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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장관 대담, “박근혜 정부는 왜 5.24조치를 못 푸는가”

기사승인 2014.05.23  15: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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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맘이 간다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인터뷰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을 앞둔 지난 2월 9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역임했던 정세현 원광대 총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1977년 국토통일원을 시작으로 줄곧 정부기관에서 통일 관련 업무에 종사해왔던 정 총장은 박정희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및 남북관계 흐름에 대해 이론적으로뿐만 아니라 현장실무를 두루 경험한 바 있는 통일문제 전문가이다.

-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나고 있는데, 남북관계에 있어서 이명박 정부와 별 다른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 1년간 남북관계와 우리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간략히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후보 시절부터 ‘한반도신뢰프로세스’ 구축을 통일정책으로 내세우며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관계는 이전 정부보다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봅니다. 우선 남북 교역량만 보더라도 현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이전 정부에서는 남북협력기금 집행이나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을 탄력적으로 운용했다면 박근혜 정부에 와서는 경색되었던 남북관계에 별 다른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은 채 악화되었습니다. 물론 취임을 앞두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는 등 정책을 펼치기도 전에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만,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봅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박근혜 정부를 향해 5.24조치의 조속한 해제만이 남북관계 개선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계간 통일코리아

- 그런데 2014년에 들어 남북관계 및 통일과 관련된 담론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1. 6)과 다보스포럼(1. 22)에서 ‘통일대박론’을 주장했고, 북한도 신년사에 이어 국방위원회 성명(1. 16)에서도 비방 중지 등 ‘중대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조선일보는 연초부터 통일에 대한 기획물을 대대적으로 싣고 있기도 한데, 이러한 움직임을 김일성 사후, 김정일 사후에 등장했던 ‘북한붕괴론’처럼 장성택 처형 이후 다시 등장한 ‘북한붕괴론’으로 볼 수 있는지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십니까?
“우선 분단국가의 대통령으로서 헌법규정에도 있듯이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마땅합니다. 지난 정부 때부터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일각에서는 통일무용론까지도 확산되는 가운데 대통령이 나서서 통일대박론을 언급한 것은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 그 자체로는 틀린 말이 아니지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맥락에서 언급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난 연말 국정원 원장이 언급했다는 ‘2015년 통일설’이나 말씀하신 특정 일간지가 대대적인 통일기획기사를 내보내는 가운데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뜬금없이 던져지다 보니 진정성에 의구심이 생기는 겁니다.

“뜬금없는 통일대박론...진정성을 보여야”
1994년 김영삼 정부 당시에도 북한 붕괴론에 이은 흡수통일론이 우리 사회에서 크게 회자된 적이 있는데 독일 통일을 지켜보면서 통일비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정부출연 연구소나 민간 연구소들은 다양한 산법으로 통일비용 전망치들을 내놓기도 했지요. 당시 통일비용에 대한 천문학적 수치가 제시되면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부담감을 높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1990년대 통일비용 계산에 있어서는 분단비용이나 통일편익 등을 고려한 통합적인 접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에서는 흡수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통일비용에 대한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었지요. 올 해 나온 통일대박론은 그런 면에서 통일에 대한 편익을 고려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까지 흘러나오면서 급작스러운 흡수통일이 가시화되는 것처럼 언급되는 것은 통일문제가 다시금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합니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2014. 1. 15)에서 안보와 북한인권 등을 좀 더 강조하는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 ‘신햇볕정책론’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 동안 오랫동안 보류되어 온 북한인권법에 대한 대안으로 대북지원을 강조한 ‘북한인권민생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신햇볕정책, 북한인권법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우선 햇볕정책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햇볕정책이야 말로 안보를 전제로 할 때에만 가능한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오랜 정치생활 속에서 누구보다도 거칠게 이념적 공격을 당했던 분입니다. 실제로 안보문제를 희생하거나 포기했다면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김대중 정부 당시 대북정책을 펼치면서 국방예산을 줄이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직업군인들 복지에서부터 군 장비 구입에 이르기까지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정책을 평가한다면 Peace Keeping 차원의 안보냐 Peace Making 차원의 안보냐를 따져봐야 되겠지요. 다시 말해 분단구조를 유지하면서 소극적으로 전쟁 발발을 억제하는 데에 역점을 둔 정책이었는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분단구조 개선과 평화 실현을 위한 정책이었는지 기준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이 두 가지 측면은 한반도 평화 실현 혹은 안보유지를 위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경우에 따라 투 트랙(Two-Track) 접근법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남북협상을 진행하면서 실무자들 선에서는 자주 언급되는 사항입니다. 공식 성명으로 채택하질 않아서 그렇지 햇볕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한데, 제 경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분명히 언급하곤 했습니다. 정책 초창기 햇볕정책을 북측에 이해시킬 때 오히려 그들이 방어적이 되곤 했습니다. 동독의 경우 헬싱키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인권문제가 거론되었는데 결국 동독 정권이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되었기 때문에 햇볕정책이 말 그대로 선심 쓰는 듯하다가 무장해제시키려는 게 아니냐며 무척 경계했습니다. 그렇지 않고 우리나 북측이나 서로 따뜻하게 잘 대해주자, 우리가 비료 등 필요한 물자를 보내주면 북측에서도 이산가족 상봉 등 상호주의(호상주의) 원칙에 따라 잘 해주면 좋겠지 않겠는가 하는 취지라고 설명해야 했습니다. 북측은 독일통일을 지켜보며 흡수통일에 대한 심각한 공포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햇볕정책에 대한 경계심은 2000년 정상회담 이후에야 비로소 풀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인권법 제정과 관련해서도 유럽연합 사례 참고할 만...여당은 무조건 북한을 압박하면 된다는 식의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고, 야당은 무조건 북한을 지원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입장도 재점검해야 해야”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이나 유엔에서 북한인권법안과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키며 공개적으로 압박하니 체제 전복 음모라고 크게 반발만 사지 않았습니까? 더구나 미국이 북한인권법 제정 당시 인권문제를 정권의 부도덕성과 핵문제와 연계시키자, 북한 당국은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만 받아들였습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그들이 국제적 망신주기 방식으로는 결코 쉽게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정치범 수용소 문제 등 북한인권문제는 교류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되어야 그 신뢰를 바탕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해 개별적 사안을 독립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보면 오산인 것이지요.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윤은주 박사 ⓒ계간 통일코리아

북한인권법 제정과 관련해서도 유럽연합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고 봅니다. 헬싱키 프로세스 사례에서처럼 경제, 기술, 과학 등 개발지원을 하면서 인권문제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여당은 무조건 북한을 압박하면 된다는 식의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고, 야당은 무조건 북한을 지원하면 좋아질 수 있다는 입장도 재점검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이 삐라단체 지원법이라거나 민주당 북한인권민생법이 퍼주기법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과거 정책들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햇볕정책이 안보나 인권문제를 소홀히 한 것처럼 여기는 것은 잘못입니다. 민감한 인권문제를 똑바로 지적하려면 그 만큼 먼저 신뢰를 쌓아야 하지 않겠어요? 또한 남북대화 현장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언급한다고 해서 협상에 크게 지장을 받는 것도 아니란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지난해 개성공단 정상화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논의가 이루어지다가 중단되었습니다. 다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는데, 향후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 남북간의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남한과 북한이 각각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5·24조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었지요. 천안함 사건으로 우리 측 희생이 컸고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도 안쓰럽게 생각하며 애도를 표합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돌이켜보면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정부가 언론을 통해 북한의 호전성과 공격성을 부각시키다 보니 5·24조치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여론이 조성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한이 못된 짓을 한 걸로 치면 어디 그것뿐입니까? 일례로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을 타깃으로 한 아웅산 묘지 폭파 사건은 외교사절 포함 17명이 희생되었던 초유의 사건이었습니다. 국제적 이목이 천안함 때보다 더 많이 집중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격이 가해진 심각한 사건이었지요. 보복성 공격을 한다면 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국은 군사적 개입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를 말렸습니다. 북한도 처음에는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할 뿐만 아니라, 우리 측 자작극이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 6개월쯤 지난 시점에서 84년 LA 올림픽을 앞두고 단일팀 구성을 위한 체육 회담을 하자고 나섭니다. 선수단 최종 엔트리 마감을 며칠 남겨 두지 않은 때라 진정성에 문제가 있었지요. 당시 남북대화운영부장이었던 저를 포함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대화가 좋은 거라지만 회담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회담제의를 받아들이게 되면 아웅산 묘지 폭파 사건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격이 되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웬일인지 청와대 지시가 내려와 이 회담을 받게 되었습니다. 세 차례 회담이 이루어졌지만 단일팀 구성은 물론 이루어지지 않았죠. 이후 남한에 대홍수가 나면서 북측이 수해물자 지원을 제안해오자 이 또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경제회담이 이어지고 국회회담에 이어 1989년 수차례 고위급회담이 진행된 이후 1990년 남북총리회담이 열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다르다. 5·24조치를 풀지 못하면 한반도신뢰프로세스도 시작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때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취해진 5·24 조치는 이제 4년이 되어갑니다. ‘비핵개방 3000’과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차별적 대북정책을 주장해온 박근혜 정부가 왜 발이 묶인 채 있는지 궁금합니다. 5·24조치를 풀지 못하면 한반도신뢰프로세스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 자신이 2005년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한 경험이 있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열린 자세를 갖고 있을 것이라 봅니다. 북한은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거나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할 처지가 못 됩니다. 막혀 있는 것을 풀고 이끌어가는 것은 우리가 해야지요. 북한은 다만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를 조성하지 말고 선선하게 나오면 족합니다. 한반도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을 막고 안보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의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박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했지만, 아직 북핵문제 해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북한은 핵을 자위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과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과 관련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먼저 보이라며 6자회담이 표류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8년 12월 수석대표회담을 마지막으로 6년이 되고 있는데 그동안 북한은 핵능력을 강화시키면 시켰지 개발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을 벌어 준 결과가 되었지요. 북한의 핵능력이 계속 커지면 미국도 지금처럼 북한의 선 행동을 요구하면서 이른바 국제연대방식으로 압박만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북한의 전략이 그겁니다. 솔직히 미국은 북한이 핵 몇 개 더 가진다 해도 위협이 안돼요. 한반도 주변 해역에 항공모함이 여러 개 떠 있는 상태에서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에게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북한의 핵 보유는 다른 문제입니다. 한가하게 북한의 태도 변화, 진정성 입증 등을 요구하며 시간만 끌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지요. 동맹국으로서 미국에게도 북핵능력 개발 저지를 위해 국제공조를 더 적극적으로 해달라는 요청을 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북핵 포기에 대한 주변국들과 우리 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5·24조치를 해제하고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가동시켜 화해협력 분위기를 조성한 뒤, 핵협상의 진정성 요구는 협상테이블에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정부에 대한 이러한 요구는 사실 민주당에서 진작 나왔어야 했어요. 정부나 새누리당이 움직일 수 있도록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하며 제일 야당으로서 역할을 했어야 합니다.”

-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남과 북이 이미 합의한 2차례의 정상회담 합의를 존중하라고 합니다. 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부터 역대 정부의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요구해 놓은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통해 한꺼번에 풀 수는 없다고 봅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5·24조치를 풀고,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금강산 관광도 재개하고, 개성공단도 더욱 활성화시키면서 고위급회담과 정상회담 순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2000년 정상회담 때에도 김대중 정부 들어 1998년 4월 차관급 회담 등이 선행되었었고, 회담을 통해 햇볕정책의 진정성이 읽혀지니 북한이 정상회담을 받은 것입니다.

“계간 통일코리아가 국회나 정부에 통일정책 강하게 제기하는 역할 해야”
- 마지막으로 결국 통일은 남북한 주민들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와 관련, 특별히 강조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지요? 그리고 계간지 통일코리아의 창간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통일은 기본적으로 민심이 통해야만 되는 겁니다. 자유민주주의체제로건 사회주의체제로건 남북의 민심이 연결되지 않은 조건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남북 분단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초래된 것입니다. 미국과 소련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에 들어왔고 그 때문에 6자 회담국이 된 것이지요. 중국과 일본을 포함해서 네 나라들은 적극적으로 남북 통일을 시켜 줄 이유가 없습니다. 즉, 한반도를 둘러싼 이들의 국가적 이해관계가 통일의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이 이루어지려면 구심력이 커져야 합니다. 남북의 지속적인 화해협력을 통해 민심이 연결되면서 정치적으로 더 이상 적대를 해서는 안 되겠다, 경제적으로도 두 개의 국가로 지내는 게 불편하다 하는 등의 국민적 공감대가 모아져야 하는 거지요. 인류 역사가 경제제도는 자본주의로,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로 발전하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방향입니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 사회주의국가들이 이미 실험을 거쳐 온 것이 아닙니까? 정부가 통일의 구심력을 키우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국민들도 그렇게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서도 분명히 나타내야 합니다. 통일정책에 대한 토론이 이슈화되고 보수와 진보 이념논쟁을 초월해서 민족의 역량을 키워갈 방향이 무엇인지 국민들 스스로 찾아가야 합니다. 또한 선거 이후에는 시민사회가 정부에 대해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 나가야겠지요. 북한에서는 그런 일들이 불가능합니다. 아래로부터의 역량이 없지요. 새롭게 창간되는 계간지 통일코리아가 말 그대로 통일된 코리아를 만들어 가기 위해 국민들의 식견이 높아지도록 계몽하고, 국회나 정부에 대해서도 정책적 의지를 분명히 하도록 강하게 요구하는 역할을 잘 해주시기 바랍니다.”

윤은주/ 이화여대 북한학 박사

* 지면관계상 정세현 총장님의 통일관련 대담을 다 옮기지 못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은『정세현의 통일토크-남북관계현장 30년: 이론과 실제』(2013, 서해문집)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편집자 주

윤은주 ejwarrio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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