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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에 굴복한 북한인권사무소

기사승인 2015.08.07  11: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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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신 이희호 여사가 우여곡절 끝에 방북길에 올랐습니다. 이희호 여사는 6.15 공동선언 이행과 남북관계 발전에 대해 적극적인 인사입니다.

그런데 구순을 넘긴 분의 평양행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상입니다. 지난 6월 23일, 북한인권사무소가 개설되면서 남북관계는 더욱 차단되었습니다. 이제 곧 북한인권사무소가 개설된 지 50일이 됩니다.

1. 북한인권사무소란?

2015년 6월 23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북한인권사무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직원 5-6명의 자그마한 사무소의 개소식에 대한민국의 윤병세 외교부장관, 나경원 국회외교통일위원장 등 여러 고위직 인사들이 참여하였습니다. 대체 북한인권사무소가 무엇이기 때문인가요?

   
 

 정부는 인권사무소의 목적으로 첫째, 북한에서 벌어지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의 책임을 규명하고 둘째, 북한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외부에 알리며 셋째, 정부나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북한의 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록해 그 증거를 남기겠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북한인권사무소의 근원을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서 찾고 있습니다. 2014년 11월 18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대북인권결의안이 찬성 111표, 반대 19표로 가결되었습니다. 기권표도 55표로 만만치 않았지만, 결의안을 계기로 북한인권사무소 개설은 강행되었습니다.

2. 의문스런 북한인권사무소

북한인권사무소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첫째, 북한인권조사관들 가운데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이 없습니다. 유엔은 북한인권 조사를 명분으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를 한국에 보냈고 덴마크 출신의 사인 폴슨 소장 아래 마루주키 다루스만 북한인권보고관 등 5명의 직원을 한국에 들여보냈습니다.

유엔 인권대표인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은 놀랍게도 요르단 왕족 출신입니다. 그는 이름은 아랍인이지만 머리는 케임브리지 대학과 존스홉킨스 대학을 나온 미국인입니다. 유엔 주재 요르단 대사였던 그는 2014년부터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인권전문가가 아니라 외교관입니다. 중동의 왕족이 세계인권운동을 이끄는 대표라고 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중동에서는 왕족으로 행세하면서, 지구반대편인 한반도에 와서 인권활동을 한다고 하니, 인권활동인지 정치활동인지 헷갈리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마루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광범위한 북한 내 인권침해에 사실상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 인물입니다. 북한인권문제를 정치이슈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들이 한반도 정국과 남북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지도 의문입니다.

두 번째 의문은 유엔이 북한인권사무소를 왜 한국에 설치하였냐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시각으로 보면 대한민국과 북한은 서로 독립적으로 유엔에 가입한, 엄연히 다른 두 나라입니다. 그러니 이는 A국가의 인권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그 옆의 B국가에 인권사무소를 설치한 꼴입니다. 이를테면 독일의 인권실태를 조사한다며 같은 게르만 민족국가인 인근의 오스트리아에 독일인권사무소를 설치한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오면 북한의 인권실태를 잘 확인할 수 있나요?

오히려 그 정반대입니다. 대한민국은 대북정보의 불모지대입니다. 한국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가 아닌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군은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에 대한 자유로운 논의와 대화를 봉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북한을 찾아갈 수도 없으며 (잠입탈출), 북한사람과 연락을 해서도 안 되며 (회합통신) 심지어 북한의 표현물이 유통될 수도 없습니다.(이적행위) 그런데 어떻게 북한의 인권실태를 살핀다는 것인가요?

   
 

 유엔이 정녕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을 모니터링하겠다면 북한당국의 허가를 받아서 북한에 인권사무소를 개설했어야 합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현재 북한의 실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외국국가는 중국입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에는 북-중 무역을 하는 상인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무역을 하기 때문에, 북한의 내부사정이나 북한주민들의 인권상황에 대해 한국보다 훨씬 나을 것입니다. 북한인권사무소는 북한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중국에 설립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북한에 대한 소통을 금기시하는 대한민국에 북한인권사무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유엔은 결국 대한민국에 들어온 3만명의 탈북자를 통해 북한인권을 조사하려는 것입니다.

여기서 세 번째 의문이 발생합니다. 북한인권사무소의 직원이 5명에 불과한 것입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53개국이 위원국으로 참여하며 94개국이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 인권위원회가 예산이 부족하지도 않을텐데 한 나라의 국제적 평가를 좌우할 인권조사에 고작 5-6명을 파견하였습니다. 이게 무슨 중소기업 거래처도 아니고 너무 의아한 것입니다.

결국 북한인권사무소의 인권조사는 국가정보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5명에 불과한 인권사무소 직원들이 3만명에 달하는 탈북자를 다 만날 수는 없습니다. 북한인권사무소의 사인 폴슨 소장은 덴마크인으로 우리 정부의 선임과장급에 해당하는 P-5급 직책이라고 합니다. 한반도 전문가도 아니요, 선임과장급의 유엔직원이 5명의 인력을 데리고 국가정보원을 뛰어넘기란 불가능해 보입니다.

결국 북한인권사무소는 국가정보원에서 제공하는 탈북자 몇몇을 대표적으로 만나보고 이들의 진술을 북한사회 전체로 확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3. 국가보안법에 굴복한 북한인권사무소

북한인권사무소는 설립되기도 전부터 이미 국가보안법의 통제 속에 들어갔습니다.

애당초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따르면, 유엔은 2015년 3월경에 북한인권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인권사무소가 개설된 것은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15년 6월입니다.

인권사무소의 개설이 3개월이나 지연된 것은 국가보안법 때문인 듯합니다. 2015년 5월 4일, <한국일보>는 서울에 설치할 예정인 북한인권사무소가 국가보안법에 발목이 잡혔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애초 2015년 3월 개소를 목표로 했으나 정부 부처 간, 정부와 유엔 간 협의가 난항을 겪는 바람에 전체 일정이 지연되면서 외교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일보는 외교소식통을 인용하며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측은 북한 인권 신장을 위한 여러 행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달라는 협의문 초안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탈북자나 한국인 등이 자유롭게 북한과 한국 정부를 비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정부 관계부처 협의에서 “이런 문구가 협의문에 들어가면 국보법 위반 사범을 처벌하지 못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북한인권조사도 국가보안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유엔인권위원회가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했던 대표적 반인권법률입니다. 유엔 전문 기구인 자유권위원회는 1992년, 1999년, 2006년에 걸쳐 거듭 “국가보안법이 시민적·정치적 권리 이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고 개정 또는 폐지를 권고해 왔습니다. 특히 국가보안법 7조와 관련해서는 자유권규약과 부합하도록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북한 인권활동을 반인권법률의 테두리에서 진행한다니,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논리인가요?

나아가 우리 정부는 OHCHR 측에 북한인권사무소 행사 활동 참여자들의 한국 국내법 준수 의무까지 담자고 했다고 전해집니다. 유엔의 인권조사관들에게 대표적 인권유린 악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한 꼴입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인권유린 악법의 그늘 아래에서 북한인권을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니 유엔직원들이 보기에도 인권사무소를 이 상태로 개설하는 것은 국제망신인 것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유엔과 한국정부의 싸움에서 한국정부가 이겼습니다. 두 달 가량 협의가 교착되다 결국 유엔 측이 ‘완전한’이라는 문구를 제외하는 쪽으로 정리되면서 6월에 사무소를 개소한 것입니다. 결국 북한인권조사활동에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았습니다. 북한인권활동인지 북한공격활동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4. 북한의 강력대응을 야기함

북한을 적대시하는 대한민국에서, 인권유린 악법인 국가보안법의 우산 아래에서, 그것도 불과 5-6명의 인력으로 북한인권을 평가하겠다는 북한인권사무소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이미 통일연구원은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등의 협조 속에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우리정부의 자료를 영어로 바꿔 유엔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이 “북한인권백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2013년 백서의 경우 총 3만명에 달한다는 탈북자 가운데 286명을 선정해 이들을 심층면접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세부항목에서는 표본대상이 10여명 수준으로 줄어들어버려 통계 산출의 합리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통일연구원은 무엇보다도 286명 표본선정의 기준을 밝히지 않아 공정성을 스스로 훼손하였습니다. 하다못해 TV여론조사를 할 때에도 유선전화 무작위 추출 내지는 휴대전화 응답 등 표본선정 기준을 밝히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북한인권백서”는 탈북자 선정의 기준을 밝히지 않은 채 백서를 발간하였습니다.

북한당국도 북한인권사무소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015년 3월 30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북한인권사무소를 거론하며 "절대로 그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그러한 모략소굴이 남조선에 둥지를 트는 즉시 우리의 무자비한 징벌의 과녁으로, 첫째가는 타격대상으로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이어 북한인권사무소가 개소한 직후인 6월 25일에는 조평통 성명을 통해 “북남(남북)관계는 더이상 만회할 수도 수습할 수도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고 규정하며 “이제는 말로 할 때는 지나갔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말도 많고 의혹도 많은 북한인권사무소를 북한의 강력반발에도 불구하고 설립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외국인 5명이 무슨 조사를 할 수 있을까요? 인권조사가 목적인지, 북한의 반발을 유도해내는 것이 목적인지 헷갈립니다. 북한인권사무소가 설립되고 50여일이 지나고 있습니다만 아직 구체적 활동은 잠잠합니다.

이들이 향후 북한인권보고서 같은 것을 유엔으로 가져가 남북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지 공연히 걱정됩니다.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곽동기 dkkwak76@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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