열릴 남북 군사당국자회담에서 재현되지는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남북군사회담에서 군비통제나 군축은 물론이고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들에 합의하기까지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군사적 신뢰 구축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군비통제와 군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선행 조치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군비통제와 군축도 상호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해 선후를 고집하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으로 진전시켜 나감으로써 실질적 평화 정착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을 완화하고 종전선언, 평화협정, 비핵화로 가기 위해서는 군사적 긴장 완화를 비롯해 상호 적극적인 군사적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4.27 남북정상회담 관련하여 「현안진단」을 연속 5차례 걸쳐 시리즈로 발행·배포합니다. 지난호의 “남북의 평화시대를 준비하며: <판문점 선언> 제1조가 의미하는 바는?”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군사적 긴장 완화를 넘어 실질적 평화 정착으로 이어져야”를 제목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판문점 선언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평화체제 및 비핵화를 다룰 예정입니다.

장철운 iron2798@kyungnam.ac.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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