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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변호사’ 장경욱이 말하는 종북몰이

기사승인 2017.10.14  19: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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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소위 ‘종북변호사’다. 아마도 국가보안법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오랫동안 노력해온 과정에서 언제부터인가 그런 딱지가 붙었다. 분명한 것은 국가보안법 사건의 변론활동을 고깝게 여기는 ‘그들’이 붙인 종북몰이용 타이틀이라는 것이다. 특히 탈북자 간첩조작 사건의 진실을 밝힌 이후 필자에 대한 종북 변호사 공세는 더욱 심해졌다.

그들은 종북변호사라는 낙인으로 악마화된 북과 연결하여 필자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 하였다. 종북 변호사로 공격하는 그들의 집요한 공세에 맞서 싸우는 과정은 지난한 과정이었다. 그 표적이 될 때마다 공포가 엄습했다. 공포에 주눅 들지 않기 위해 정신무장을 단단히 해야 했다. 진실과 양심의 편에 서 있기에 두려움 없이 용기 내어 나아가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종북몰이를 당하는 표적이 된 입장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들이 아니라 무엇보다 주위의 반응이었다. 종북몰이에 취약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신변을 걱정하며 조심하고 신중하라는 충고가 대부분이었다. 종북몰이 공세가 심해질수록 그에 정면으로 맞서 함께 힘을 모아 맞서나가는 게 절실함에도 선뜻 믿어주기보다는 필자의 섣부른 과격한 언행이 괜히 종북몰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를 탓하는 의구심들이 많았다. 종북몰이에 맞서 함께 싸우는 연대의식을 키우는 것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장경욱 변호사는 소위 ‘종북 변호사’다. 국가보안법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오랫동안 노력해온 과정에서 그런 딱지가 붙었다. 분명한 것은 국가보안법 사건의 변론활동을 고깝게 여기는 ‘그들’이 붙인 종북몰이용 타이틀이라는 것이다. (자료사진)

종북몰이의 사례

이 글에서는 필자에 대한 종북몰이를 살펴보며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종북몰이의 실체와 원인, 극복방안에 대하여 나름의 의견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들의 필자에 대한 종북몰이 공세는 부지기수다. 수구언론에 퍼뜨렸던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2015년 10월 29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유우성의 경우다. 그는 동생 유가려의 회유와 강요에 의한 ‘자백’으로 하루아침에 공무원에서 간첩 신세로 전락했다.

“유가려가 국가정보원,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오빠 유우성의 범죄사실을 일관되게 자백하였으나 유우성과 유가려 변호에 참여하면서, 유가려의 증언으로 유우성이 중형을 받게 될 것이라는 등 혈연관계에 있는 유가려 감성을 집요하게 자극하여 대성통곡까지 하게 하였고, 이후 유가려에 대한 진술번복을 종용하였다.”

“2012년 7월 수사 중인 보위사령부 여간첩 사건 피의자를 접견하면서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하고, 중국에서 위폐 거래를 한 사실로 검사가 5년형을 내릴 수 있으니 보위부 문제를 모두 거짓으로 해야 한다며 허위진술을 사주하자, 이에 불안감을 느낀 피의자가 국가정보원장 앞으로 ‘북한의 세습체제를 미화하는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분이 나를 변호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우송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국가보안법 수사 관련 국가정보원이 피의자 인권과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변호인들도 조사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피의자 조력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이 마치 변호인의 조력을 막는 것처럼 수사관의 꼬투리를 잡거나 수사관을 자극하는 언동을 하며, 진술하려는 피의자에게 증거인멸 묵비를 종용하고, 피의자 신문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더 이상 수사가 진행될 수 없음을 고지한 후 퇴거를 요구하자 큰 소리로 폭언을 하며 담당수사관과 몸싸움을 시도하는 등 국가보안법사건 피의자들에게 신문투쟁을 교사하거나 극렬하게 수사를 방해하며 정당한 수사행위를 왜곡하고 악의적으로 선전하여 간첩사건의 본질을 흐리는데 주력하였다.”

그들은 국가보안법사건에서 필자의 변호활동이 변호인의 방어권을 넘어 대한민국 대공사건과 대공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범죄행위라고 하여 사법처리를 주장하였다. 또한 현 대한민국의 형사법에서는 변호인 접견권에 대해 아무런 제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피의자 인권보호와 변호사의 조력권을 빙자한 수사방해를 막을 수 없는 구조라고 하면서,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안보현실을 감안하여 간첩사건 등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실체적 진실규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것이 당연하므로 변호인 조력권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들이야말로 변호인의 정당한 변론활동마저 종북몰이 대상으로 삼아 변호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고문·가혹행위로 탈북자를 간첩으로 조작하였는가 하면, 이러한 탈북자 간첩조작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외국공문서까지 위조하며 조작간첩을 유죄로 만들기 위하여 발악하였으며, 외국공문서 위조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간첩조작 사실은 인정하지 않은 채 외국공문서 증거조작에 대한 대국민사과 후 바로 보위사령부 직파 간첩사건을 조작하여 발표하였다.

그러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무죄에 이어 보위사령부 직파 간첩조작 사건 또한 1심에서 무죄로 선고되자 급기야 간첩 사건 무죄선고의 주요한 원인 중에는 법원의 국가안보에 대한 책임 결여도 있다고 하며 법원을 길들이고자 공작하였고, 간첩조작 사건을 밝힌 변호인을 허위사실로써 징계하고자 직권을 남용하여 무고하였으며,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에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조직적으로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대응수단이 필요하다며 국가보안법사건에서 변호인의 조력권을 제한하는 한국판 애국법 제정을 기도하였다.

그들은 분단·적대에 기반한 기득권 유지 차원의 종북몰이를 위해 간첩을 조작하였고, 간첩조작의 범죄행위가 쉽게 들통 나지 않도록 국민들을 길들이기 위해 종북몰이를 일삼았고, 간첩조작이 들통나자 이를 감추기 위해 종북몰이를 사용하였다. 그들에게 종북몰이는 그들의 안위를 위해 국민을 길들이는 통치용 채찍에 다름 아닌 것이다.

분단대치의 위기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위한 간첩 수사에는 변호인 조력권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그들의 주장은 거짓이다. 그동안의 역사와 현실은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게 한다. 국가보안법사건에서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의 수사활동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하지 않고 견제할 힘도 없었기에 국가안보를 빙자한 간첩조작을 막을 수 없는 구조였고, 따라서 간첩조작을 통한 종북몰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사건에서 변호인 조력권의 철저한 보장이 필요한 것이다.

유우성 사건, 일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은 국가 기관이 행한 가장 대표적인 간첩조작 사건이다. 간첩으로 몰렸던 유우성 씨는 오랜 투쟁 끝에 혐의를 벗었다. (자료사진)

종북몰이가 횡행하는 이유

우리 사회에서 종북몰이가 횡행하며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분단·적대의 남북대결이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외국군대가 주둔하는 분단·적대의 비극을 극복하지 않는 한 종북몰이는 결코 근절될 수가 없다. 북한을 악마화, 기괴화하며 혐오와 저주, 폄훼의 대상으로 삼아 공포심과 의구심을 갖도록 세뇌시키는 구조 역시 종북몰이를 근절될 수 없게 만든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같은 동족의 다른 체제의 삶에 대한 어떠한 이해심도 용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에 대해서는 적대감과 의구심 이외에 다른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 국민을 종북몰이 대상으로 삼아 길들이는 그들이 제공하는 북에 대한 정보 이외에 다른 정보에 대해서는 알아서도 안된다. 정부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북을 접촉하는 것은 반역행위로 간주된다. 북이라는 ‘악마’와의 접촉 자체가 공포와 의구심의 대상이기 때문에 북과의 접촉과 연계가 있거나 시도하는 이는 누구나 간첩조작과 종북몰이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북에 대한 사고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표현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생각(사상), 표현의 자유가 실제 현실에서는 구속되고 있는 것이다. 북에 대하여 자유롭게 사고하고 판단하며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는 사회에서 간첩조작과 종북몰이에 이의를 제기하며 정면으로 맞서 저항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간첩조작과 종북몰이가 횡행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우리의 북에 대한 상식적 사고가 마비되어 있고 거기에 대한 저항이 없기 때문이다. 공안기관의 간첩조작과 종북몰이 발표가 너무나 쉽게 일반에 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거짓말 탐지기 회피용 약물을 만들어 여간첩을 남파시키고, 외화벌이를 위해 위조달러를 만들어 중국에서 유통시키며, 공작금이 없다는 이유로 여간첩이 성매매로 공작금을 마련하여 활동도록 지시하는 존재, 이처럼 기괴한 북한을 인식하도록 우리는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북한이 별다른 이의 없이 통용되는 게 바로 우리 사회다. 그런 희한한 북한 간첩이 만들어져 대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유죄로 확정되는 우리 사회가 합리적 이성이 지배하는 정상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위조 달러를 중국에서 유통시키는 북한 간첩이 존재한다면 북한과 중국의 친선관계는 유지조차 될 수 없을 것이고, 도대체 어느 나라가 여간첩에게 성매매로 공작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단 말인가. 거짓말 탐지기 회피용 약물은 조작 여간첩의 허위자백의 징표로 보아야 할 것임에도 허위자백을 검증조차 하지 않은 채 사법부 판결에서 기억을 마비시키는 거짓말 탐지기 회피용 약물을 인정하였다는 것이야말로 분단·적대 비극의 구조에서 발생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라 할 것이다.

종북몰이를 몰아내려면

종북몰이가 근절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자각과 연대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악마와도 같은 종북몰이에 저항하지 않은 채 한국사회의 정상적 발전을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종북몰이에 저항하기 어려운 분단·적대의 두터운 장벽 안에 우리가 지금 갇혀 있다는 걸 자각하는 것, 그 바탕 위에서 우리들의 자유를 위하여 연대하고 종북몰이를 몰아내기 위해 함께 싸워나가야 한다.

이러함에도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는 종북몰이 체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자각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신 유신 종북몰이’ 정권의 비참한 말로가 임박한 탄핵심판 정국에서조차 광화문의 광장에서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성과 재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구속, 김기춘 구속의 요구가 드높은 광장에서도 박근혜·김기춘이 종북몰이 공작정치를 통해 수호하고자 했던 체제에 대한 극복의 과제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김기춘이 지키고자 한 체제는 무엇인가. 바로 국가보안법과 종북몰이에 의해 수호되는 체제이다. 반미친북을 절대적으로 금기시하여 외국군대가 주둔하는 분단·적대구조를 영구화하는 것이다. 종북몰이는 매카시즘에 기반한 기득권체제 수호에 방해가 되는 누구든지(그것이 평화통일 지향 세력이든지 복음주의 기독교든 순수 종교세력이든지) 그들을 악마화된 북과 연결시켜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키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 하는 악의적인 탄압이다.

종북몰이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종북몰이에 맞서는 방법밖엔 없다. 종북몰이 공세에 주눅이 들어 이에 맞서지 않고 회피하거나 주저하며 자기합리화로 종북몰이의 표적이 된 희생양을 외면하는 것은 결국 종북몰이 체제를 강화시키는 데 기여할 뿐이다. 이것은 우리들 자신의 사고와 표현의 자유를 가두고 죽이는 족쇄로 귀결될 뿐이다.

또한 북한을 우리 민족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평화통일의 상대방으로 존중하고 화해하며, 신뢰를 증진해 나갈 동반자라는 인식 전환 역시 종북몰이를 몰아내는 데 필수적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남북의 대결과 비방,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종북몰이 체제에 가두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자각이 절실하다.

종북몰이를 몰아내고 분단·적대구조를 청산하는 일은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할 근본과제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인이라면 탄핵심판 후 새 정국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역사적 책무이기도 하다.

장경욱 변호사.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전문위원, 인권실천시민연대 운영위원. (자료사진)

장경욱 / 법무법인 상록 변호사

* 장경욱 변호사 -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전문위원, 인권실천시민연대 운영위원

장경욱 j50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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