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기사승인 2016.06.24  15:49:55

공유
default_news_ad2
ad43

“우리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자기 닥쳐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점검하고 충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통일이 언제, 어떻게 오더라도 통일은 결국 남과 북의 이질화된 민족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회복, 발전시키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김영삼 대통령, 1994년 광복 49주년 경축사 중에서)

“통일은 분명히 온다고 할 수 있다. 통일은 도둑같이 올 것이다. 한밤중에 그렇게 올 수 있다는 것이다...통일이 가까워졌다고 말하고 싶다. 오해를 살까봐 말을 안하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이명박 대통령, 2011년 6월 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5기 간부위원 임명박 수여 뒤)

“통일은 내년에라도 될 수 있으니 여러분 준비하셔야 한다. 독일 경험 등에 비춰보면 며칠 또는 몇 개월 후에라도 통일이 될 수 있으니 대비를 해야 한다. 북한 인민군 상장의 망명설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보고받았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망명해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박근혜 대통령, 2015년 7월 10일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집중토론회에서)

소위 북한이상설, 북한 급변사태론과 관련한 역대 대통령들의 발언이다. 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세 사람을 언급한 것은 북한 급변사태론에 경도돼 대북 혹은 통일정책에 실패했고, 현직 대통령도 그런 전철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이처럼 북한이상, 급변사태를 언급한 데는 배경이 있다.

   
▲ 김영삼 대통령 ⓒ대통령기록관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광복 49주년 8.15 경축사를 한 때는 김일성 주석이 심장마비로 급사한 뒤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때다. 이명박 대통령의 소위 ‘통일도둑론’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던 데서 기원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말한 그 해 12월,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지만 북한에서는 어떠한 이상이나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역시 북한이상설, 급변사태에 기인한다. 2013년 12월 21일 당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원장 공관에서 열린 국정원 간부 송년회에서 통일을 위한 구체적 플랜을 논의했다고 한 일간지가 참석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보도에서 남 원장은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라며 “우리 조국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시키기 위해 다 같이 죽자. 한 점도 거리낌없이 다 같이 죽자”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북한 급변사태’ 언급

남 원장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2015년을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의 해라고 믿었던 것일까. 그것은 송년회 약 10여 일 전에 북한에서 발생한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한에도 다녀갔고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이기도 한 장성택 처형 소식은 당시 남한에서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언론에서는 연일 김정은의 무자비함과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기사들로 넘쳐났다. 이후 북한 고위층 인사 등의 망명설이 계속 이어졌고, 이에 따른 김정은 체제의 위협 가능성이 끊임없이 대두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며칠, 몇 개월 후 통일 가능성’은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통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발언을 모아봤다.

<2013>
2월 13일. 대통령직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과제 토론회. “옛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무너진 게 아니다. 북한이 3차 아니라 4차, 5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그것으로 협상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북한이 핵능력을 높여도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되고, 그것(핵)으로 국력을 소모하게 되면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자초하는 것이다.”

<2014>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청와대). “내년이면 분단된 지 70년이 된다.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한반도 통일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 ‘대박’은 크게 성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한반도 통일은 경제가 크게 도약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9월 25일. UN 연설. “(북한은)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여러 나라들처럼 경제 발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변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문제 중의 하나가 북한 인권이다. 북한과 국제사회는 지난 3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2015>
2월 5일. 제48차 중앙통합방위회의. “북한 인권문제, 미국 소니사 해킹 등으로 인해 한반도 안보는 더욱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군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확고한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해 북의 도발을 억지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국정의 주요 목표로 삼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북한은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고,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초 우리 정부가 조건없는 대화를 제의했지만 이런저런 요구사항들을 계속 북한은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도발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6월 30일. 전군 주요 지휘관 오찬. “지금 북한은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사출시험 등 위협을 계속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공포정치가 계속되면서 어떤 도발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항시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해주길 바란다. 광복으로부터 7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이 땅에는 분단의 상처와 고통이 남아 있다. 우리한테는 진정한 광복이라고 할 한반도 통일 시대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역사적 사명이 주어져 있다.”

7월 10일.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집중토론회. “통일은 내년에라도 될 수 있으니 여러분 준비하셔야 한다. 독일 경험 등에 비춰보면 며칠 또는 몇 개월 후에라도 통일이 될 수 있으니 대비를 해야 한다.”

9월 4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국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어떻게 보면 (북한) 핵 문제나 이런 것을 다 해결하는 궁극적으로 확실한 가장 빠른 방법도 평화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 중국과 같이 협력해 나가기로 그렇게 이야기가 된 것이고, 그래서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 건가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0월 13일. 미국 출국 전 주재한 긴급 수석비서관회의.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은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역사관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문화적,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

<2016>
2월 16일. 국정에 관한 연설(국회). “정부는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다.”

3월 1일. 97주년 3.1절 기념사. “이제 기존의 대응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핵으로 정권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을 착취하고 핵개발에만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이 북한의 정권을 유지시킬 수 없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도록 해야 한다.”

3월 14일. 재외공관장 만찬(청와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안보위기에 철저하게 대응해가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북한 정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보다 차원 높은 국제공조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거기다 지난해 3월 10일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정종욱 부위원장이 ROTC 조찬 강연회에서 “체제 통일만 연구하는 팀이 위원회 가운데 따로 있다”고 말한 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흡수통일’ 논란을 일으켰다. 이 발언에 반발해 통준위에 참여했던 일부 민간단체가 탈퇴했고, 북한은 통준위 해체 요구는 물론 남한 당국과의 상종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한국은행도 지난 여름 ‘통일 이후 화폐제도 통합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대외비로 작성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보고서는 통일에 따른 남북 화폐 통합과 관련, 동·서독 방식의 급진 통합, 중국·홍콩 방식의 절충통합, 유로존 방식의 점진통합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만이 아니다. 미국 발 북한 급변사태와 흡수통일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994년 제네바협의를 비롯해 북미 회담의 책임자였던 크리스토퍼 힐은 지난해 봄 서울의 한 행사에 초대받은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 남한은 북한의 불가피한 붕괴(inevitable collapse)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의 북한이 언제 어떻게 멸망하게 될지는 모른다”면서도 “그것(멸망)은 불가피하다고 믿는다. 멸망이 발생할 때 중국, 남한, 미국은 무엇을 할지를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CNN도 탈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김정원 제1위원장이 공포정치로 핵심 지지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며 북한 붕괴 가능성을 반복해서 보도했다. 미국 정책연구기관 케이토연구소는 지난해 9월 8일 중국의 한 동아시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중국, 북한 3자가 대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한 외부 지원을 중단하고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이 북한의 정치·경제 제도 전반을 변형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북한 정권이 이런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중국 전문가를 만난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이 밝혔다.

미국 랜드연구소 역시 지난해 9월 29일 북한 정권 붕괴를 전제로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위해 미국 육군 지상군 15만 명이 증파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4일 유튜브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모든 것을 군사력에 투자하며 100만 군대를 보유하고 핵기술과 미사일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 해결책이 정답은 아니다”며 “북한의 붕괴는 인터넷을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북한 최고 지도자의 암살을 소재로 한 ‘The Interview’ DVD 대량 살포 등이 논란이 되던 때였다.

   
▲ 이명박 대통령 ⓒ대통령기록관

작계5015
지난 3월 초 시작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는 처음으로 ‘작계 5015’를 적용했다. 한미 군사 당국은 그동안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방어적 성격이었다고 밝혀왔지만 작계5015는 북한 수뇌부를 선제타격하는 공격적인 훈련이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동안 한미연합군이 주로 적용했던 훈련은 ‘작계 5027’, ‘작계 5029’ 등이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작계(작전계획)이 ‘50~’으로 시작되는 이유는 미국 태평양사령부 소관 작계라는 뜻이다. 작계는 적대상황 하에서 군사적 대응절차, 범위, 방법 등을 규정한 문서로, 꼭 그렇게 한다는 의미보다는 ‘그렇게 추진할 수도 있다’는 우발사태 대비계획(contingency plan)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작계5027은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을 상정한 미군의 전시증원 등의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작계5029는 소수 인력이나 무기만으로 북한 지도부나 핵무기 시설만 파괴하는 전략으로 일명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으로 불린다. 이밖에 작계5026은 북한 핵기지 선제타격 등을 포함한 국지 공습, 5030은 북한과의 충돌 이전에 북한군의 군사자원을 소모하기 위한 작전 구상을 말한다. 이번 작계5015는 작계5029와 5026을 통합한 작전계획이다. 한국전쟁 때와 같은 대량 투입 전투가 아닌 참수전략 같은 핵심 리더십만 제거하거나 특정 전투 시설만 공격하는 전략이다. 이 작전 계획 속엔 북한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승인 움직임을 보일 경우 최종 승인권자를 사전에 제거하는 참수작전이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소수 인력, 이른바 게릴라 작전을 통해 암살, 미사일 및 핵시설 파괴도 들어 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 것일까? 우선 북한 급변사태를 주장하는 쪽의 논거를 보자. 여기서 북한급변사태를 주장하는 쪽의 논거가 양적으로 적다. 반면 북한 급변사태 불가를 주장하는 쪽의 논거는 많고 다양하다. 따라서 여기서도 이미 발표된 주장들을 싣다보니 양적으로 북한 급변사태 불가 쪽이 많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대표적인 지북(知北) 학자로 꼽히는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 러시아 태생인 그는 1980년대 중반 김일성종합대에서 유학을 했고, 현재 국민대 교수로 있다. 자신의 저서 『북한 워크아웃』(시대정신, 2009)에서 란코프는 북한의 체제 변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봤다. 그는 “공산권 역사에서도 전례가 거의 없는 정치적 억압 그리고 엄격한 폐쇄 정책은 북한 정권의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면서 “최근에 이러한 쇄국정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에 갔다온 사람들, 밀수입된 DVD, 몰래 청취한 외국 방송 등이 외부 정보를 북한 내부로 전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의 근거
많은 학자들이 점치고 있는 북한의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 추진에 대해서도 란코프는 “그렇게 되면 북한이 나라의 문을 더 열 수밖에 없다”며 “각종 정보가 공식, 비공식 교류를 통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남한의 생활수준이 북한보다 15~30배 높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알게 될 때, 북한 주민들은 자기 정부를 정통성 있는 정부로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래와 관련해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식 개혁·개방 △흡수통일 △친중(親中) 정권 수립 △장기적인 혼란 등이다. 중국식 개혁·개방과 관련해서는 김정일이나 그 후계자인 김정은이 중국과 베트남을 모방한 점진적인 개혁 정책을 시작하는 것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땅을 개인 농민들에게 나눠주고, 공업·상업 분야에서는 중소기업부터 시작해 대기업까지 차차 민영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 분야에서는 권위주의 정책을 계속 채택한다. 이 정책으로 북한 주민들 누구나 쌀밥을 먹을 수 있게 되고,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소유한 주민들도 늘어날 것이다. 북한 엘리트들은 ‘수령님의 충실한 간부’에서 ‘유능한 관리자’나 사업가로 변신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한 입장에서도 남북간 무력 충돌이나 대량 난민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선호할 만한 방안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이 시나리오를 가장 바람직하게 검토했고, 다른 시나리오는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는 게 란코프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그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꼽았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남한이 있다는 사실은 북한 주민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 체제의 기반을 흔드는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다. 그는 “북한 정권이 정말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시작한다면 이 정책이 초래할 결과는 고속경제성장보다는 정치혼란과 정권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러한 혼란은 결국 위에서 말한 나머지 3가지 시나리오, 즉 흡수통일, 친중국 정권, 장기 혼란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밖에도 북한의 붕괴나 급변사태 주장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거부하다가 붕괴되면 불가피하게 흡수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흡수통일 불가피론’(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지난해 7월과 8월 ‘원전반대 해킹그룹’이 공개한 <미국의 한반도 정책변화를 시사하는 징후 보고> 문건에 등장하는 미국, 중국, 러시아, 남한에 의한 ‘북한지역 4개국 분할’론도 있다.

북한 급변사태 불가의 근거
그렇다면 북한의 급변사태나 조기 붕괴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은 어떤 게 있을까?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자신의 저서 『현대 북한의 정치』(한울, 2011)에서 “북한을 분석하는 데 남한우월·보편주의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와 결합하여 부적절한 판단을 가져온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조기붕괴론’”이라고 꼬집었다. 그 시작과 계기는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이었다. 정성장은 “김일성 사망 이후 다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하더라도 카리스마가 부족해 오래 가지 못해 실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그들은 대체로 김정일이 반대파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으며, 북한 내부에서 개혁파와 보수파간에 권력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주장을 한 전문가 중 어느 누구도 어떠한 파워 엘리트들이 김정일의 반대파가 되고, 누가 개혁파로 분리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설득력있는 분석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많은 국가의 사례를 보더라도 경제위기가 반드시 정치위기로 발전하지는 않으며, 또한 정치위기가 반드시 정권붕괴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북한 조기붕괴론자들은 설득력있는 근거의 제시도 없이 북한의 경제위기가 자동적으로 정치위기→ 정권 붕괴→ 체제 붕괴→ 국가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단순 논리를 유포했다. 북한 연구에서 사회과학적 태도가 실종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의 북한 급변사태론과 관련해서도 정성장은 “1990년대 중반의 북한붕괴론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이데올로기, 파워 엘리트 내 노선 갈등 유무, 군부의 정치적 태도, 정보와 사회통제 수준, 주민들의 정치의식 등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아니라 주로 ‘희망적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고 봤다.

박정희 정부에서부터 노무현 정부 때까지 대북 협상에 참여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자신의 저서 『정세현의 정세토크』(서해문집, 2010)에서 북한붕괴론자들의 세 가지 근거인 경제난, 불안정한 후계 체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경제난. 정세현은 “북한의 경제난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어렵게 사는 데 익숙한 사람들인데 경제난 때문에 북한이 붕괴된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뜬금없다는 것이다.

북한 조기붕괴의 두 번째 근거인 김정일의 후계체계 불안정과 관련해서는 김정은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니까 당연히 통치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북한의 체제 불안과 붕괴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정세현은 “조선시대를 봐도 세자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선왕을 승계가면 중신들이 그 젊은 임금을 잘 보필해 조선조 500년을 끌고왔다”며 “김정일 위원장도 조선시대 중신에 해당하는 원로들이 보필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을 사실상 왕조로 봐야 하고, 중신들이 버텨주면 그냥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 정세현은 “심지어 미국의 동아태차관보라는 사람은 한국에 와서 ‘김정일의 수명이 3년 정도밖에 안남았다’고 했는데 그 3이라는 숫자는 북한 붕괴를 말할 때 늘 나오는 숫자”라며 “김일성 사후에도 3년도 못간다고 했고, 심지어 3개월도 못간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북한을 좀 연구하는 사람들은 30년까지도 갈 수 있다고 했다. 실제 3년 후 북한은 무너지지 않았고 지금까지 잘 버텨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체제의 장래를 객관적으로 전망하기 위해서는 체제 위협 요인만 따질 게 아니라 체제 지탱 요인도 같이 분석하고 비판하면서 그 체제가 붕괴될 것인지 아니면 그럭저럭 버틸 것인지 전망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표로 본 북한급변사태 가능성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의 경우는 북한급변사태와 관련해 좀 더 체계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역사비평사, 2005)에서 브레진스키가 사회주의국가들의 위기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고안했던 10개의 지표와 그 각각의 지표를 4개의 지수로 구분해 그 지수의 총합을 통해 위기수준을 측정하는 방법과 민족통일연구원(현 통일연구원)이 이념, 엘리트, 경제, 통제, 대외관계 등 5개 분야에서 3개씩 지표를 뽑아내 만든 15개 지수(RINU 지표)를 보완한 ‘급변사태 가능 지표’와 ‘점진적 위기진행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급변사태 가능 지표는 4~5년 이내의 단기적 사태발생을 예고하는 지표이고, 점진적 위기진행 지표는 단기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체제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되는 지표를 말한다. 이에 대해 이종석은 “이러한 구분은 급변사태를 촉발시키는 지표가 상대적으로 억제되어 있는 경우 전반적인 위기지수가 높아도 상대적으로 체제변화(붕괴 혹은 전환)가 지체될 가능성이 높으며, 반면에 전반적인 위기지수가 낮아도 급변사태 가능 지표가 높은 지수를 나타내는 경우 체제전환은 빨리 올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 이종석, 『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역사연구소, 2005)
   
▲ 이종석, 『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역사연구소, 2005)

급변사태 가능 지표는 6가지로, 군부 분야에서는 군부 동요나 균열, 정치 분야에서는 당내 권력투쟁, 경제에서는 식량난, 사회에서는 주민소요(주민폭동)와 대량 탈북, 대남관계에서는 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열등감 인식이다. 점진적 위기진행 지표의 경우는, 정치 분야의 경우 관료기구의 기능, 권력집단 동요이고, 경제 상황 분야는 공장가동률, 주민생활, 사회 상황 분야는 사회유동성 증가, 개인숭배체제의 동요와 정치적 반대 표출, 탈북자 증가이고, 체제 정통성 분야는 북한주민들의 김정일(김정은) 신뢰도, 주민들의 체제신뢰도, 주민들의 주체사상 신뢰도이다. 끝으로 대외 분야 등 총 5개 분야다.

이종석의 이 책이 나온 건 2000년대 초반이니까 10년이 경과한 지금 북한은 어떻고, 그리고 앞으로의 북한은 어떻게 될까. 급변사태 가능 지표와 점진적 변화 지표로 나눠서 각각의 위기 지표에 최근의 북한 상황을 대입해보자.

우선, 급변사태 가능 지표에서 군부 상황.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을 한마디로 하면 선당정치(先黨政治)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취했던 선군정치(先軍政治)의 원상 복귀라고 할 수 있다. 선군정치는 북한이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와 1990년대 식량난 이후 군부를 앞세워 정치, 경제를 이끌었던 것을 일컫는다.

국정원은 지난해 북한에서 숙청당한 고위 인사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포함해 7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기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리영호 인민군 총잠모장,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김철 인민무력부 부부장 등 군부 내 핵심 요직들이 두루 포함됐다. 김정은 집권 이후 군부는 40% 이상, 당과 정권 기관은 20~30%가 교체됐다는 게 국정원의 주장이다. 특히 김정은 연설 시간에 졸았다는 이유로 고사포로 공개 처형됐다고 하는 현영철 등은 우리 언론에서 그만큼 북한 군부의 동요가 심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군부 중심의 비정상적이었던 통치 형태가 비로소 당 중심으로 정상화를 되찾았다는 시각도 가능하다. 36년 만에 열린 제7차 노동당대회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모든 승리의 조직자이며 향도자인 당의 영도력과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서 새로운 리정표를 마련해야 한다”며 노동당 중심의 통치를 강조한 바 있다. 심지어 선군정치 상황에서도 당은 군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었고, 그 기조는 김정은 이후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또 다른 급변사태 가능 지표로서의 정치 상황은 어떨까. 처벌과 처형으로 특징되는 강압 통치는 고위 간부들로 하여금 최고지도자 앞에서는 충성을, 뒤에서는 불만을 토로하는 기만적이면서도 이중적인 행태를 만연케 만들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국가 기반을 흔드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지적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런 강압 통치가 김정은 체제의 기반을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3~4년이라는 단기간 내에 정치체제에 균열이나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또 다른 급변사태 가능 지표인 경제사정, 구체적으로 식량난은 어떨까. 이종석 연구에서 2000년대 초만 해도 식량난은 위기수준의 3단계(위기의 심화)였다. 특정요인으로 인해 급격한 체제변동 유발 가능성이 높은 한계위기(4단계) 직전이었다. 하지만 작금의 식량난은 훨씬 개선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GSnJ인스티튜트가 지난해 8월 발간한 ‘2015년 상반기 북한·동북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도입한 곡물은 총 2만 5072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4%에 그쳤다. 곡물 수입액도 1,132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의 52%에 불과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옥수수와 콩 수입은 증가하고, 쌀과 밀가루는 감소했다. 지난해 가을 북한의 곡물 작황이 좋았던 데다 북한 시장의 곡물 가격이 계속 안정을 보였기 때문이란 게 GSnJ인스티튜트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황해도를 중심으로 한 곡창 지역의 심각한 가뭄으로 곡식 수확량이 12~26% 가량 감소할 것이란 게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예측이다. 그렇게 될 경우 또 다시 북한이 대규모 식량 부족 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장마당이 자리잡은 상태에서 1990년대 중반 같은 식량 절대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식량난으로 북한이 급변사태를 맞을 조짐이 낮아 보이는 이유다.

급변사태 가능 지표 중 사회상황, 즉 주민소요나 대량 탈북 상황은 어떨까. 주민소요는 동구권 붕괴, 김일성 사망, 자연재해 및 식량난이 극심했던 19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보다 훨씬 그 정보나 위험성이 줄어든 상황이다. 북한이탈주민 입국 현황은 지난해 5월 말까지 535명이었다. 한 달 평균 100명 가량이 입국하고 있는 셈이다. 2009년 2914명으로 최다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계속되고 있는 감소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대남정보 차단 정도, 즉 대남 열등의식 정도는 어떨까. 대남정보는 남한의 발전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생생히 알려줘 북한 주민들의 통일 열망을 자극하고 나아가 흡수통일의 가능성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1990년대 이후부터 대남정보가 북한에 확산되기 시작해 대북 식량 지원과 교류가 본격화된 1990년대 중반 이후 2000년대 초까지는 북한의 중상류층은 남한의 발전상에 대해 상당수가 제대로 파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량 탈북 사태나 북한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종석은 그 이유를 북한 당국의 효과적인 대남정보 차단기능에서 찾는다. 대남정보 통제기구들이 남한 정보 유입 차단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입맛에 맞게 여과시키거나 자신들이 만든 정보를 유포시켜 주민들의 대남인식 전환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한 주민과 관련 ‘비자주적인 삶을 살고 있다’거나 ‘환경오염, 매음, 극심한 빈부격차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정보를 계속해서 퍼뜨린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 포기와 남한으로의 흡수통일로 북한주민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노예적인 삶’뿐이라는 메시지를 주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남한과 관련한 역(逆) 정보의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 말에 발생한 외환위기로 북한 주민의 남한에 대한 열등감 약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탈북한 북한 주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2014 북한 사회와 주민의식 변화 자료집>에 따르면 주체사상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평가가 전년 대비 51.9%→57.0%로 상승했고, 김정은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지지도도 61.7%→64.4%로 약간 상승했다. 북한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 ‘지도자 때문’이라는 응답은 23.3%→28.9%로 상승한 반면, ‘과다한 군사비 지출’이라는 응답도 21.8%→24.2%로 동반 상승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지도자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갖고 있음과 동시에 북한 당국의 설득논리인 ‘자위국방’에 대한 특수성 인식도 함께 증가했다”며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으로 보는 사람도 소수이긴 하지만 3.8%(2012)→6.8%(2013)→8.1%(2014)로 증가하고 있다. 북한경제 침체에 대한 정치적 비판의식이 증가하고 있으나 북한의 선전선동부의 설득논리가 작동하여 정치적 비판의식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점진적 변화 지표는 어떨까. 우선, 정치 분야에서 관료기구나 권력집단 동요 정도를 보자. 2014년 12월 통일연구원 보고서. “북한의 권력체계를 2012년 김정은 집권 초기와 비교해 총체적으로 진단할 때, 장기적·구조적 시각에선 불안정성이 증대했다. 특히 장성택 처형 1년간 북한 정치시스템의 불안정성과 복잡성이 커졌다. 권력과 이권 투쟁의 심화, 보신주의 행태 강화, 세력간 생존과 실리를 위한 이합집산 증대, 불신과 불안 증대 등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적 현상유지적 시각에서 김정은 개인독재 집권 상황은 3년 전보다 개선되었다. 최소 한국의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3년 이내 김정은은 북한의 독재자로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정치가 장기적으로는 불안정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탄탄한 지배체제를 확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엔 북한 정치의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통일연구원은 △지난 20년 이상 시장화 과정에서 구축된 국가가 없이도 살 수 있게 된 북한주민들의 생존능력 △수령과 소수지배 연합의 공생관계 △권력층 사이에 김정은을 대신할 수 있는 인물의 부재 △다수 북한주민들에게 새로운 대안사회로 인식되는 이상모델의 부재 △김정은의 통치에 유리한 대외 대남 환경 등을 꼽았다.

   
▲ 2014년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정국 구상을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밝힌 것도 이 자리에서다. ⓒ청와대

경제 상황에서 공장가동률, 주민생활은 어떨까. 지난해 1월 임을출 경남대 교수가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휘발유와 경유 등 정제유의 대북 수출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모두 1억5천만 달러가 수출돼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50%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면서 대북 수출품목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북한 공장가동률이 2014년 그 전년도에 비해 늘어났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5년차로 접어든 지금 북한은 ‘시장’의 부분적 허용과 제한적인 경제개혁 조치로 주민생활 향상을 꾀하고 있다. 북한 전역의 공식적인 장마당은 500여개, 거기다 비공식적인 골목장까지 포함하면 최대 750여개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장에서의 소득 취득도와 생필품 구매도는 2012년 이후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 경제가 2011년 이후 연평균 1.1% 정도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시장 확대의 결과인 것이다.

이 같은 시장 확대의 결과 뒤엔 주민들의 이동성이나 개인숭배체제에 대한 불만이 다양하게 표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유동성이나 정치체제 변동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북한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별개의 문제다. 탈북자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서는 상당 폭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의 김정은 신뢰도, 체제 신뢰도, 주체사상 신뢰도 같은 체제 정통성은 어떨까?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의 <2014 북한 사회와 주민의식 변화 자료집>에 따르면 주체사상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평가가 51.9%→57.0%로 상승했고, 김정은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지지도도 61.7%→64.4%로 약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체사상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평가는 51.9%→57.0%로 상승했고, 김정은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지지도도 61.7%→64.4%로 약간 상승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 사망이라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북한 사회 변화’와 ‘체제 안정’ 흐름은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의 <2015 북한 사회변동과 주민의식 변화> 조사 결과에서도 읽혀진다. 남한에 입국한 지 1년 미만 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라는 점에서 최신 북한 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인 셈이다. 조사 결과에서 ‘북한에서 장사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76.7%로 지난해 조사(69.8%)에 비해 약간 늘었다. ‘장사를 하면서 뇌물을 제공했다’는 응답자가 85.2%에 달해 내부 부패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가늠할 수 있다. ‘북한에 살 때 하루 세 끼를 먹었다’는 응답은 86.9%로 전년도 74.5%에 비해 10% 이상 늘어났다. ‘북한에 살 때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남한 문화를 접했다’는 응답은 86%였고 이런 경향은 고학력·고소득·저연령층일수록 많았다는 게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이밖에 북한 정권이 10년 내 붕괴할 가능성은 낮게 봤고,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군부·정치·경제·사회·대남관계 등의 여러 환경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수년 내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정책도 ‘북한을 변화시키겠다’ ‘북한이 바뀌어야 한다’ ‘북한이 바뀔 것이다’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나 당위성보다는 북한의 있는 현실을 그대로 인정한 바탕 위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전체 기사는 계간 <통일코리아> 2016 봄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d41
ad42
ad40
ad39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