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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문 대통령, 대화로 남북관계 개선하겠다고 한 공약 지켜야”

기사승인 2017.09.13  06: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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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아시아미래지식인포럼 ‘아시아 평화와 한중일 지식인의 역할’ 발표

“북핵 문제의 해법은 북핵 역사 속 ‘불편한 진실’을 요약하면 북핵문제 해법이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말이다. 정 전 장관은 12일 오후 은평구, 아시아미래지식인포럼 등이 서울혁신파크에서 개최한 ‘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한중일의 역할’ 주제의 한중일 국제학술포럼에 참석해 ‘아시아 평화와 한중일 지식인의 역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12일 오후 은평구, 아시아미래지식인포럼 등이 서울혁신파크에서 개최한 ‘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한중일의 역할’ 주제의 한중일 국제학술포럼. ⓒ유코리아뉴스

정 전 장관은 “오늘날 동북아 평화의 뇌관이 된 북핵문제는 25년째 도발-협상-합의-파기-재도발의 악순환을 거듭했다. 해결될 듯 해결될 듯 하면서도 북핵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하고, “바둑을 두고 난 뒤 역순을 밟아갈 때 지거나 이긴 이유를 알게 되듯 북핵 문제의 역사를 복기(復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1993년 3월 1차 북핵 위기부터 2017년 9월 4차 북핵 위기까지의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로 북한에서는 김일성 체제 붕괴와 흡수통일에 대한 공포가 대두됐다. 1992년 1월 북한은 특사를 미국에 보내 주한미군 주둔을 전제로 한 미북 수교를 요청하고 통일 후에도 미군 철수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을 미국에 약속했다. 하지만 당시 조지 H 워커 대통령(조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은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특별사찰’을 요구했다. 특별사찰은 북한의 동의 없이 북한 전역을 뒤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핵을 빌미로 자신의 정권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의도로 보고 1993년 3월 NPT(핵확산 금지조약)를 전격 탈퇴했다. 이것이 1차 북핵 위기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1차 북핵 위기 이후 곧바로 미북 대화를 개시해 1994년 10월 미북 기본합의(제네바 합의)를 타결하게 된다”며 “북한은 핵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은 미북 수교협상에 나서고 북한의 원자력발전소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이후 북한은 2002년까지 핵활동을 중단했다. 그때까지 ‘북핵’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신문지상에 등장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정부가 2003년 초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의혹을 제기하며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만다. 이에 북한은 다시 핵활동 재개를 선언한다. 2차 북핵 위기다. 그러자 미국은 2003년 3월 다시 미북 회담을 열어 2005년 9월 6자 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타결한다. 공동성명엔 북한 비핵화와 미북·북일 수교와 대북 경제지원, 평화협정이 담겼다. 제네바 합의를 골격으로 훨씬 더 진전된 내용이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공동성명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그 다음날 대북 금융제재(BDA사건)를 개시한다. 북한은 다시 핵활동을 재개하고 2006년 10월 9일 마침내 1차 핵실험을 단행한다. 3차 북핵 위기다. 북핵 실험 직후 미국은 다시 미북 협상을 개시하고 북한은 핵활동 중단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MB정부의 ‘선 북한 비핵화 원칙’으로 6자회담은 열리지 못한 채 6자 회담이 중단된 2008년 12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북한은 총 5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북핵 관련 회담이 열리는 동안은 핵활동을 중단했다. 특히 2008년 12월 6자 회담 중단 이후로는 북은 (핵개발을 위한) 노마크 찬스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마침내 2017년 9월 3일 북한은 “수소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4차 북핵 위기다.

정 전 장관은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라고 되묻고는 “일각에서는 ‘퍼주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하지만 북에 현금을 준 것이 아니라 쌀과 비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미국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서로 속았다고 말을 한다. 북핵 문제의 해법은 북핵 역사 속 불편한 진실을 요약하면 북핵문제 해법이 나온다”며 “북핵 문제 발생 초부터 북한이 요구했고 미국이 북한에 약속했다가 이행하지 않았던 미북 수교(체제보장)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에 체제보장을 요구하며 25년을 버텨온 북한이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하거나 대가 없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제재·압박을 가해도 북한은 회담테이블에 나오지 않은 채 목적 달성될 때까지 도발을 계속할 것이다. 이것이 북의 체질이다. 환자의 체질을 알아야 의사도 치료의 해법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가 입구가 아닌 출구라는 점도 거듭 밝혔다. 보수층은 물론 문재인 정부 일각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는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듯한 대화 제의에 대한 비판으로 보였다. 정 전 장관은 “비핵화를 계속 요구하면 북한은 받아들일 수 없다. 트럼프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면서 “미국은 대북 압박을 계속하고 북한은 버티는 동안 북핵 문제는 계속 동북아 평화를 위협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한시라도 빨리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는 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잘못하면 전쟁을 불러올 위험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북핵문제가 해결이 안될 경우 최대 피해자는 한국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한국이 가장 시급하게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대화를 시작할 때’라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핵 문제 핵심당사자인 미북부터 대화를 먼저 시작하도록 한국이 권유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7일 한반도평화포럼 주최 월례토론회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석유 수출 금지를 요청한 신문기사를 언급하며 “처음엔 아베 총리가 푸틴 대통령한테 한 말인 줄 알았더니 문 대통령이 그 얘길 했다”며 “어떻게 이런 변고가 있을 수 있나. 문 대통령이 완전 아베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이에 대한 청와대 반응을 다음과 같이 전하며 거듭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내가 문 대통령을 아베 같다고 하니까 청와대에서 ‘그럴 줄 몰랐다’고 하는데 나야 말로 그럴 줄 몰랐다. 평화,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하겠다고 해서 대통령이 됐으면 공약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정 전 장관은 또 “자꾸 보수언론들은 북이 핵을 가지고 우릴 공산화하려고 한다는 글을 쓴다. 북이 남한에 핵을 터뜨리면 어떻게 남한 사람들이 그 정권을 따르겠나”라면서 “핵에 관한한 우리는 북의 상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 만큼 ‘오버’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정 전 장관은 “외교를 할 때는 자기중심성을 가져야 한다”며 “어느 한쪽에 서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난 반미도 친북도 아니다. 난 대한민국파”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미국에 급파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북한이 수소폭탄도 만든 상황에서 제재로는 절대 북핵 문제를 해결 못하는 만큼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라고 미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미북 대화가 북핵문제 해결의 입구이고 비핵화는 출구”라고 재차 강조했다.

12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한중일의 역할’ 주제 한중일 국제학술포럼에서 송성유 북경대 교수(오른쪽)가 정세현 전 장관(오른쪽 두 번째)의 발표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유코리아뉴스

정 전 장관의 발표에 대해 송성유 베이징대 교수는 “지지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수수방관해왔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경제적 강국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송 교수는 “중국은 1964년 첫 핵실험 성공 이후 김일성이 와서 북의 핵개발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했다”며 “중국은 철이 들지 않은 아이에겐 칼을 주지 않는다. 북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6차 핵실험과 관련해서는 “장춘에서도 큰 진동을 느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수수방관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제부문의 한중일 협력에 대해 발표한 송 교수는 그동안 3개국에서 나온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상들을 설명하며 “한중일 3국의 경제협력이 어렵다. 영토분쟁, 역사문제, 북핵문제, 미국 개입 등 비경제적 문제들이 경제협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중일 경제공동체 실현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문화부문의 한중일 협력을 발표한 세네키 하데유키 가천대 교수는 “각국의 대중문화보다는 민속문화를 통해 민족간 갈등을 해소하고 이것이 한중일간 연결되도록 하면 어떨까”라며 “유네스코 등록을 위한 동아시아 민속문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이것을 한중일 연구기관 연합체가 주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시아미래지식인포럼은 한중일 지식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올해로 8회째 열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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