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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해결 국면 전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기사승인 2017.11.09  11: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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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의 1라운드가 끝나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5일부터 7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내각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한국을 찾아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국회에서 연설했다. 11월 8일 한국을 출발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10일까지 머물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이처럼 동북아 3개국 순방으로 1라운드를 마치는 트럼프 대통령은 10~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2~13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창립 50주년 기념식 참석 등의 2라운드 일정을 마친 뒤 귀국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동아시아 주요국을 차례로 방문하며 경제 및 안보와 관련해 많은 의제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한·일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 문재인 대통령과 북핵문제 등 안보적 사안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공고한 미·일동맹을 토대로 북한의 위협에 양국이 함께 대응하고,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되며,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한으로 높여야 한다고 합의했다. 이와 함께 미·일 정상은 ‘인도-태평양(India-Pacific) 전략’을 공동의 외교전략으로 표명했다.

11월 7일 한국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는 아직 군사적 행동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모든 가용한 방법을 사용했다”며 세 척의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한반도 주변에 배치돼 있음을 거론한 뒤 “이런 식의 힘을 과시한 적이 없다”고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요컨대,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 강화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동맹국들의 결의를 더욱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가운데 한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북한과의 직접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서 우리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좋고, 전 세계 시민들에게도 좋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움직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북 제재·압박 강화 국면을 유지하는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확대정상회담 모습. 청와대 제공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지난 9월 15일 이후 2개월 가까이 핵·미사일과 관련된 고강도 무력시위를 하지 않는 것은 긍정적 여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9월 22일 ‘국무위원장’ 명의로 미국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미사일 관련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도발적 행동과 관련된 가시적인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숨을 고르는 이유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의 러시아 방문 등에서 나름 북한의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제19차 공산당 대회 개최 준비 등으로 대외정책에서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중국을 대신해 러시아가 북·미간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교량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중관계 회복 선언 역시 청신호이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로 촉발돼 1년 4개월 동안 지속됐던 한·중간 갈등은 양국이 최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봉합되는 모양새이다. 지난 9월 양국 고위 당국자간 비공식 접촉을 시작으로 물밑 접촉을 이어가며 관계 정상화 방안을 모색한 지 약 2개월 만인 10월 31일 양국은 그간의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한·중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차 확인”하고 “모든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재천명”하며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같은 날 한·중은 베이징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 억제 및 긴장 완화 등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양국은 “특히, 북한의 도발 부재를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면서 평창 올림픽을 ‘평화의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모든 외교적 수단을 활용해 북한을 조속히 비핵화 대화로 복귀시킬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대화 재개 방안 마련을 위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우리(한국)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이러한 노력이 실질적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일이 공동의 외교전략으로 채택한 인도-태평양 전략이 안보 및 경제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미·중 갈등이 보다 첨예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의 지평을 넓혀가겠다고 했지만, 두 강대국간 갈등의 심화는 우리의 외교 공간을 좁히는 요인이다. 특히, 중국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대북 제재·압박 강화를 확실히 하는 상황은 우리가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발전적 해법’을 구상하는 데 구조적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로 불거졌던 외교적 어려움이 재현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무엇보다 북한은 도발적 행위가 없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과 관련된 도발적 행위를 감행한다면, 최근 2개월에 걸쳐 조성된 국면 전환 모색 분위기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적 행위는 한·미의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며 한반도 정세를 긴장 고조라는 악순환의 질곡에 다시 빠지게 할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으로 여건이 여의치 않아 북한이 평창 동계 올림픽에 불참한다면, 이는 북한 스스로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음을 자인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5원칙(▲한반도 평화 정착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과 10월 3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강조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압박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긴요하다. 또한 남북관계 복원·정상화와 성공적인 평창 올림픽이 되기 위해서도 대북특사 파견과 같이 ‘운전자론’에 걸맞는 특단의 조치 추진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면 전환 모색 분위기를 이어가고 고조시켜 나감으로써 ‘평화의 축전’인 평창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한반도 정세 전환과 남북관계 개선의 결정적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필요할 경우, 평창 올림픽과 기간이 겹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수위를 조절하는 방안도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은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에도 부정적 여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로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발전적 해법’을 마련해 미·중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국면 전환을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이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이 칼럼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제공합니다.

박정진 jjpark@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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