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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가격, 환율 이해하기

기사승인 2018.02.20  13: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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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4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시간에 걸쳐 ‘단독공개 21일간의 북한취재’라는 제목으로 최근 북한의 변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식당, 상점, 동물원, 놀이시설, 여명거리의 아파트, 마식령 스키장 등이 소개되었는데, 중간 중간 소개되는 상품과 서비스요금 가격을 눈여겨 보았다. 통화 통합을 연구해온 사람에게 북한의 가격이나 환율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칼럼 쓰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 VOD를 통해 가격이 나오는 부분을 반복해 보았다. 북한 돈의 단위는 우리와 같은 ‘원’이고 KPW로 표기한다. 먼저 이탈리아식당 메뉴판에서 종합삐짜 가격이 1,190북한원, 바스레기조개 스파게띠 가격이 350북한원이었다. 방송에서는 이것이 우리 돈으로 각각 13,000원, 4,000원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마식령스키장에서 스키를 8시간 타는 요금이 복장, 리프트 이용을 포함해 10,050북한원이었다. 외화로 100달러라고 표기되어 있다고 했다. 조금 복잡하지만 북한에서의 표시가격, 우리 원화로 환산해 소개한 가격, 달러 표기 가격을 이용해 북한의 환율을 역산해 보면 1달러당 약 100북한원이 되고 북한원 1원은 한국원화 11원 정도가 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진 다른 가격을 보면 혼란이 온다. 동물원의 어른 입장요금은 3,000북한원으로 위의 환산율을 적용하면 우리 돈으로 33,000원이나 된다. 그런데 외국인 어른의 입장요금은 6유로로 우리 돈 8,000원 정도였다. 어딘가 이상하다. 대형 상점에 진열된 물건들 중 린스가 클로즈업되었는데, 13,900원에서 비싼 것은 48,700북한원이나 되었다. 어떻게 린스 가격이 스파게티 350원의 140배가 될 수 있는가. 방송 멘트는 ‘이러한 고가 사치품도 있다’였는데 앞의 환산율을 적용할 때 고급린스라도 우리 돈으로 50만원이 넘는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부조화는 북한의 국정가격과 국정환율, 시장가격과 시장환율을 고려해야만 설명이 된다. 여기에 생활비에 비해 턱없이 낮은 공식급여는 북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이해하고, 후에 남북한간에 통화 통합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초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북한원화의 공식환율(국정환율)은 조선무역은행이 고시하는데 시계열자료는 독일연방은행(Bundesbank)이 매월 제공하는 미 달러화 및 유로화에 대한 매입·매도율 통계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북한원화/미달러의 매입·매도 평균환율은 107.34, 12월은 105.42였다. 앞에서 역산해 보았던 환율 100원과 거의 같다. 그런데 단둥이나 연길 등의 기념품 가게에서는 북한 지폐 5000원, 1000원, 500원, 200원, 100원, 50원, 10원, 5월, 1원, 액면합계 6,866북한원을 모아놓은 북한돈 모음집을 우리 돈 5,000원(5달러) 미만으로 살 수 있다. 공식환율로 하자면 60달러가 넘는데 이렇게 ‘기념품’으로 헐값에 팔린다는 것은 그 화폐, 그리고 공식환율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외화에 대한 북한원화의 실제 가격을 반영하는‘시장환율’은 북한소식을 전하는 dailyNK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여기에는 평양, 신의주, 혜산에서의 시장환율이 제공되는데 공식환율과 비교해 보면 2009년 이후 그 차이가 확연히 벌어져서 2013년 이후는 8,000북한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8. 1. 24일 환율은 평양 8,000~혜산 8,105원이다. 공식환율과 무려 80배나 차이가 난다. 1달러를 공식환율로 바꾸면 107북한원에 불과하지만 시장환율로는 8,000원 넘게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앞의 가격을 다시 보자. 스파게티 350원은 아마도 북한주민들이 식당이용권을 가지고 방문할 때 적용되는 가격일 것이다. 공식환율을 적용하면 3.3달러 정도이니 이해가 된다. 그리고 상점에서 파는 린스 13,900북한원 짜리는 시장환율을 적용하면 1.7달러 정도이니 이것도 이해가 간다. 이처럼 국정가격과 공식환율, 시장가격과 시장환율이 괴리를 보이게 된 것은 배급제도의 작동이 약화된 것, 그리고 2009년에 실시된 몰수적 화폐개혁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화폐개혁에서 기존 100원을 1원(저금은 10:1)으로, 그것도 일정 한도까지만 새 화폐로 교환해주었고, 월급은 바로 1:1로 복원시켰다. 북한원화로 모아놓은 저축만 거의 박탈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은 북한주민들이 자국화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후 돈만 생기면 달러나 위안화로 보관을 하고, 어지간한 거래도 외화로 하는 일이 일반화되었다. 화폐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저장수단이나 교환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앞에서 가격체계를 이해하기 어려웠듯이 가치척도로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자국화 대신 외화가 화폐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을 외화통용현상(달러라이제이션)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더 큰 문제는 개인들이 은행에 외화를 맡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괜히 달러나 위안화로 예금을 했다가 외화로 찾지 못하거나, 찾을 때 공식환율로 계산해 북한원화로 받으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당국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짜내고 있다. 휴대폰 기기나 요금을 달러화로 받고, 외화카드를 발행하거나 높은 이자를 주는 외화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당국이 외화를 보유하는 것은 특히 제재 국면에서의 버퍼를 확보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장환율의 움직임은 북한의 외환사정을 보는 중요한 지표다. 우리는 외환위기의 경험을 통해 외화의 부족이 어떤 어려움을 초래하는지를 보았다. 동독은 몰락 직전에야 정책당국자들조차 외환 보유에 대한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북한은 제재국면에서도 아직은 시장환율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가능한지,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지 많은 관심이 두어지는 이유이다.

김영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초청연구위원

*본 칼럼의 저작권은 남북물류포럼에 있습니다.

김영찬 kolofo.org@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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