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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자주외교 시동, 오랜만에 칭찬할 일 생겨서 기쁘다”

기사승인 2017.11.22  10: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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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완상 전 부총리, 평화통일연대 월례세미나에서 문재인 정부 ‘3불 정책’ 호평

“지난 6개월 동안 한국 외교가 어디로 가는지 답답했던 한 사람으로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오랜만에 자주적 외교라는 게 나타났구나 하는 반가움이 있다. 운전대는 못 잡더라도 조수 역할은 하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한완상 전 부총리의 말이다. 한 전 부총리는 (사)평화통일연대가 21일 오전 연세대 루스채플 원일한홀에서 개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상상력,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주제의 월례 세미나에서 발제를 통해 최근 문재인 정부가 밝힌 ‘3불 정책’, 즉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 불가입, 사드 추가 불배치, 한미일 3국 군사동맹 불가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한완상 전 부총리가 (사)평화통일연대가 21일 오전 연세대 루스채플 원일한홀에서 개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상상력,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주제의 월례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한 전 부총리는 “트럼프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한미일 동맹을 통해 북한을 옥죄려 했지만 실패했다.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잘 하는 것 같진 않은데 이번에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해 노(NO) 한 것은 잘 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를 제안했던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해 문 대통령이 참여를 유보한 것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한 전 부총리는 “인도-태평양 구상은 아베의 제안을 트럼프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빠지더라도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같은 해양세력이 결합하는 것을 의미하고, 인도와 협력하면 태평양은 물론 중동 진출에도 도움이 된다. 일대일로의 중국 제국을 대응하는 대안적 국제 체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오랜만에 문 대통령을 칭찬해서 기쁘다. 칭찬할 일이 없었는데.”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대해서는 “미국이 위대해지는 게 아닌 중국이 위대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을 더 위대하게 하는 분위기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트럼프 자신이 그렇게 하면서 신고립주의로 간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불참하기로 한 사례를 꼽았다. 그는 “오바마가 만든 것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글로벌 리더십을 포기한 것”이라며 “성품상 트럼프는 리더십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인데 스스로 포기했다. 글로벌 리더십을 놓으니까 시진핑은 공산당대회를 통해 재빨리 공백을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서는 “이번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에서 제일 불안했던 사람이 아베”라며 “일본에서 황제처럼 트럼프를 총력으로 대접했는데 그 이유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통해 중국을 옥죄는 것이었다. 그게 깨지면서 트럼프가 시진핑 앞에서 아양 떠는 걸 보고 ‘대접은 일본서 받고...’ 이런 섭섭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베는 트럼프의 푸들처럼 대접받았다. 그런데 시진핑 앞에서는 황제를 알현하는 특사 같은 트럼프의 모습을 보고 아베는 굉장히 불쾌했을 것이다. 아베는 ‘내가 추구하려는 외교정책에 큰 장애가 되겠구나’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부총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칭찬하거나 시진핑 주석 앞에서 중국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못한 점을 들면서 “강자한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트럼프다. 인격적으로 가장 수준 낮은 품성”이라며 “이걸 보며 아베가 ‘결과적으로 우리가 왕따 당했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아시아 순방 끝에서 아베의 표정이 떨떠름했던 것을 집중적으로 봤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우리나라에 와서 막말을 하지 않겠나 했는데 국회에서 북한에 대해 막말 한 것 외엔 점잖았다”며 “특히 문 대통령이 너무 얌전하고 신사니까 우리나라를 무시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트럼프가 문 대통령을 칭찬했다. 그것은 문 대통령의 성격을 보고 칭찬한 게 아니고 그 뒤에 촛불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그걸 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한미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거라고 봤다. 한 전 부총리는 “앞으로가 문제”라고 운을 뗀 뒤 “미국과 일본이 더 교묘하게 우리의 외교 역량을 테스트하고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는 아시아 순방 후 미국 언론에 ‘잘했다’고 자평했는데 미국 언론들의 평가가 나오면 ‘엄청나게 실수했구나’ 하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오는 압박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역대 대한(對韓)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1905년 미국과 일본 사이에 맺은 가쓰라-태프트 밀약 직후 우리나라는 을사늑약을 체결당했다”며 “이미 해양대국인 미국과 욱일승천하는 일본이 결탁해 한반도를 강점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부총리는 “미일 유대에 대해 우리 기독교인들이 정신 좀 차려야 한다”며 “(한국에 온) 미국 선교사들은 고맙지만 그들이 속했던 나라의 패권주의적 해양대국의 외교정책은 서구 나라들과 달랐다. 그걸 통해 우리가 식민지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과 일본이 서로 적으로 대결했던 제2차 세계대전이 1945년 5월 히틀러의 죽음과 3개월 뒤 일본 원폭으로 끝난 뒤, 즉 국내에서는 해방의 감격이 넘치던 때를 설명하며 “미국은 자신들의 주적을 독일도 일본도 아닌 소련으로 봤다”며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을 미국 국무성이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남하하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대령급 3명을 뽑아 남하저지선을 그으라고 지시했고, 그들은 38선을 선택했다. 학자에 따라 (38선을 결정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을) 5초, 20분, 30분이라고 하는데, 민족의 운명이 이렇게 빨리 결정됐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내가 국정교과서를 집필하는 학자라면 이 부분은 각주를 붙여서 강조하고 싶다. 이명박-박근혜 때 역사교과서를 고치려 했다는 것, 거기에 메가처치(대형교회)들이 자진납부했던 걸 보며 기독교인 되는 걸 포기하고 싶었다. 부끄러워서 기독교인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그 사람들이 모두 성조기, 십자가 들고 광장에 나왔다”고 비판했다.

21일 오전 (사)평화통일연대가 연세대 루스채플 원일한홀에서 개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상상력,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주제 월례 세미나 모습. ⓒ유코리아뉴스

1951년 9월 미국과 일본 사이에 맺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한 전 부총리에 따르면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키워야 한다고 했고 그 방법으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꺼냈다. 이 조약의 핵심은 일본의 1급 전범 가운데 소련에 대응할 사람들 살리는 것이었고, 거기에 현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같은 사람들이 끼어 있었다. 한 전 부총리는 “이 조약이 오늘 21세기 동북아 정치지형을 만든 틀”이라며 “지금 한반도 전쟁위기의 고조를 낳고 있는 그 규범을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국내적으로나 사법적으로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가 아니다. 어떻게 기시 노부스케를 사면해서 총리가 되게 하는가. 이 맥이 보이지 않나”라고 되묻고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영훈 목사님이 오실 줄 알았는데...”라며 ‘한국교회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이 목사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새길교회 장로이기도 한 그는 “나는 장로니까 예배 시간에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이라고 기도하지만 속으로는 ‘도대체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를 이렇게 주관하십니까?’ 솔직히 이렇게 기도하고 싶다. ‘솔직히 하나님이 한국사를 잘못 주관하십니다’ 이렇게 기도할 때가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북핵, 남북관계, 종교개혁과 세습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우선 북핵 문제에 대해 한 전 부총리는 “왜 북한이 핵개발에 올인하는 것인지에 대해 우리가 자성적으로 보는 관점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북이 핵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미국과 직접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김일성부터 손주(김정은)까지 내려오는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에서 볼 때 남쪽은 주체적 힘이 없으니까 주인하고 얘기하고 싶어 한다. 주인하고도 협상했는데 오늘 협상하고(9.19 공동성명) 그 다음날 BDA 문제로 다 뒤엎었다. 9.19 공동성명을 보면 한반도 평화협정 로드맵이 확실하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케리 국무장관도 ‘9.19대로 하면 북핵 문제 해결되겠네’라고 실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무부가 재무부나 국방부보다 힘이 약하다 보니 북미 협상이 지켜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손주(김정은)는 할아버지 때와 마찬가지로 속으로는 미국과 대결해서 이기겠다는 생각은 절대 안하고 핵개발을 통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겠다는 생각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돌파구와 관련해서는 “3불 정책을 내용적으로 더 충실히 다듬어서 역사에 남는 자주적 외교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금년 말이나 내년 초에 우리 정부 남북관계 부처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외교에 자주파, 동맹파가 있는 게 분명하지만 동맹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것은 경제 잘한다고 남는 게 아니다. 대통령을 모시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청와대의 모든 관심은 신문이 대통령과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인데, 이런 미시적인 데 집중하다가 5년의 큰 그림을 놓쳐버리고 만다. 김영삼 대통령도, DJ도, 노무현 정부도 개혁의 큰 그림을 그리고 그렇게 시도했지만 보수세력의 공격에 실패하고 말았다. 문재인은 안그렇다고 할 수 있나?”라며 “지금은 외교를 통해 평화를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렵지만, 문 대통령 스스로는 절대 강한 사람이 아니지만 촛불의 힘 때문에 강하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촛불의 힘을 잃는 순간 모든 걸 잃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개혁과 세습문제과 관련해 ‘한국교회 다수가 보수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느냐?’는 물음에 한 전 부총리는 “예장통합 교단에서 가장 큰 교회, 세계교회협의회(WCC)에 기여한 교회까지 저렇게 세습을 밀어붙이는 걸 보면 그게 소수냐 다수냐의 문제가 아닌 트렌드의 문제인 것 같다”며 “태극기 집회를 지나가다 보면 이름 부르는 게 ‘집사님, 장로님’이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지나간 지 오래됐다. 천당 가는 걸로 대체했다. 종교개혁이 실패한 건 하나님 나라가 뭔지 이해를 못하고 전부 천당 가는 걸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자교단이라고 하는 예장통합이나 예장합동이 그 주류에서 더 악화되는 조짐을 보인다. 그게 너무 안타깝다”고 피력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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