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3월 13일 이래로 지금까지 ‘자유의 방패’라는 이름 아래 한미연합훈련이 장기간 실시되고 있다. 2018년 9월 19일 남북군사합의 이후 대대급 이하로 실시되었던 훈련이 지난해에는 연대급으로 격상되었고, 올해는 전구급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올해 훈련의 특징은 방어훈련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평양을 점령하는 훈련과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 등 명백한 공격훈련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대북선제타격을 운운해 온 현 정부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는 전날 12일에 “전쟁 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을 토의하고 결정했다.”는 보도에 이어 함경남도 남포 해상 잠수함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 16일에는 평양시 순안구역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 1발을, 19일에는 동해 상공 800m에서 핵탄두를 폭파하는 핵타격모의 전술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하며 훈련했다. 22일에는 순항미사일을 동해상으로 4발 발사했고, 한미연합훈련에 항의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자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대규모 청년학생 집회를 개최했다. 또한 3월 25일에서 27일 사이에는 강원도 원산시에서 수중 드론 1발을, 27일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그동안 북한은 미사일 관련해서 실험발사라고 하던 것을 이번에는 훈련이라는 말로 확실하게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남북은 군사적 관계에 있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악순환의 강대강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가의 안위와 평화를 위해서 실시한다는 한미연합훈련이 오히려 그 목적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대립과 긴장과 갈등이 점점 고조되면, 의도치 않은 군사적 충돌을 벌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나아가 전쟁으로 비화되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형국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지난 70년 동안 이런 정세를 일상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인지 전쟁에 대해서 초연한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외국의 언론과 해외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전쟁위험’을 말하며 긴장하고 있다.
동서독의 통일을 이끈 독일개신교회협의회는 1981년 10월 발표한 평화사회백서에서 진정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 원수사랑을 강조한 바 있다. 원수사랑은 적대자에게 굴복하는 것도 아니고, 그에게 알랑거리는 것도 아니다. 적대자를 희망과 공포, 공격성에 의해 움직이는 죄 있는 한 인간으로 승인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이상화하지도 않고, 적대자를 악마화하지도 않는 것이다. 자기 안에서 적대자를, 적대자 안에서 자기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다. 자기는 적대자를 괴롭히지 않는데, 적대자는 자기를 괴롭히고, 자기는 세계평화를 원하는데, 적대자는 전쟁을 원하고, 아군의 전투력은 방어용인데, 적대자의 전투력은 공격용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거부하는 것이다.
원수사랑은 적대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적대자를 왜곡하는 편견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적대자를 공동의 풍성한 삶을 만들기 위한 동반자로서 보는 것이다. 적대자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구원의 대상이자, 자기가 사랑해야 할 이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적대자가 아직은 기독교인이 아닐지라도 자기가 먼저 하나님의 용서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이제는 자기가 먼저 적대자를 용서하고 서로 화해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수사랑은 인격적인 영역을 지나서 정치적인 영역까지 확장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될 때마다, 그 훈련이 언제라도 실제 공격작전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두려워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경쟁으로 남한과 미국을 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기 보호를 위하여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과 일본이 군사적 관계를 강화하며 한미일 동맹을 완성하려고 할 때, 북한은 자구책으로 중국, 러시아와 군사적 관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신냉전의 도래 하에 한반도의 평화가 산산이 깨지는 방향으로 갈 것임을 예상해야 한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은 위기의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 역지사지의 지성적인 원수사랑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이 글은 CBS 논평을 수정한 것임)
정종훈/ 연세대 교수, 평화통일연대 공동대표
정종훈 chjeong59@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