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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우리 정부의 신념으로 미북의 대북정책 이끌어야”

기사승인 2016.06.27  11: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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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금요일 오후 7시 김대중도서관에서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퇴임을 기념하는 강연회가 열렸다. 한반도평화포럼(한평) 월례회의와 겸한 모임이어서인지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백낙청 교수, 이만열 교수, 최영애 대표, 나핵집 목사, 서훈 교수, 김준형 한동대 교수, 장용석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교수 등 한평 회원들과 연세대 학생, 그리고 일반인 100여명이 함께 했다. 문 교수 특강에 이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진행으로 토론회가 이어졌다.

   
▲ 지난 24일 오후 7시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퇴임 기념 강연회 모습. ⓒ유코리아뉴스 윤은주

특강에서는 국제정치학자 답지 않게 국가간의 전략적 상호작용만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 ‘상식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예컨대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을 기본으로 해서 외교 전략을 수립할 때 현실 그대로의 접근을 하기보다, 만들어진 현실을 진짜로 보고 접근하는 착시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운명은 주변 4강에 의해 결정된다는 숙명론이 세력균형이론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경쟁에 대한 시각도 세력전이이론에 따른 것인데 실제로 세력전이가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경제적인 면에서 중국이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고 있어 그렇게 보이지만 군사 면에서는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책입안자들은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여 봉쇄전략에 동참해야 한다는 논리를 숙명론처럼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지적한 것이다.

문 교수는 또한 대북정책이나 북핵문제에 있어서 도덕주의가 당연시되는 풍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웬디 셔먼(Wendy R. Sherman)이나 커트 캠벨(Kurt Campbell) 등 미국 싱크탱크의 기본 입장을 전하면서였다. 미국은 보편적 규범과 도덕을 잘 지키는 나라인 반면 북한은 약속을 깨는 나라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2.29(2012년 2월 29일) 합의를 깨고 오바마 정부 출범 당시부터 핵실험을 강행했고, 핵 없는 세상을 표방한 프라하 연설 때에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신뢰받지 못할 행동을 거듭했다. 그렇지만 그와 무관하게 미국의 북한에 대한 기본 태도는 일방적 도덕주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앞세우다 보면 객관적인 분석이 어려워지고 대화는 중단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대북정책 전략수립에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이다.

또한 국제정치이론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정책을 주문한 문 교수는 북핵 폐기를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대북정책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단언했다. 특히 미국은 강력한 대북제재를 가하면서도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는데, 우리 정부가 이마저 중단하고 있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돌아보지 않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통일과 마찬가지로 평화도 과정이 필요한데 서로 오가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본적인 끈마저 놓아버린 남북관계 현실을 개탄하는 심경을 엿볼 수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미국 대선결과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례로 봐서 지역통합이 쉽지 않은데 과연 동북아 공동체가 가능할지, 꽉 막힌 남북관계를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단초가 무엇인지, 미·중 사이 한국의 미래 전략에 대해서 등등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문 교수 답을 종합해보면 국제정치 이전에 국내정치 문제가 중요하고 시민사회로부터 실마리가 풀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4강구도 속의 숙명론은 우리 역할을 스스로 제한하는 신념이 아닐 수 없다며 미국의 대북정책도 우리 정부가 신념을 가지고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강연회에서 문정인 교수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질의응답을 갖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윤은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9.19공동선언이나 2.13합의문을 보면 역사상 우리가 국제정치 무대에서 그와 같이 합의를 도출한 문건은 없었다고 한다.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등에 관한 합의였는데 이미 답은 나와 있고 실행력이 문제라는 것이다. 문 교수는 당시 약속대로 됐더라면 철도, 도로, 해양 등을 통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상황이 가능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북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평양을 방문하고 ‘조미공동코뮤니케’를 수립했던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와 나눈 대화에서도 합의대로만 이루어졌다면 오늘과 같은 핵문제는 있지 않았고 지금 같은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한다. 문 교수는 우리가 중심이 되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주변상황에 눈치 보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반도의 길이 열리고, 동북아의 길 역시 평화롭게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 미국과 중국에 기대는 대북정책이 더 이상 현실적인 해법을 제공하지 못한다고도 진단했다. 단적인 예로 워싱턴에 만연한 북한붕괴론은 우리 정부나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연합뉴스)나 탈북민이 운영하는 매체(NK데일리)들을 근거로 한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발(發) 북측 정보가 미국과 중국 연구소를 거쳐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격인데 북에 대한 바이어스(bias)가 대북정책을 왜곡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문 교수는 제네바합의와 9.19합의를 파기한 쪽은 미국이었다며 북측 입장을 선전선동이나 기만, 위장전술로만 바라봐서는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억지주장이라도 받을 것은 받아야 북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8년 넘게 남북간 불신의 문화, 대결의 문화가 편만해 있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미국에 북한과의 평화협정체결을 위한 TF(task force)를 구성해서 작업 중인 연구단체가 많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북한 붕괴를 전제로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대비하는 측면에서의 연구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공히 동일한 입장이라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정부, 우리 대통령인데 내년 대선에서 어떤 대통령을 선출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에필로그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위원장으로 활약한 바 있는 정치학자 문정인 교수의 퇴임 특강은 국제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민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대륙과 해양의 반복적인 부딪힘 속에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했던 우리 민족의 지정학적 운명. 새로운 동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냉혹한 시절을 맞아야 하는 것일까. 그 답은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에 달려 있을 것이다. 동서남북으로 민족 에너지가 갈래갈래 분산되지 않도록 구심을 모으는 지혜와 비전이 필요한 때이다.

윤은주/ 북한한 박사, 평통기연 사무총장, (사)뉴코리아 대표

 

윤은주 전문기자 ejwarrior@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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