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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한미종속’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기사승인 2017.08.22  20: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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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들 공동 주최 ‘평화전략 시국대토론회’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 쏟아져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위기, 탈출전략은 무엇일까?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과 함께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머리를 맞댔다. (사)평화통일시민연대, 다른백년연구소, 한국진보연대 등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한 ‘평화전략 시국대토론회’가 22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렸다.

22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개최한 '평화전략 시국대토론회'에서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왼쪽)가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준형 한동대 교수,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유코리아뉴스

토론회는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의 사회로 김준형 한동대 교수(정치외교학),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제를 맡고, 노정선 평화통일행동 공동대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래경 다른백년연구소 이사장,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가 토론을 벌였다. 토론장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도 질문과 토론에 참여했다.

우선, 한반도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김준형 교수는 한미중의 역할분담을 제시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나쁜 경찰(Bad Cop)로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미중 두 나라 모두 한국에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김 교수는 “쉽지는 않지만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우리와 대화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북한이 원하는 걸 우리가 줄 수 없기 때문”이라며 북한에게 각각 당근과 채찍을 줄 수 있는 미국과 중국이 ‘당근’(대화)을 한국에게 맡기면 미중 갈등을 비롯해 한반도 갈등의 원인을 해소할 있다고 본다.

반면 김동엽 교수는 미국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즉 ‘미국 입구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이 판을 바꾸기 위해 미국을 설득해서 남북관계 회복으로 가는 게 과연 가능할까?”라고 반문하고 “지금 한반도 위기는 미국 하나만 택해서는 막을 수 없다. 미국보다는 이제 북한을 직접 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제재만 있는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는 ‘병행’이라는 약속만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지금보다 더 담대하게 대북 대화와 평화의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장희 공동대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적폐는 분단적폐다. 문재인 정부는 이 분단적폐 해소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문재인 정부는 촛불이 원하는 분단적폐 청산을 위해 과감한 한 마디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는 빠졌던 국가보안법 개정 같은 과감한 발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충목 공동대표는 “우리가 미국, 국가보안법을 극복하지 않고 온전한 평화로 나아갈 수 있을까”라고 되묻고는 “촛불혁명의 완성은 분단철페를 통해 완성된다. 그것을 위해 10년, 20년이 걸릴지 모를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대중 평화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공동대표는 “문 대통령은 촛불시민 외에 누구한테도 빚진 사람이 없지 않나”라며 “과감히 대북특사도 보내고 남북 정상회담도 제안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래경 이사장은 “김련희 씨와 12명 북한 종업원을 무조건 북에 돌려보내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무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을 보며 적절한 제안이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결과가 없는 것을 보며 그 과정에서 뭔가 전략적인 접근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하고 “문재인 정부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물밑 접촉이 필요하다. 내년 평창올림픽이 골든타임인데 적어도 올 10월까지는 남북 특사 상호교환방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물밑접촉에 대해 “뉴욕이나 베이징 채널, 아니면 중재를 통해서도 물밑접촉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이게 안되는 걸 보면 물밑접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주로 비판적인 평가가 많았다.

가장 먼저 발제를 시작한 김준형 교수는 “여기 와 계신 분들 중에는 ‘도로 박근혜’도 아니고 촛불로 탄생한 정부인데, 여러 가지 분노가 겹치실 것”이라고 말하고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실 텐데 밖으로 내뱉을 수도 없고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계실 듯하다”며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신 설명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전쟁은 안날 거라고 생각하지만 위기는 끝났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2013년 이후 한반도는 상시 위기 국면으로 갈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전술핵 배치를 하더라도 우리의 위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잘 살아봤자 이스라엘처럼 살게 될 것이다. 균형이 아닌 공포에 방점을 둔 생활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마디로 지금 문재인 정부의 행보로 봐서는 한반도 위기가 해소되지 않을 거라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기 위해 자리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김동엽 교수는 “이번 정권에 들어간 정책입안자들, 안보라인이 생각하는 상식, 사실이라고 하는 것들이 과연 상식이고 사실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날을 세웠다. 김 교수는 “지금 나오는 정책은 순수하게 대통령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레드라인’ 언급 등의 출처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안보라인 전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정말 풀기 어렵다”면서 “북핵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핵 문제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2008년 6자회담이 중단된 그 시점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2008년을 기점으로 북핵문제의 진행상황은 우리 사회의 전략가나 북핵 문제전문가들에게 중단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입장은 북한과 한반도 외부 환경이 10년 전에 비해 달라진 상황에서 10년 전에 주장하던 비핵화나 동결이 대화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대북 대화를 통해 핵동결이든 비핵화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래경 이사장은 “대북·대미 관계에서 기본적인 것은 주권외교, 자주국방, 민족우선이고, 또 한 축이 한미동맹”이라며 “이것이 충돌할 땐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되묻고 “지금 문재인 정부는 한미종속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는 지금 분기점에 서 있다. 3가지 원칙을 따라가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를 과도정부로 규정할 것이고, 이걸 받아들인다면 역사적 개혁정부로 남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정선 공동대표는 “문재인을 찍었지만 공수부대 출신 치고는 너무 배짱이 약한 것 같다”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노 공동대표는 “북은 절대 핵을 제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북핵 폐기 내지는 비핵화를 전제로 한 한미의 대북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양무진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몇 가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게 있다”며 “한미정상회담 전에 문정인 교수가 한미군사훈련 조정이 필요하다고 한 것에 대해 언론의 비판이 많았는데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줄 수 있는 게 뭔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북한의 ICBM 발사를 계기로 사드 조기 배치론을 들고나온 것과 관련, ICBM과 사드 배치의 기술적 관련성, 문 대통령의 ‘레드 라인’이 과연 고뇌에 찬 것이었는지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와 북핵문제 해결 내지 진전을 연계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양 교수는 “그렇다면 남북 경제협력도 어렵게 되고 남북 경제공동체 지도도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에 의한 탄생, 세월호 참사라는 교훈을 갖고 있고, 그런 기반 위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균형잡혀 있다고 평가한다”며 “한반도 문제가 지난 10년 전보다 악화되어 있기에 풀기가 매우 어렵다. 여기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는 걸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개최한 '평화전략 시국대토론회'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토론 말미에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는 말만큼 비겁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누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하면 안된다. 우리 주관과 우리 입장을 가지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준형 교수도 “문 대통령이 베를린 다녀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은 안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여운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11일 G20 정상회의를 다녀온 뒤 가진 첫 국무회의에서 “이런(북핵 문제에 대해 G20으로부터 한국의 입장을 인정받은) 성과에도 아직 북핵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과 당장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 이후 제재 방안에 대한 국제사회 합의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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