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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6차 핵실험의 노림수

기사승인 2017.09.04  13: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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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핵실험 노림수와 한국의 자세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지 1년 만인 3일 6차 핵실험을 전격 단행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3시 30분 발표한 중대 보도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 제목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기 연구소’ 명의의 성명을 소개했다. 성명은 “조선노동당의 핵무력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 과학자들은 9월 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으로 핵무력 완결 단계 목표 달성에서 의미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의 완전 성공은 우리의 주체적인 핵탄들이 고도로 정밀화되었을 뿐 아니라 핵전투부의 동작 믿음성이 확고히 보장되며 우리의 핵무기 설계 및 제작 기술이 핵탄의 위력을 타격 대상과 목적에 따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었으며 국가 핵무력 완성에 완결 단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매우 의미있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엔 김정은,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 최룡해 등이 참석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어 현 국제정치 정세와 조선 반도에 조성된 군사적 긴장 상태를 분석,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선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 문제도 토의했다고 <조선중앙TV>는 밝혔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6차 핵실험은 국제 정세와 한반도의 현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가 4일 오후 중대보도를 통해 6차 핵실험 성공을 발표하고 있다. YTN 화면 캡처

문재인 정부는 강력한 대북 제재와 비핵화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이번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강력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겠다”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해 나갈 것이며, 북한의 도발을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은 핵·미사일을 통해 정권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며 “하루속히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중단할 것임을 선언하고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하며, 그것만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NSC 전체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ICBM급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의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하였다”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계획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방법으로 포기하도록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키기 위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추진 등 모든 외교적 방법을 강구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6차 핵실험은 전문가들의 예상도 빗나갈 만큼 전격적이었다. 최근까지 정점으로 치달았던 북미간 말 폭판으로 대변되는 정치적 대결이나 협상이 종식 또는 결렬되는 9월 이후부터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북한의 6차 핵실험 타이밍이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미사일 실험과 달리 핵실험은 그만큼 최후 수단이라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 앞서 서훈 국정원장(오른쪽 두 번째), 이낙연 국무총리(왼쪽 두번째 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 등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은 아주 호전적이고 위험한 국가”라고 비판한 데 이어 “내가 말한 대로 대화 등 유화책을 쓰고 있는 한국의 대북 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은 하나(대화)밖에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 기조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강력한 제재’ 내지는 ‘군사 옵션을 포함한 모든 방안’ 등의 수사적 표현 그 이상은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북한의 핵개발을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북 선제 타격은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고, 남한 내 전술핵 재배치는 핵문제를 더욱 잠재화한다는 점에서 근본 처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북미 수교 등 체제 보장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이를 위해 올 연말까지 ICBM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부터는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으로써 체제 보장을 틀어쥔 상태에서 2020년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핵-경제 병진노선에 입각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남한과의 관계 개선은 뒤로 미뤄진 셈이다.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에게 초청장까지 보냈다가 갑자기 방북을 불허한 것도, 오는 15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주최의 제20차 태권도세계선수권대회에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을 초청했다가 최소한 것도, 오는 10월 4일 남북의 제 정당·사회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에서 열기로 잠정 합의했던 ‘전민족대회’를 남한의 참석은 배제한 채 북한과 해외 동포들만으로 제3국에서 열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정은은 올해 1월 발표한 신년사에서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앞에서 년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힘으로 우리 국가의 평화와 안전을 지켜낼 것이며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데도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지난해 5월 36년 만에 열린 북한의 제7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공화국은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앞에 지닌 핵전파방지의무를 성실히 리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핵능력을 고도화에 매진하기로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비핵화 협상은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북한을 자주 드나드는 한 재외동포는 3일 <유코리아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올 연말까지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내년 2월부터는 관계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북한이 올 연말까지 핵개발에 올인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고려할 것은 핵개발 이후, 그러니까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 되는 내년부터 판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4일 아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미국이 어쩔 수 없이 대화 국면에 돌입할 때 우리도 대화에 나설 수 있지 않겠나”라며 “지금은 (대화를 꺼낼 수 없는) 소나기를 피해갈 때”라고 말했다. 이 말은 결국 북한에 대한 제재의 판이 바뀔 때가 온다는 뜻이다.

군사문제 전문가인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3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이번 6차 핵실험을 “북한 스스로 1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공과 함께 2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공을 여러 단계와 카드를 뛰어넘어 핵실험이란 방식으로 확실히 미국에게 들리도록 한 것”이라며 “트럼프의 자존심과 장사꾼 근성 중 어느 것이 우선일지 궁금하다. 우리는 갑작스런 미국선수 입장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북미 협상 국면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미간 대결이든 협상이든 단판 국면으로 간다고 해서 당장 ‘코리아 패싱’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북한으로서는 지상과제인 통일을 위해서 남한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도 남한의 동의 없이는 동북아 균형추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북미간 대결과 협상의 변곡점에 서 있는 지금, 우리의 방향은 뭐가 되어야 할까. 왕이저우(王逸舟)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의 분석틀인 대소(大小), 원근(遠近), 파립(破立)을 대입해보면 이렇다.

크고도 먼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서 놓고 보면 지금의 북미, 남북 대결은 지엽적이면서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북핵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수렴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는 종착점이 아닌 과정으로 봐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을 종착점으로 보면 평화와 통일마저 놓칠 위험이 크다.

파립으로 보면 어떨까. 한반도의 긴장 국면은 변화되어야 한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도 타파되어야 한다. 반면, 남북간 평화를 바탕으로 한 동북아 공동 안보, 공동체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유지되어야 한다. 북핵 문제는 결국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과 북한의 핵보유 인정 후 핵불사용 확약과 제도화, 동북아 공동안보와 공동체로 근본 해결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지금의 불안정한 판은 결국 바뀔 거라는 것, 그리고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새로운 판이 펼쳐지리라는 것, 그 새 판은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하고 마침내 우리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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