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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스위스 같은 중립국가는 어떤가

기사승인 2017.10.12  13: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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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 시대유감과 중립화

정지웅 평화통일연대 운영위원

요즘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아 많은 사람이 답답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의 중립화는 이 지역의 평화보장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열강들의 각축 가운데 구한말 유길준과 조선 주재 독일 부영사 부들러(Hermann Budder)는 1885년 한반도의 영세중립국 방안을 최초로 주장하였다. 조선에서 관세업무자문으로 근무한 바 있는 던캔(Chesney Duncan)은 1889년 그의 저서 Corea and the Power에서 조선정부에 영세중립정책을 건의했고, 궁내부 고문이었던 샌드(William F. Sands)도 조선이 영세중립을 선언하고 열강의 동의를 받을 것을 주장하였다.1

해방 후에도 재미교포 김용중, 일본으로 추방된 김삼규, 언론인 김석길, 재미동포 황인관, 통일사회당 김철 위원장, 1989년 광주교대에서의 시국강연에서 김대중 등이 한반도 중립화 통일과 그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2

1953년 미국의 덜레스 국무장관은 국가안보회의에, 웨드마이어 장군은 1947년 트루먼 대통령에게, 맨스필드 상원위원은 1960년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반도 중립을 각각 건의하였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1961년, 브레진스키 교수는 1972년, 하버드대 동아시아 전문가 라이샤워 교수는 1976년 한반도 중립 문제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3

한편 세계 평화학회 회장인 갈퉁(Johan Galtung) 교수는 한국은 스위스로부터 영세중립과정을, 스웨덴으로부터 비동맹국방정책을, 핀란드로부터 폐쇄적 사회와의 우호관계 유지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하였다.4

이처럼 한반도 중립화 통일방안은 하나의 대안으로 끊임없이 언급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는 오로지 국방을 위해 한미동맹에만 함몰되어 한번도 진지하게 이 방안을 논의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같이 꽉 막힌 시기에는 이 방안에 대해 저절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중립화에 대한 주변 4강의 입장은 어떠할까? 미국에 경도된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 않는 중국은 한반도 중립화를 찬성할 것이고, 러시아와 일본은 한반도가 자유시장경제에 바탕을 두고, 무장은 제대로 하지만 스위스식 영세중립국으로 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입장이다. 이 지역에서 헤게모니를 가지기 위해 중립화는 자살이라고 늘 주장하는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하는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의 평화유지군으로서의 주한미군 주둔을 허용하고 자유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한반도 완충지대화가 미국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이것이 미국의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라고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여 미리 포기할 이유는 없다.

동북아의 평화를 보장하는 획기적인 방안인 한반도의 중립화 내지 완충지대화 통일은 남북 내부 문제이고 동시에 국제적 문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의지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더욱 이 방안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정지웅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 통일미래사회연구소장 / 평화통일연대 운영위원

  1. 강광식, 『중립화 정치론: 한반도 적용 가능성 탐색』(서울: 인간사랑, 1989), p. 147.
  2. 강종일,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반도 중립화 통일방안,” 『비살생정치학과 지구평화운동』(서울: 집문당, 2004), pp. 177-178.
  3. 강종일, 앞의 글, pp. 180-181.
  4. John Galtung, :The Neutralization Approach to Korean Reunification," Michael Haas, ed. Korean Reunification(New York: Praeger), pp. 14-15.

 

정지웅 tongiljjw@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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