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끊이지 않는 ‘종북 사상검증’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종편은 리퍼트 주한미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씨에 대한 종북공세로 떠들썩했습니다. 이미 지난 연말에는 통일 토크콘서트를 열었던 재미교포 신은미 선생을 종북으로 몰았던 그들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물론이고 새민련의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종북공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대선후보, 서울시장이 종북이라니요? 그럼 여기가 북한이란 말입니까? 우린 지금 마녀사냥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마녀사냥을 닮은 종북몰이
중세 14세기부터 시작되어 18세기까지 이어졌던 유럽의 마녀사냥은 최대 약 50만 명의 여성을 처형했다고 합니다. 교회는 마녀사냥을 내세워 백성들이 교회를 두려워하고 교회에 순종하게끔 강요하였습니다. 유럽의 성직자들은 마녀사냥을 통해 교회의 기득권을 400년이나 더 지탱한 셈입니다.
유럽의 마녀사냥은, 철학과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결국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마녀에 대한 유럽인의 두려움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낙후했던 유럽은 종교의 시대를 벗어나 무역의 시대와 자본의 시대로 진입하며 세계를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서양철학의 발전을 400년이나 마비시켰던 마녀사냥은 20세기, 대한민국에서 “빨갱이사냥”으로 다시 부활하였습니다. 1945년 미군정으로부터 시작된 "빨갱이사냥"은 워싱턴의 매카시즘과 결부되어 이후 70년간 대한민국의 철학사상을 마비시켰습니다.
이승만 정권은 보도연맹에 연루된 무고한 양민을 잠재적 “빨갱이”로 몰아 최대 60만 명이나 학살하였습니다. 유럽이 전 대륙에 걸쳐 400년간 저지른 마녀사냥의 처형기록을 이 좁은 땅에서 한 순간에 넘어버린 셈입니다. 반공을 국시로 삼은 박정희 정권은 한 번 점찍은 사람은 무자비한 고문으로 기어이 간첩으로 포장해냈습니다. 가히 1000년 전 ‘궁예 관심법’(관심법觀心法은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가 주변 사람의 마음을 읽고서 처형하는 것이었다. 증거는 물론 진술조차 없었다. 궁예는 결국 관심법 남발로 주변 인심을 잃어 부하인 왕건에 의해 최후를 맞이했다 - 편집자 주)의 현대판 복사본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신문법과 방송법을 개정해 극우언론 돌격대인 종편을 양성하였습니다. 이제 박근혜 정부의 시대에, 종편은 한 번 점지한 사람은 여지없이 "종북인사"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보수정권의 종북공세는 중세교회의 마녀정치와 같은 형식입니다. 눈에 거슬리는 자가 있으면 근거없는 의혹으로 악으로 규정해 처형하고, 이를 본보기로 다른 국민에게 공포감을 주어 결국에는 자신만을 따르도록 해 기득권을 계속 연장하는 것입니다. 이런 마녀정치, 종북공세가 지속될수록 그 국민은 우매해지고 사회에 무관심해져 국력은 쇠퇴하게 됩니다. 이성이 마비된 나라는 결국 망하기 마련입니다.
무고한 어민을 간첩으로 조작하였던 독재정권
지난 20세기, 한국의 독재정권은 무고한 양민을 북한의 간첩으로 둔갑시켜 안보정국을 이어갔습니다.
<뉴스타파>는 2014년 6월, 납북어부라는 누명을 썼던 김용태 씨가 30년만에 무죄확정을 받았다고 보도하였습니다(간첩이 된 어부’ 30년 만에 무죄…“간첩조작 여전한 현실에 한탄”). 그는 지난 1971년 13세 나이로 오징어잡이 배에 올랐다가 납북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곧바로 수산업법과 반공법 위반으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요. 돌연 12년 뒤, 그러니까 1983년 전두환 정권 때였습니다. 경남 마산에서 4세 아이를 둔 가장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낯선 남자 3명이 찾아왔고, 그는 영장도 없이 구금당한 채 한 달 가까운 모진 고문을 받았습니다. 그는 북한을 다녀온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간첩활동을 했다’고 자백했습니다. 결국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4년, 자격정지 14년 형을 선고받고 12년 6개월간 감옥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나이 13세, 어린이 시절부터 간첩이라니요. 그러나 그는 자백을 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겠다 싶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가족들까지 다 잡아넣겠다는 위협 속에,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감옥에 구속되어 있던 과정에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출소 후 부자간 인연을 끊자는 말을 남기고 투신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가정이 완전히 파탄난 것입니다.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조업 중 북한으로 가게 된 어부들이 3000여 명에 달하는데 이들 가운데 무려 103명이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이 지나 다시 간첩으로 처벌받았다고 합니다. 이들 가운데 25명에 대해 국가기관의 불법구금과 고문 등 인권침해 증거를 수집해 재심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청구하는 속속 무죄를 인정받는 상황입니다.
유신정권의 간첩조작 이력
심지어 1979년 6월,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박정희 유신정권은 강원도 삼척의 일가족 8명을 싸잡아 북한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했다며 간첩단으로 몰았습니다. 이 가운데 2명은 1983년에 사형을 집행했고, 나머지 6명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합니다.
2014년에 있은 재심에서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자백하지 않으면 가족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의 협박이 있었다"며 "피고인들의 자백은 장기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고문·가혹행위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간첩조작은 중세 마녀사냥을 능가합니다.
1977년에는 이른바 일본으로 유학간 서울대 법대, 한양대 의대생들이 재일교포 간첩에게 포섭되어 국가기밀을 수집하였다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철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간첩, 간첩방조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이 사건은 영장없는 불법 구금과 감금, 구타로 인한 가혹행위가 있었고 사형판결 이후 무죄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들이 발견되었다며 관련자 4명이 모두 무죄선고를 받았습니다(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 '이철'씨 무죄).
특히 재일교포들은 재일본 조총련과 연계되었다는 조작논리를 통해 무고한 시민들이 독재정권의 입맛에 따라 간첩으로 내몰렸습니다. 1975년에 있었던 ‘김우철⋅김이철 형제 간첩 사건’도 조작임이 드러나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단독 ‘형제간첩 조작’ 유족에 20억원 국가배상 판결). 1983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으로 몰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10년형을 선고받았던 박 모 씨, 재일동포 유학생 김원중 씨도 모두 재심청구 끝에 조작임이 드러나 무죄를 판결받았습니다('간첩누명 쓰고 7년 복역' 재일동포 김원중씨 36년만에 무죄).
남파간첩 누명을 쓰고 고문과 조작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함주명 선생은 재심청구로 20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이근안 고문으로 간첩 누명썼던 함주명씨 20년만의 무죄). 간첩행위 및 방북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4년간 복역했던 이장형 씨는 고문에 못 이겨 간첩누명을 썼다며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그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으로부터 악독한 고문을 받았는데 처와 자식들도 똑같이 고문하겠다는 협박에 간첩사실을 시인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고문후유증으로 재심판결이 있기도 전에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말았습니다(간첩누명 하늘에서 푼 故 이장형씨…법원 23년만에 '무죄').
살펴보면 1958년 이승만 정권 시절 간첩누명을 쓰고 사법살인을 당한 진보당 당수 죽산 조봉암 선생(의혹과 진실 - 한승헌의 재판으로 본 현대사(9) 진보당 사건과 조봉암下)부터 1964년 인혁당 사건과 자명한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 연루된 동백림 사건(위키피디아 ‘동백림 사건’), 1967년 이중간첩 이수근 사건("중정, '이중간첩 이수근 사건' 조작"... 38년 만에 드러난 진실)과 납북되었다가 돌아와 “북한도 제법 잘 살더라”란 말 한마디 했다가 간첩으로 몰린 납북어민 서창덕 씨(24년만에 간첩혐의 벗은 서창덕씨), 그리고 ‘유럽거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받다 숨진 최종길 서울대 교수(중앙정보부, ‘DJ 납치’에 이어 ‘최종길 교수 고문살해’), 너무나도 유명했던 1974년의 민청학련 사건(엔하위키 미러 ‘민청학련 사건’), 문인간첩단 사건([시대의 기억] 문인간첩 조작사건), 심지어 1985년의 모자 간첩사건(법원 "모자 간첩사건 피해자에 20억원 배상하라"), 진도군 중림마을의 고정간첩단 사건("간첩으로 조작")들도 모두 재심청구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모두가 독재정권의 조작이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야욕이라며 깜짝 놀라던 간첩들이 차례로 고문에 의한 정권의 조작이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과거의 공안기관은 고문과 허위수사로 이렇듯 수많은 간첩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작정권은 오래 갈 수 없었습니다. 5.16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후 철권통치를 자행했던 박정희는 측근 김재규에게 암살당하고 말았으며 12.12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했던 전두환은 87년 6월 항쟁 이후 설악산 백담사 절에 숨어지내다 1995년에 반란수괴, 내란수괴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정통성이 없는 정권이 조작을 일삼지만 그런 정권은 반드시 붕괴합니다.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며 조작은 영원할 수 없는 법입니다.
증거가 조작된 탈북자 위장 간첩
그런데 그때로부터 세기가 바뀐 지금도 간첩은 당국의 필요에 의해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탈북자 위장 간첩입니다(6개월 허위자백 뒤집는 데는 몇 시간이면 충분했다). 우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유우성 씨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화교 출신으로 북한에 거주하던 유우성 씨와 그의 가족은 2004년 탈북해 남한에 정착하였습니다. 유우성씨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취직하였으니 탈북자로서는 정착에 적응한 셈입니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은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체포하였습니다. 북한에 탈북자 정보를 누출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은 유우성 씨의 출입경 기록, 영사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했는데 이 모든 것이 다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2014년 2월 13일, 중국정부는 국가정보원이 제시한 유우성 씨의 중국 출입경 기록,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다고 확인한 중국 사실조회서,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 등 중국의 공문서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간첩을 체포했다고 발표하고 떠들썩하게 여론화시켰는데 알고 보니 그 증거가 조작되었던 것입니다.
최근 남자에게 접근해 군사기밀을 빼돌렸다는 원정화를 비롯해 여러 탈북자들이 속속 탈북자를 위장한 북한의 간첩이었다며 체포되고 있습니다(‘탈북 여간첩 1호’ 원정화 사건도 뒤집히나
). 그러나 원정화의 주변인물들은 그가 사기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박정희 정권 시절, 일본에 거주하던 사람들을 조총련과 연계되었다고 몰면 꼼짝없이 당했듯이 이제 3만 명에 육박하는 탈북자들도 국가정보원이 북한이 보낸 위장간첩이라고 몰면 꼼짝없이 당할 판입니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한국의 법체계도 모르고 변호사 선임방법도 모를 것입니다.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의지할 대상은 오직 국정원밖에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국정원은 북한에서 살았던 탈북자라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간첩으로 낙인찍을 수 있습니다. 국정원으로서는 탈북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셈입니다.
때마침 유우성 씨는 서울시 공무원이어서 법정투쟁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공안사건에 적극적인 변호사를 선임할 줄 알았고 조작문서가 드러난 것입니다.
조작의 전통을 잇는 종북사냥
다만 ‘간첩'은 북한과의 연계성, 그 명확한 활동목적을 증명해야 되는 내용들이 있고 유우성 사건처럼 조작된 증거가 폭로되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제 공안당국이 탈북자 간첩을 마음대로 규정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북한과의 연계성과 그 활동목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물고문, 전기고문을 동원했지만 지금은 그런 물리적 고문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다보니 보수진영은 까다로운 재판보다 간첩혐의를 정확히 '증명'할 필요가 없는 여론공세에 매력을 느낀 듯합니다. 지금까지는 공안당국이 '간첩'을 검거해 국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불신, 반감과 대결의식을 심어왔다면, 이제는 보수언론이 나서서 북한에 대한 반감과 대결의식을 심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종북공세'입니다. '종북'은 그 사람이 북한을 스스로 따른다는 뜻이므로 '간첩'과 달리 북한과의 연계를 입증할 필요도 없습니다. 북한의 주장과 유사한 부분이 하나라도 있으면 이를 전면화해 '종북'으로 몰면 그만입니다. 종편의 ‘종북공세’는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으며 이제는 '종북성향'이라는 말로 확대되어 광범위한 민주개혁진영을 노리고 있습니다.
'종북논란'은 그 명확한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 완벽한 '마녀사냥'의 경지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2014년 연말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은미-황선 통일토크 콘서트였습니다. 재미교포 신은미 선생은 북한을 8차례 여행하면서 느낀 방북기를 <오마이뉴스>에 소개하였는데요, 한국사회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와 통일부 제의로 영상을 찍고 문화체육부 시상을 받으며 뜨거운 언론인으로 관심과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돌연 2014년 11월의 통일토크콘서트가 끝나면서 신은미씨는 종편에 의해 대표적인 종북인사로 찍혔습니다. 신은미 씨는 행사장에서 “대동강 물이 맑다.”,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는 말을 했는데 종편은 이를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말로 둔갑시켰습니다(북한은 지상낙원’ 발언은 TV조선이 했다). 급기야 12월 1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며 신은미 씨의 통일콘서트를 종북으로 규정했습니다(박 대통령, 신은미씨 ‘토크콘서트’ 겨냥 ‘종북몰이’ 가세).
대통령의 종북규정이 내려지자 탄압은 더욱 활개쳤습니다. 신은미 씨는 체포 가능성이 거론되며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졌지만 그를 구속할 혐의가 있겠습니까? 결국 미국으로 추방되었습니다([취재파일] 신은미 씨를 꼭 강제추방 시켜야 했을까?). 엉뚱하게도 행사를 함께 진행하였던 희망정치연구포럼의 황선 대표가 구속되고 말았습니다('종북콘서트' 황선 구속적부심 기각). 황선 대표의 구속도 통일콘서트가 아니라 다른 행적을 문제삼은 것입니다. 그녀의 구속영장은 216쪽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통일토크콘서트 관련 내용은 4쪽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녀들의 통일콘서트는 종북콘서트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제 계량한복 입으면 위험인물인가?
종편의 ‘종북공세’는 2015년 3월 5일, 리퍼트 주한미대사가 피습을 당하자 또 한 번 가동되었습니다. 바로 대사를 피습한 김기종 씨에 대한 종북공세였습니다. 그는 리퍼트 대사를 피습하며 “전쟁반대”를 외쳤습니다. 이제 “전쟁반대”는 곧 “테러”세력이고 “종북인사”라는 등식만 횡행하였습니다([뉴스쇼 판] 김기종에 드리운 '종북세력' 그림자). 경찰은 김기종 씨를 체포하자마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미 대사를 피습이 북한의 보도내용과 유사하다는 것이 유일한 근거였습니다.
언론은 김기종 씨를 진보진영, 나아가 통합진보당과 연결지으려 했습니다. 오죽하면 김기종 씨가 2009년 용산참사 당시 민주노동당이 주최한 집회장에서 자유발언대에 올랐다는 내용을 보도하는가 하면 통합진보당이 가입했던 전력이 있는 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했다는 것을 보도합니다. 그가 통합진보당과 관계가 없더라도 기사에 “통합진보당”과 “김기종”이란 말이 함께 나오기만 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심지어 김기종 씨가 평소 계량한복을 입고 다녔다는 내용이 회자될 지경이니 개량한복 입는 사람들이 거리를 나서기 무안해질 지경입니다(김기종·강기갑…개량한복은 ‘과격한 민족주의자’?).
조작에 맛들이면 나라가 망한다
북한의 간첩과 종북인사는 미국과 우리 정부에게 절실합니다. 1명의 간첩이 나오면 남북관계가 정체된 책임을 모두 북한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습니다. 1명의 종북인사가 나오면 야권을 분열시켜 보수의 기득권을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공안당국은 70년대에는 두들겨 패서 간첩을 조작했고 2013년에는 공문서를 위조해 간첩을 조작했습니다.
간첩조작은 이렇게 또 영원히 이어질까요? 원래 세상은 이런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권의 간첩조작과 마녀사냥은 대한민국 체제를 뒤흔드는 심각한 요인입니다. 민심이 정권을 떠나 분노를 폭발시킬 뇌관이 되고 있습니다.
수 십 년을 이어오던 간첩조작이 이제 국가체제를 위협할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우리 정부가 민주정치, 법에 의한 법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에 경찰이 70년대처럼 시민을 때리다가는 직위해제는 물론이고 자칫 구속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 기자가 정부눈치를 보며 충성경쟁하는 기사를 양산하면 곧바로 ‘기레기’로 규정됩니다.
국민들의 인식은 이제 변했습니다. 사회전반에 국민들의 지적수준이 높아지고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어두운 독재의 터널을 벗어나 민주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입니다. 21세기에 빨갱이 사냥을 일삼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도 구타는 사라지고 금품수수와 뇌물도 더욱 깊숙이 은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북몰이, 종북마녀사냥만은 70년대에 비해 전해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위험한 것입니다. 종편의 종북 쌩쇼를 국민들이 과연 모두 믿는다고 보시나요? 거짓말이 길면 꼬리를 밟히는 법입니다.
87년 6월 항쟁은 박종철 열사를 물고문으로 죽인 경찰들이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왜곡한 끝에 이에 대한 양심선언이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공안기관의 종북 거짓말도 꼬리를 밟히면 87년 6월 항쟁을 능가할 소용돌이로 나라가 뒤집어집니다.
공안당국과 종편의 종북공세가 계속되면서 종북공세로 신세망친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이들의 종북공세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기본이요, 이제 박원순 서울시장에 문재인 대표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이제 종북공세의 꼬리가 밟히면 이들 모두가 들고 일어날 판입니다. 이제 국가정보원과 종편의 운명은 매우 위태롭습니다. 공권력의 정당성이 위태로워지는 것입니다.
정권은 왜 이렇게 위험천만한 종북몰이를 계속할까요? 종북몰이가 아니고서는 권력을 지탱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합니다. 자꾸 과도하고 지나치면, 그러다 정말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끝없는 종북논란은 사회시스템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극심한 남남갈등을 야기해 결국 나라를 망조에 이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urisociety.kr)에도 게재됐습니다.
곽동기 dkkwak7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