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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의 빈틈을 노린 개성공단 재가동은 어렵다

기사승인 2018.03.27  0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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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물류포럼 제140회 조찬간담회 참석 소감

김진향 박사는 「개성공단 사람들」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어 어떤 분인지 알고 싶었고, 주제도 시의적절해 기쁜 마음으로 남북물류포럼 제140회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 조찬포럼 끝 무렵에 사회자(김영윤 회장)가 “변호사들이 3명이나 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냥 웃고 말았지만, 강의를 듣고 몇 가지 나름 의견이 있기는 했다. 본인이 굳이 말하지 않았던 것은 이른 아침에 귀한 시간 내주신 분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평소 세미나 등에 참석하면 본인이 토론자가 아닌 한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때론 그런 자리에서 질문자가 자신의 과거 경력을 설명하는 데 열중하는 일도 있어서 시간이 아깝다고 느낀 경우도 있기는 했다.

아무튼 조찬포럼에서 김진향 박사의 개성공단에 대한 열정에 감명을 받았고, 지원재단에서 공단의 필요성에 대해 대국민 홍보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이야기에는 큰 공감이 갔다. 하지만 발제자가 많은 전문가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자신만 알고 있는 듯 말하지는 않았겠으나, 유엔 결의안을 “꼼꼼히 다 검토를 했다”는 말에는 다소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벌크캐시(bulk cash) 부분을 이야기할 때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북물류포럼이 매달 개최하는 전문가초청 조찬간담회 모습. ⓒ남북물류포럼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벌크캐시 문제 해결이 모두 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옛날 버전이다. 이는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직후 같은 해 3월 채택된 유엔대북제재 결의 2094호에 잘 나타난다. 결의문 제11항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 또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또는 결의 1718호(2006), 1874호(2009), 2087호(2013) 및 금번 결의상 금지된 여타 활동, 또는 결의 1718호(2006), 1874호(2009), 2087호(2013) 및 금번 결의에 의해 부과된 조치들을 회피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 또는 자국 영토에 대해, 자국 영토를 통해 또는 자국 영토로부터 이루어지거나, 자국 국민, 자국법에 따라 조직된 단체(해외지부 포함), 자국 영토 내 개인 또는 금융기관에 대해 또는 이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대량현금(bulk cash)을 포함한 어떠한 금융·여타 자산 또는 재원의 제공을 방지할 것을 결정한다(decide)”고 되어 있다. 단순히 대량현금뿐만 아니라 이를 포함한 “어떠한 금융·여타 자산 또는 재원의 제공을 방지할 것을 결정”한 것이다. 참고로 국제법에서 decide라고 되어 있는 것은 매우 강한 규범력을 갖는 표현이다. 이 문제 때문에 그 이후 개성공단 임금지급이 문제가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위 결의안 이후 유엔이 이미 가동 중인 공단 폐쇄까지는 요구하지 않았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본다. 더구나 그 이후 유엔 제재결의안들에 의한 규제가 계속해서 강화되어 왔기 때문에 결의안 전체를 제대로 검토했어야 했다. 따라서 이미 가동이 중단된 현 상황에서는 제재완화를 통해 재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지 제재의 빈틈을 노려 공단가동을 재개한다면 과연 국제사회가 가만히 있을까? 만일 2016년 2월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더라도 필경 그 이후에 채택된 유엔 제재결의안에서 직접 개성공단을 폐쇄하도록 하거나 폐쇄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직접적인 결의안들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유엔의 입장은 제한된 인도적 지원이나 국제기구 활동을 제외한 모든 외부와의 교류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결의안 해석권도 유엔에 있다. 이런 점에서 제재의 틈새를 찾아 재개를 하면 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만일 그런 주장이 관철되어 정부가 무리하게 재개를 한다면 유엔이나 미국은 기존 제재결의안의 허점을 파고든 정부의 조치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우리 정부만 믿고 기업들이 다시 들어갔다가 유엔의 패쇄 요구에 직면할 경우, 더 큰 낭패가 될 수 있다.

원산지표시 문제도 마찬가지다. 원산지표시는 기본적으로 생산품이 생산되는 곳을 표시하는 것이다. 다만 개성공단 같은 역외가공지역의 경우 원부자재 투입 비율 등에 따라 예외적으로 남한산으로 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아니라 그 생산품을 수입하는 나라가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할 때마다 개성공단 생산품의 원산지 표시를 일정 조건하게 남한산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체결을 해서 해결해 온 것인데, 미국, EU와의 FTA에서는 이 부분 협상을 별도의 한반도역외가공위원회를 만들어 추후 결정하기로 한 상태다. 이는 결국 개성공단 제품의 남한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 원부자재가 들어갔으니 남한산으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밖에도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서는 법적으로 더 많은 선결 과제들이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명섭/ 통인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본 칼럼의 저작권은 남북물류포럼에 있습니다.

한명섭 kolofo.org@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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