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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갑’ 프로그램의 출연제의를 받고

기사승인 2018.03.20  11: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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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이만갑」이라는 프로그램 작가로부터 출연제의를 받았다. 내가 쓴 이 프로그램의 비판 글을 읽었다고 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쓴 글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종편 방송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일명 이만갑)는 남한 시청자로 하여금 북한을 알 수 있게 하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대로 재미도 있고 때로는 감동도 연출한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통째로 무위로 만드는 것이 있다. 경쟁하듯 과장하고 왜곡되게 북한을 전달하는 것이다. 남한의 시청자들은 북한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북한 이야기를 하니, “아 그렇구나” 하고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가보지도 살아보지도 못했으니 그럴 수밖에. 한국에 온 지 몇 년이 넘은 탈북자들이 엊그제 본 것같이 북한 상층부의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그저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이만갑」에서 나오는 북한 이야기는 거의 다 부정적이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북한을 나쁘게 인식하게 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때론 출연자들에 대해 화가 치밀기도 한다. “한국에 있는 탈북 여성 90%가 인신매매를 경험했다”거나 “애를 낳았는데 먹일 게 없어서 소여물에서 옥수수 알을 건져서 먹였다” 등의 이야기는 사실여부를 떠나 꼭 그렇게까지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 함경도나 양강도 탈북민이 평양 부유층들의 일상이나 비리를 자신이 경험한 듯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어떤 생활을 했기에 그런 것들을 다 아는지 궁금하다. 연출된 증언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기도 한다. 오락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북한 현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그렇게도 좋다는 것인가. 북한을 나쁘게 말할수록 남북한 주민들간의 이질감은 더 커질 뿐인데도 말이다. ‘거기에 무슨 남북의 진정한 통합이 있을 수 있겠는가?’ 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북한을 깔아뭉개고 경멸하는 듯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에게 침을 뱉는 행위가 아닐까? 북한에 남은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가려야 할 것은 가려서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출연자 중에는 자신이 경험한 것이 세상의 전부인 양 말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을 과장되게 또 자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남북이 통일해 다정하게 살아가기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출연료 때문에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돈에 양심을 파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돈만 주면 무엇이든지 하는 남한 사회의 폐단에 스스로 빠지는 것이다. 「이만갑」에 나오는 것을 출세(?)의 기회로 삼고, 화면에 자주 노출되기 위해 과장하는 모습을 보이려고만 한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일이다. 얼굴이 예쁘다고 누구나 다 하루아침에 대박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신기루가 될 가능성이 크다. 탈북자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남한 사회에 정착해 직업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비록, 그런 프로그램에 어쩌다 출연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생업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 출연이 결코 오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평생직업을 갖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만갑」에 나오는 사람들이 폐쇄된 북한 사회를 알려주려고 한다면 모름지기 진실에 입각해야 한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과장하거나 조작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프로그램 제작자들도 출연자들이 겪은 일을 가지고 북한 사회가 마치 다 그런 것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지나치게 과장해서 말하게 하는 것은 북한을 증오의 대상으로 멀어지게만 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이만갑」은 이산가족이나 실향민 출신의 일반 주민들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가족을 찾는 탈북자를 출연시켜 실제 사람을 찾은 사례도 있었다. 실향민 가족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퀴즈를 풀어 상품을 주기도 했다. 그 덕분에 2012년 11월 통일부장관으로부터 표창을 받았고, 제3회 「서재필 언론문화상」도 받았다(2013.4.9). 이 프로그램이 제작자 스스로 말하는 “세계 최초 남북소통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면 북한에 대해 비방만 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검증하고 체크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북한에 대해 안 좋은 쪽으로 거짓말을 할 때, 못들은 척 넘어가서는 안 된다. 북한에 대한 경멸 일변도의 이야기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만 높일 뿐, 북한 변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방송에 나온 탈북자가 그 상식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아 버릴 만큼 대북한 우월감에 빠져있다면 그것은 분명 자기모순이다.

나의 글을 읽은 작가가 구태여 나를 출연시키려는 목적은 무엇일까? 이 프로그램이 현재 시도하고 있듯, 전문가의 도움을 빌어 북한을 바르게 인식시키고자 함인가? 그 목적이야 어찌되었건 문제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다. 방송 출연제의를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남들은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본인의 생각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로도 생각할 수 있지만, 저로서는 많이 멋쩍고 걸맞지 않는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이만갑」을 비판한 입장에서 방송에 나가는 것이 내 자존심을 손상시키는 일이 될 것 같다”라고.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본 칼럼의 저작권은 남북물류포럼에 있습니다.

김영윤 kimyyn@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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