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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회담’을 제안한다

기사승인 2018.02.01  08: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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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평화공세, 전략적 변화인가?

금년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예상을 넘어 충격적인 것이었다.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경사로 표현하고 응당 도와야 한다고 했으며, 남북당국회담을 시급히 열어야 한다고도 했다. 남한 당국은 물론 야당과 각계각층간의 내왕이 이루어져야 하며, 남북관계를 막는 제도적 장치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신년사 이후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탔다. 우리는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사회가 그토록 종용했던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확정되는 것을 넘어 경의선과 판문점, 그리고 동해선 등 남북을 연결하는 3대 통로가 모두 재개통되었다. 남북을 오고가는 인원의 왕래와 행보를 보면 2007년 10.4 선언 당시로 되돌아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히 북한의 전방위적인 대남평화공세라고 할 것이다.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어디에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1월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북한은 우리 측이 언급한 비핵화 표현에 대해 장황하고도 격하게 반발한 터다. 북한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대북국제제재와 미국의 군사적 압박으로 초래된 고립무원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남북관계라는 우회로를 출구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누적된 대북제재조치로 북한 수출의 90%이상이 차단되었으며, 원유를 포함한 석유제품의 수입은 절반가량 축소된 상태다. 일반적인 국가라면 당장 경제파탄의 위기에 직면할 상황이다. 특히 북한 경제가 의존하고 있는 장마당 경제는 대북제재에 취약하다. 북한의 대남공세는 핵은 보유하면서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확대를 통해 대북제재 국제공조체제를 이완시키고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최근 북한의 대남공세를 전술적 차원의 변화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이미 지난 해 11월 29일 화성 15형 발사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신년사에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이제 핵실험과 ICBM발사는 당장 급한 것이 아닌 것이 된다. 기술적 차원에서 보면 북한 ICBM의 완성을 위해서는 아직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많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둘러 국가핵무력 완성을 정치적으로 선언한 것은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북‧미협상과 남북관계의 전면적 재개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전략적 차원에서 핵·미사일 개발 일정을 정치적으로 단축시킨 결과로 볼 소지가 있다. 북한의 대남평화공세는 돌발 변수가 없는 한 평창이후에도 지속될 개연성이 크다.

심화되는 미국의 대북 군사압박

남북한 간의 해빙 무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기조는 지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강화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1월 11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스텔스 폭격기인 B-2 스피릿 3대가 전진 배치되었으며, 1월 16일에는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 폭격기 6대가 증파되었다. 이미 주둔하고 있는 B-1B 랜서와 함께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3총사가 괌에 모두 집결한 셈이다. 특히 B-52 폭격기와 함께 증파된 300여명의 병력은 항공기의 운용 유지 병력이라는 점에서 일시적인 전개로 볼 수 없다. 이외에도 이미 괌에는 2200여명의 해병대 병력을 실은 강습상륙함(LHA 6)이 정박해 있는 상황이다.

주일 미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으며, 일본 내 미 공군기지에 항공기가 증파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1월 13일에는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 와스프(LHD 1)가 일본 사세보에 도착했으며, 이 배에는 스텔스 전투기인 F-35B 라이트닝Ⅱ가 탑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핵항모인 칼빈슨함(CVN 70)을 주축으로 한 제1항모 강습단도 한반도로 항해중이며, 일본의 요코스카항을 모항으로 하는 미국의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도 대기 중인 상태다.

1월 16일에는 전자전기 EC-130 컴퍼스 콜이 오산의 미 공군기지에 전개되었다. 컴퍼스 콜은 C-130 허큘리스를 개조해 역정보전과 전자공격능력을 갖춤으로써 항공‧해상‧특수작전을 지원하도록 만들어진 대형의 전자전기로 미국에도 14대 밖에 없는 기종이다. 특히 컴퍼스 콜은 높은 고도에서 적진에 대해 광범위한 심리전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까지 미군은 한반도에서 단독으로 북한에 대한 심리전을 전개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은 물리적 전쟁 이전에 심리전을 전개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미군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심리전에 많은 비용을 쏟아 부었다.

미군은 이미 지난해 말 한반도 인근해역에 3척의 항모전단을 집결시킨 바 있으며, 대규모 한미 연합공군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실시했다. 항모 1척의 작전반경이 1000km라는 점에서 3척의 항모가 작전하는 상황은 전시 이외에는 상정하기 어렵다. 하루 500여회의 항공기 이착륙 훈련을 실시한 비질런트 에이스 역시 전시를 가상한 훈련이다.

얼마 전 하와이에 난데없이 미사일 경보가 울린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하와이는 북한이 그 동안 보여준 중장거리 미사일 능력으로 볼 때 유사시 북한의 공격이 예상되는 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군의 움직임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해 보인다. 언제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언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하는 북핵문제에 대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대화를 우선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써서라도 북핵문제는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의 사용은 매우 많은 제약과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실행가능성보다는 대화를 위한 압박의 수단일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역사상 많은 무력충돌이 우발적인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소 ‘황당’해 보이는 자신의 공약들을 모두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반이민법, 파리기후협약 탈퇴,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등이 그것이다. 미군의 움직임을 예사롭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소모적인 ‘평양올림픽’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일련의 행보를 두고 ‘평양올림픽’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토록 공을 들인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성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여자아이스 하키 남북한 단일팀 구성이나 개회식 입장 시 한반도기 사용 등을 놓고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며,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의 방남에 대해서도 과잉의전이니 저자세니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10여 년간 누적된 국민들의 북한문제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에 기인한 바 크다.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향해 무한질주를 해왔으며, 고위층에 대한 끊임없는 유혈숙청과 함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하였는데, 이러한 일련의 일들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정부의 대응은 아쉬움이 남는다. 단일팀 구성에 대해 선수단과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야 하는 절박함을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미간 그것도 최고 지도자 사이에 ‘화염과 분노’니 ‘태평양 상공의 수폭실험’이니 하는 험악한 말들이 난무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라는 언급이 가장 많았던 것이 지난해이다. 때문에 선수단의 피해가 없다느니 최소화하겠다느니 하는 옹색한 설명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지켜야 하는 당위성과 절박함이라는 상위의 담론을 제시하고 선수단과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7 개신교·천주교 연합 성탄음악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북한이 국제규범과 질서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우리도 그런 행태를 보일 수는 없다. 북한이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위협을 무기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이 얻고자 하는 실리를 추구한다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평화를 지켜야만 한다. 풍전등화의 한반도 평화가 깨진다면 그 비극적인 피해의 대부분은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둘러싼 행보를 대승적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고 이를 계기로 위태로운 한반도 평화를 지켜낼 수 있다면 작은 양보는 문제될 일이 아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으며 미국은 군사적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북핵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생각이다. 때문에 극한으로 치닫는 북·미간의 대립과 한반도 무력충돌의 위기를 막을 수만 있다면 어떤 처방도 가리지 말아야 한다. 한가롭게 ‘평양올림픽’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평창을 넘어 한반도 ‘평화회담’을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평창이후이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으며,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은 심화되고 있다. 미국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한국의 의사를 존중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올림픽기간에 한정된 것이다. 당장 평창 이후 한‧미군사연습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 경우 북한의 반발은 자명한 일이다. 한‧미군사연습의 재개와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이 실행되고 이에 대해 북한이 핵‧미사일 카드로 대응한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상황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 2018년 4월 위기설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문제는 북·미간의 대치가 다시 심화될 경우 이를 중화시킬 수 있는 평창올림픽과 같은 카드가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평창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며, 미국은 남북대화 무용론을 들고 나와 한국 정부를 압박해올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든 평창의 동력을 평창이후 한반도 평화의 계기로 연결시키는 창의적 발상과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과 미국도 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압박국면의 완화가 필요하며, 미국 역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의 사용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틸러슨 장관이 북‧미간에 2, 3개 대화채널을 열어놓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협상이 본격화되지 않는 것은 한마디로 ‘가격차’에 기인한다. 미국은 명백한 비핵화협상을, 북한은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의 군축회담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회담’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형식의 대화틀은 한반도 문제의 본질인 핵과 평화를 모두 다룰 수 있는 회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경우 미국에게는 핵을 의제로 한 회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에게는 당장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할 수 있다. 이는 현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 모두 명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대화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방안에 해당한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의 비핵화는 장기간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태에서 상황의 악화를 방지하고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회담’의 개최를 통해 핵문제는 물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양한 의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룰 경우 북‧미간의 이견이 좁혀질 개연성이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한반도라는 불바다 위에서 열리는 얼음 축제다. 축제가 끝나면 다시 불바다의 폭풍이 몰아닥칠지 모른다.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정쟁에 빠질 만큼 한가롭지 않다. 우리는 어떻게든 어렵게 만든 한반도 평화의 불씨를 살려 평창이후로 연결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우리 모두 대승적 차원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바라볼 일이며, 정부는 국민의 숙망과 인내를 존중하고 모든 지혜의 창을 열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의 저작권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에 있습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inst1@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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