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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자유한국당 발 이념 공세

기사승인 2017.09.16  17: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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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웃음을 선사하던 연예인 등 문화·예술인들이 어느 날 TV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 이들에겐 부도덕의 딱지가 붙어 국민들의 마음에서조차 멀어졌다. 독재국가나 사회주의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이런 일들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소행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다만 주체가 정권에서 야당(자유한국당)으로 바뀐 점이 다르다. 

2013년 6월 14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당시 팀장 윤석열)은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기소하면서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의 고유기능인 대남심리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은 물론 북한의 동조를 받는 정책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과 단체도 모두 종북세력으로 보았다. 이 같은 그릇된 인식 하에 국정원 직무 범위를 넘어선 불법적인 지시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의 그릇된 인식이 그릇된 동조를 통해 엉뚱한 희생양을 만드는 악습이 반복되어서는 안되겠다.

15일 오전, 북한은 또 다시 탄도미사일을 태평양 공해상으로 발사했다. 6차 핵실험을 한 지 12일, 유엔이 대북제재를 결의한 지 3일,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해 800만 달러(약 91억 원) 어치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검토중이라는 발표를 한 지 1일 만이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일제히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이날 “북한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며 “오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적당한 제재’로는 북한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는 문재인 정부”라고 했다. 14일 통일부가 밝힌 대북 인도적 지원 검토, 같은 날 CNN 인터뷰에서 자체 핵개발이나 전술핵 재반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오늘의 안보위기 속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발언들”이라며 “같은 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하고, 핵 동결을 전제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북한의 대남방송이 아닌가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11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미 동맹을 혁신해야 한다'고 하자“북한으로 가라”는 등 동료 국회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는 일이 발생했다. (영상 갈무리)

같은 날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와 관련해 “국민들께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분이 됨으로써 우리 사법부가 좌경화 되는 것을 막고 코드인사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이종혁 최고위원은 “지금 대한민국 안보가 너무나 위중해서 제가 한 말씀 더 드리겠다”면서 “우리가 다 아시다시피 2015년 김정은이 노동당 대회에서 선군정치를 표방하면서 이미 그때 공개적으로 대외적으로 천명한 게 있다. 2017년도까지 조선인민주주의공화국은 핵을 완결 짓고, 2018년도에 적화통일을 완성하겠다고 김정은이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 일련의 북핵 진행상황을 보면 이 2015년도의 김정은의 발언이 그냥 그대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것 같아서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의 안보가 실로 위중하다”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대통령과 대통령 특보의 발언에 대해 ‘북한의 대남방송’ 운운했고, 원내대표는 사법부 수장 후보를 겨냥해 ‘사법부 좌경화’를, 그리고 최고위원은 ‘적화통일’을 언급하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발언은 더 노골적이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자유한국당이 대구에서 개최한 ‘전술핵 배치 대구·경북 국민보고대회’에서 문 대통령이 CNN 인터뷰에서 ‘전술핵이 필요없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겠나. 김정은의 기쁨조가 문 대통령 맞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전교조·민주노총 등에 대해서도 “김정은의 기쁨조”라고 비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친북 세력들이 득실득실해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다”며 “문 대통령이 하는 꼴을 보니 박 전 대통령이 그래도 잘했다. 개성공단 문을 닫았고, 북한에 뒷돈 갖다 주는 것을 끊었고,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는 “우리 손으로 기쁨조를 물리쳐야 한다”, “문재인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5일 만이 아니다. 지난 13일 열린 자유한국당 대표 및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 김태흠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부는 좌파들의 정부가 아니라 5천만 국민의 정부라는 부분을 분명히 인식하고 앞으로 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주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좌파들의 정부’라고 공격했다.

이철우 의원(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베트남이 전쟁하기 전에 정부가 한 열 차례 바뀌면서 정보기관 약화가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정보기관이 제 역할을 전혀 못 했다. 그래서 베트남에 간첩들이 그렇게 많았다는 연구가 있었다”면서 “우리도 지금 국가정보원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도록 계속 제재를 가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당시 베트남의) 대통령 정치고문, 정치보좌관 또 야당의 대통령 후보도 간첩이었다고 한다. 또 총참모부의 장군, 이런 식으로 베트남이 구성되어 있었으니 망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참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한국을 공산화된 베트남의 상황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13일 열린 바른정당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일부 야당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고 있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김정은과는 대화하자고 하고 야당과는 투쟁하자고 한다”고 주장했다. 하 최고위원은 “추미애 대표의 주적은 김정은 정권이 아니고 우리 야당인지 묻고 싶다. 추미애 대표는 김정은 정권하고는 100번이라도 대화해야 한다고 외쳤던 분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일부 야당 의원들의 편향적 인식은 대정부 질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12일 열린 국회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관련 대정부 질의에서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좌파 노조를 앞세워서 방송 장악을 해 나가는 시나리오 문건도 집권 여당에서 만들어 내고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법원까지 좌파 판사 단체들이 장악을 해 나가고 있다”고 했고,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은 “지금 대통령을 보좌하고 계시는 많은 청와대 비서진, 과거 반미, 반핵, 주한미군 철수, 우리민족끼리를 주문처럼 외쳤던 소위 주사파 운동권 출신들이다. 그들의 영향으로 국가의 정책에 영향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물었다.

지난 4일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들의 시위 장면을 촬영하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빨갱이” "쓰레기"라며 막말을 했다. (영상 갈무리)

이밖에 지난 4일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들의 시위 장면을 촬영하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빨갱이”라고 했고, 1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한미동맹은 이윤동맹으로 변질되고 있다. 전쟁을 부추기고 무기를 팔아넘기며 굴종을 요구하는 동맹이라면 변화해야 한다” “동맹의 맹신이 아니라 동맹의 혁신이 우리의 길”이라고 하자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북한에 가” “북한에 가시오, 가시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상황을 종합하면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실험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는 물론 여당 대표, 야당 대표, 사법부 수장, 거기다 방송·국정원 개혁 등 가리지 않고 ‘종북 몰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빨갱이’ ‘북한에 가’ ‘주사파 운동권’ ‘좌파 판사’ ‘좌파 노조’ ‘좌파들의 정부’ ‘베트남 공산화’ ‘김정은의 기쁨조’ ‘좌경화’ ‘적화통일’ ‘북한의 대남방송’ 등 종북이란 표현은 등장하지 않지만 같은 의미의 색깔을 덧칠하고 있는 셈이다.

연예인, 정치인 등 특정인을 향해 ‘종북’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은 정미홍 전 아나운서, 변희재 씨 등의 판례에서 보듯 위법임이 분명하다. 왜 그럴까. 정미홍 전 아나운서가 김성환 노원구청장을 ‘종북 성향’이라고 표현한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6단독 이재은 판사의 다음 결정문이 그것을 잘 설명하고 있다.

“종북(從北)이라는 말은 북(북한)을 추종하는 것을 의미하고, 보통 북한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북한 정권의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을 일컫는 데 쓰이는 말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나 ‘종북 성향’이 발현되는 행위, 즉 북한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는 국가보안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어떤 사람이 ‘종북 성향’의 인사로 지목되는 경우 사회적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임이 명백하므로 명예훼손이 된다.”

그렇다면 ‘빨갱이’ ‘좌경화’ ‘주사파 운동권’ ‘좌파 판사’ ‘좌파 노조’ ‘김정은의 기쁨조’ ‘북한의 대남방송’ 역시 사회적 평판에 크게 손상될 것임이 명백한 표현 아닐까. 야당과 여당이 서로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당연한 작동원리다. 하지만 그 비판이 도를 넘어 분단국가의 상대방 체제를 추종하는 것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도록 표편하는 것은 제재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 이유는 ‘종북’ 관련 각종 명예훼손 판결문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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