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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내리는 폭설(爆說)이 싫지 않은 까닭

기사승인 2017.04.19  10: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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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 ‘현안 진단’

이미 벚꽃도 떨어진 4월, 한반도엔 때늦은 눈이 내리고 있다. 내리는 눈의 종류도 다양하다. 한미 연합훈련기간인 2, 3월에 늘 따라다니던 위기설과는 다르다. 선제타격설을 넘어 출처를 알 수 없는 찌라시에는 날짜까지 박은 북폭설까지 진짜 눈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행동이란 말 폭탄이 한반도에 떨어지고 있다. 증권가가 술렁일 만큼 진짜 눈보다 한반도를 더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런 이유 없이 북폭설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이야 끊임없이 도발행동을 보이는 북한이 제공한 것이지만 미국이 군사행동을 보일 가능성은 분명 실제보다 확대 재생산되었다. 누군가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안보 프레임화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과연 지금 미국과 북한 쌍방이 군사적 맞대응 행동을 하는데 그들이 우리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만한 변수로 인정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대선관련설은 음모론에 가깝다. 안타깝게도 이 상황이야말로 코리아패싱(Korea passing)이다.

북한이 끊임없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상황에서 선제타격 등 군사적 대응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실제 북한의 명백한 공격 징후가 있다면 당연히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예방적 차원에서의 군사행동은 여러 면에서 비현실적이다. 미군 입장에서 한국 내 거주하는 30만 미국인들의 소개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모든 핵시설과 미사일을 파괴하기도 불가능하거니와 수도권을 향한 엄청난 수의 장사정포 위협도 존재한다. 무책임한 군사행동의 위험은 국내 동요는 물론 한반도와 지역의 안정을 저해하고 결국 한미동맹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초기부터 여러 경로로 과거 오바마 정부와 달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군사적 옵션까지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해 왔다. 그동안 테이블에조차 올리지 않고 서랍에 넣어 두었던 것을 이제 겨우 꺼내 올려놓은, 아직은 그저 수많은 옵션 중 하나일 뿐이다. 굳이 우선순위로 치자면 그리 높지도 않다. 우리가 나서서 마치 대북군사행동이 우선순위 높은 시나리오처럼 증폭하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게 주고 미국마저 당황스럽게 할 수 있다.

4월 초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해 중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행동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북핵문제를 수단으로 중국을 압박한 것임에도 마치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미국이 시리아를 처음으로 공격한 직후 핵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한반도 인근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마치 북폭설의 명확한 징후처럼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북한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올리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그마저도 북한이라기보다 오히려 중국을 향해 북한문제를 해결할 압박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북한을 직접 상대할 만큼 한가롭지 않고, 관련 인사를 포함해 준비도 마치지 못한 상태라는 이야기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시절 ‘전략적 인내’를 실패라며 ‘모든 옵션’을 고려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원칙적으로 트럼프 정부가 밝힌 북핵문제 전략의 방향은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지만 실상 당장 압박은 중국에 미루고 있다. 중국도 이러한 미국의 요구와 수요를 잘 이용해 대북 압박에 동참하는 듯한 제스처를 교묘히 보여주고 있다. 북핵문제를 사이에 두고 미중간 카르텔이 생길지언정 빅딜은 없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분간 선거에 승리를 가져다준 국내 문제와 경제 문제에 우선하고 북한문제는 차후에 협상이든 대화든 준비가 되어야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 시기는 대북 관련 인선이 마무리되고 대북정책이 구체화되는 6월이나 7월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미국은 북한이 잠자코 기다려 주기를 바라며 군사적 위협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이에 굴하지 않고 미국에게 지금 대화에 나오라고 강요하고 있다. 북한은 북핵문제 아젠다의 우선순위를 높이려 하고 있고 미국은 버티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게임을 앞둔 감독이 상대가 선수선발도 못하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의 선수들마저 훈련도 시키지 않고 마냥 놀게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토요일 열병식을 통해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공개했다. 새로운 형태의 ICBM도 선보였다. 바로 다음날인 일요일엔 신포에서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 올해만 5번째 발사이다. 미국의 군사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향후 미국과의 본 게임을 앞두고 맷집 키우기, 협상카드 불리기를 하면서도 트럼프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도발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월이나 7월에 미북간에 어떠한 형태로건 본게임이 시작된다고 한다면 그 전에 북한이 ICBM 시험발사에 성공하는 것과 그렇지 않고 나가는 것에는 미북 모두에게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미북은 협상을 위한 초기 예상단가를 올려 주도권을 잡으려는 치열한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 아닌 4월, 한반도에 폭설이 내리는 이유이다.

겨울에 폭설이 내린 해는 풍년이 든다고 했다. 뒤늦은 4월 내리는 북폭설에 근심 걱정과 함께 조심스레 기대감을 가져본다. 지금의 긴장감이 얼마 후 미국과 북한간의 본 게임을 위한 자리싸움이자 카드 만들기라면 오히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우세한 것보다 게임이 시작될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게임의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게임을 시작조차 못하는 것보다 희망은 커진다.

지금 우리가 진정 걱정하고 고민해야 할 것은 미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이 가져다줄 가을의 수확을 마냥 기다리고 앉아 있어야만 하는 우리의 처량한 모습이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정말 가을 수확에 아무것도 얻지 못할 진짜 코리아패싱이 될 수도 있다.

김동엽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동엽 donykim@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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