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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미국에 붙어야 한다’는 조선일보

기사승인 2017.11.07  09: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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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늘 방한한다.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을지, 아니면 위기를 더 격화시킬지 분수령이 되는 중요한 계기다. 우리 정부로서는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한미 동맹을 더욱 견고히 하는 것과 동시에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도 발전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꽉 막힌 남북 관계를 풀어 한반도 긴장을 낮추고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만들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것이 지금 문재인 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 한반도 문제 해법 5원칙을 제시한 것도, 지난 3일 CNA 인터뷰에서 “저는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정부의 역할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감사 답변에서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MD)체계 가입하지 않는다 △사드 추가 배치하지 않는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등 이른바 ‘3불 정책’을 발표했다. 이 역시 북핵 문제를 빌미로 자칫 한반도를 전선으로 하는 한미일-북중러 신 냉전 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환영할 일이다.

국내 언론은 대체로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한 찬성 입장과 함께 자칫 대미 관계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우려마저도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되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거나 이를 위해서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정도다. <조선일보>처럼 대놓고 ‘대미 편승 외교’를 말한 언론은 없다.

한미 양국 정상이 지난 6월 29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청와대

<조선일보>는 6일자 ‘최상의 관계를 과시하는 트럼프와 아베를 보며’ 제목의 사설에서 아베의 트럼프 환대와 한국의 트럼프 홀대를 대비시켰다. 사설은 “아베는 트럼프의 이번 방일을 계기로 미·일 관계를 더 긴밀하게 만들어 국익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 그것이 아베에 대한 국내 정치적 지지로 연결되고 있다. 아베는 지난 3일엔 트럼프의 딸 이방카를 도쿄 식당에서 대접했다”고 평했다.

반면 트럼프 방한과 관련해서는 “트럼프는 미 대통령으로서는 25년 만에 7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25시간의 방한 일정은 확대정상회담, 공식 만찬, 국회 연설, 미군 기지 방문으로 짜였다. 모두 의미 있는 일정이지만 가장 중요한 정상간의 유대를 깊게 할 특별한 행사나 만남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국민을 별도로 만나는 일정도 없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지금 세계에서 미국의 힘을 가장 잘 활용해야 할 나라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다. 북핵 사태는 미국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 거친 동북아에서 한국에 대해 패권욕 없이 방파제 역할을 할 나라도 오직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며 “그런데 미·일은 미·영 관계를 방불케 할 정도로 최상의 관계를 과시하고 있는 데 반해 한·미 관계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관계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방한에 맞춰 잇따르고 있는 반 트럼프 집회에 대해서도 “미국 없이는 북한군 동향 파악은 물론 장사정포 공격 하나 제대로 방어할 수 없는 나라에서 이 철없는 세력들은 용감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알 수 없다”며 “이대로 계속 가면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아베와 먼저 상의하는 순서가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국 중에서 한국 국회에서만 연설하는 ‘유일무이하며 특별한 방문’이라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의미를 부여한 부분은 뭔가. 반 트럼프 시위를 ‘철없는 세력들’이라고 한 부분도 이해할 수 없다. 트럼프의 잇따른 강경 발언은 미국 내에서조차 거센 반대 시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의 발언이 자칫 한반도 전쟁까지 불러올 수 있는 상황에서 피해국 국민으로서 ‘반대’를 외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런 반응일 것이다. 이런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데 ‘환영’만 하거나 침묵하고 있다면 그게 더 부자연스런 일 아닌가. 심지어 <조선일보>는 같은 날 反美 시위로 부활 시도하는 통진당 세력’ 제목의 또 다른 사설에서 이 같은 반 트럼프 시위를 “옛 통진당의 부활”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비판도 과하면 격이 떨어지는 법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6일자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의 노골적인 친미 편승을 촉구하는 칼럼이다(장기판의 卒). 김 고문은 한국전쟁 때와 1972년 미중 국교 정상화 협의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되었던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논리와 전략 앞에서 속수무책임을 깨닫는다”며 “우리는 그들의 장기판 위에 놓여 있는 한 조각의 졸(卒)일 뿐이고 그들이 세계를 요리하는 데 있어 이리저리 휘둘리는 작은 도구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그런 강대국 관리 체제하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는 길이 무엇이냐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약소국이 살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 붙느냐가 관건이다. 우리가 아무리 다가가도 중국은 북한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 결론은 미국과의 우호를 견지하며 시간을 벌면서 군사력(그것이 핵이든 핵 억지력이든)을 키워 북한을 제어하는 것이 우리로서는 최선이다. 그것은 이념의 문제도, 자존심의 문제도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우리가 미국 쪽에 붙어 있는 한 최소한 중국은 우리를 어쩌지 못할 것이며 북한은 쉽게 군사력을 남하(南下)시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로서는 미국과 '같이 가는 것'이다.”

언론인이나 언론에서 외교 문제를 언급하며 ‘한 쪽에 붙는다’고 하는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격의 문제다. <조선일보> 표현처럼 ‘한 쪽에 붙는다’고 치자. 그건 대미 편승 외교를 말하는데,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외교 전철을 밟자는 것인가. 그 결과는 남북관계 단절, 한반도 긴장 격화다. 대미 편승 외교야말로 한국을 장기판의 졸로 만드는 첩경이다. 남북관계를 회복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도 중국과도 당당한 외교를 해야지만 한국 주도의 한반도 시대가 열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선일보>의 대미 편승 외교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외교·안보인가 묻고 싶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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