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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을 위한 2022년 한반도 정세 회고

기사승인 2022.12.19  10: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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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재단 현안진단 제295호

북한의 무모한 정면돌파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2019년 4월 12일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시정연설을 통해 그 해 연말까지를 북·미 대화 협상시한으로 정하고, 미국과의 장기전을 예고했다. 6.30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자 북한은 같은 해 12월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정면돌파전을 선택했다.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북·미 간의 문제가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이라 규정하고, 정면돌파전의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며 “강력한 정치외교적, 군사적으로 담보”된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자력갱생형 경제발전을 정면돌파전의 핵심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국방력 강화에 주력했다.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잠잠하던 북한은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직후인 2019년 5월 탄도미사일 KN-23 발사를 시작으로 KN-24, KN-25 등 각종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나섰으며, 10월 2일에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 북한은 2021년과 2022년에도 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의 발사를 지속했으며, 특히 2022년 3월 24일에는 김정은 위원장 참관 하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7형을 발사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자발적 모라토리엄을 공식 파기했다. 북한은 2022년 11월 18일에도 화성-17형을 발사했으며, 북한 매체는 이를 최종시험의 완전 대성공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 핵교리(Nuclear Doctrine)의 변화이다. 북한은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를 개최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 법령을 채택했다. 동 법령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조건을 매우 광범위하고 추상적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핵 선제공격을 명문화했으며, 사용대상도 미국을 넘어 남한을 포함해 불특정 다수로 확장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2022년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 운용부대를 시찰하고 남한의 항구, 비행장, 주요시설에 대한 모의 핵공격을 현지지도 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2022년 11월 24일 담화를 내고 문재인 정부 시기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였다”며 1994년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소환했다. 1994년과 다른 점은 북한이 사실상 남한 전역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9월 한·미 연합훈련 시기에 맞춘 김 위원장의 인민군 전술핵 운용부대 시찰을 시발점으로 북한은 한·미의 군사동향과 외교안보적 행보에 대해 고강도의 무력시위로 맞대응을 해오고 있다. 북한은 10월 4일 일본열도를 넘는 사거리 4,500㎞의 화성-12형을 발사했으며, 이는 북한 탄도미사일로는 최장거리를 기록했다. 북한은 11월 2일 정전협정 이후 최초로 NLL 이남 속초 앞 57㎞ 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11월 4일 인민군 항공대 180여기(북한 측 주장 500여기)를 출격시켰다.

북한은 12월 5일과 6일에도 한·미의 철원 포병 훈련에 대응해 이틀 연속 동·서해 완충구역에 포사격을 감행해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한·미와 한·미·일 동해 연합해군훈련, 비질런트스톰 한·미 연합공군훈련, 호국훈련에 대한 맞대응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과거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기간 중 또는 미국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상황에서는 무력시위를 자제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재래식 전력의 현격한 열세가 원인이었다. 그러나 2022년 9월 이후 북한의 무력시위는 매우 공격적이며 즉각 반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 이는 핵무기에 대한 자신감에 기반을 둔 핵 지렛대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경제분야의 정면돌파전은 여전히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대회를 개최하고 자력갱생노선에 입각한 국가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수립했지만 2022년에도 경제난은 악화일로의 길을 걸었으며, 특히 식량부족 상황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북·중, 북·러 교역 재개로 수입이 증가하는 반면 수출 분야에서는 뚜렷한 증가세가 관측되지 않는데, 이는 대북제재 및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국경봉쇄 후유증의 결과로 보인다. 특히 교역과 밀수가 그동안 장기간 중단됨으로써 장마당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주민들의 생활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해법 빠진 ‘담대한 구상’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상당부분 차이가 있다. 우선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구성에서 통일을 뺀 ‘외교안보분과’를 구성함으로써 북한·통일문제에 대한 비중을 낮추었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 담당 국정과제는 5개인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2개로 대폭 축소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의 발전을 지향하는 반면 윤석열 정부의 경우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기존의 남북관계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22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과 아울러 “통일부는 헌법 제3조와 제4조를 실현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부처”라는 점을 강조했다. 헌법 3조와 4조에 따르면 북한의 실체는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서해공무원 피살사건과 북한 어민 송환사건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며 사법처리의 수순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외정책에서 한·미동맹을 핵심동력으로 삼는 토대 위에서 국제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2022년 5월 21일 한·미는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한·미동맹을 군사동맹에서 가치동맹, 경제기술동맹, 그리고 글로벌동맹으로 확장하기로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는 한·일 군사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2022년 9월 30일 동해에서 한·미·일 연합대잠훈련을 실시했으며, 11월 6일에는 일본해상자위대 주관 관함식에도 참석했다. 관함식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된 욱일기를 단 함정에 한국 해군이 경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부에서 국제적인 관례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한·일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국민정서와 괴리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반복 언급하고 공산세력과의 투쟁을 강조한 이후 북한에 대해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헌법상 남북관계는 특수관계에 해당하지만 북한은 국제법적으로는 유엔에 가입한 국가에 해당한다. 특수관계이면서도 동시에 북한이라는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의 진정성을 북한이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대해 군사적 억제와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해서도 강경한 군사적 대응을 이어왔다. 이로 인해 2022년 하반기의 한반도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한반도의 긴장해소를 위한 윤석열 정부의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공식·비공식 채널 모두 가동된 징후가 없으며, 최근 대통령실도 이를 확인했다.

 

후 순위로 밀린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바이든 정부에서 북한문제의 우선순위는 후 순위로 밀렸으며, 이는 여러 복합요인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코로나19 사태의 후유증 극복 문제의 해결에 전력을 기울여야 했다. 특히 경제문제는 미국의 중간선거 및 대통령선거의 핵심 변수라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는 2022년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경제위기로 인한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바이든 정부는 대통령 선거 과정 및 출범 이전부터 중국을 제1의 위협으로 상정하고 트럼프 정부의 정책 중 유일하게 대중 압박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바이든 정부에서 인도·태평양경제협력체(IPEF)와 반도체동맹인 칩4 등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양안관계에 대해서도 공세적인 친 대만정책을 펼치고 있다. 2022년 8월 미국 권력 3위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방문은 양안관계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또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대응은 미국 외교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했다. 전통적으로 유럽은 미국 외교안보의 핵심공간이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경우 이로 인한 후과를 미국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2021년 4월 말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마치고 조정된 실용적 접근(a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발표했다. 조정된 실용적 접근의 핵심은 2021년 4월 28일 첫 의회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동맹(with allies), 외교(diplomacy), 강한 억지(stern deterrence)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트럼프 정부 시기 훼손된 동맹관계를 복원하는 데 주력했으며, 한·미동맹의 진화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의 수준을 과거에 비해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전략자산을 신속하게 한반도에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2022년 11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는 정보공유, 위기 시 협의, 공동기획, 공동실행 등 확장억제의 수준을 제고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의 외교적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 재검토 이후 북한에 대해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반복했지만 북·미 간 고위급 접촉은 물론 그 어떤 실무접촉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바이든 정부는 단거리 발사체를 중심으로 하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지 못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등 유엔 안보리의 무력화로 북한에 대해 효과적인 추가 제재를 부과하지도 못했다. 바이든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을 막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3월부터 북한의 추가 핵실험설이 나돌기 시작했지만 그 원천은 대부분 미국이었다. 추가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북한 핵문제가 다시 이슈화되고 미국의 외교안보적 당면과제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차원의 추가 핵실험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추가 핵실험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이 실전 배치한 KN-23, KN-24 등 단거리 미사일에 장착하기 위한 핵탄두의 생산을 늘리는 일이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의 동향보다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HEU) 등 핵물질을 생산하는 영변 핵시설과 강선 등의 동향이 한반도에 더 위협적인 이유이다.

한반도 전역에 대한 북한 핵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는 자신들의 안보이익을 관철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미국은 성주 사드 포대의 정상화, 원격발사 및 패트리어트 체계와의 통합 등 미사일 방어능력을 획기적으로 고양시켰다. 미국은 미국 본토, 인도·태평양 사령부, 중부사령부에 이어 주한미군에도 우주군을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2022년 12월 14일 출범식을 거행했다. 주한미군 우주군은 북핵 대응에 효과적인 동시에 미국 미사일 방어망(MD)과 연계될 소지도 있다. 이 같은 미국의 군사동향은 북핵 대응은 물론 중국의 안보에도 일정한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계묘년 한반도문제 해결의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경제난과 식량난 속에서 북한이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되는 핵무기의 개발과 유지를 지속하는 것은 근본적 딜레마이다. 국방력 강화와 사회통제만으로 민심을 달랠 수 없다는 사실을 김정은 정권이 깨달을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강경한 대북정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강대강 남북대치 국면 해소의 출구는 찾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를 향한 북한의 전술핵 위협은 날로 고도화하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안보인지를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능력을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북한의 ICBM 기술력은 증대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북한 핵보유의 기정사실화는 국제 핵질서의 동요와 핵 도미노를 자극할 수 있다. 이미 한국 내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소련 체제 붕괴 이후 30여 년간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미국과 나토는 동일한 문제를 두고 상이한 안보적 이해관계로 충돌해왔으며, 결국 전쟁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막지 못했다. 한반도에서도 30여 년간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남·북·미가 이견을 보이고 있으며, 해결의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현 상황은 어느 쪽에도 이롭지 않으며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현실을 직시할 일이다. 한·미와 북한 간 강대강 대치국면 속에서 북한의 핵능력은 날로 고도화하고 있으며, 남북 간 군사적 대치의 장기화는 우발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북한은 핵능력 고도화라는 위험한 선택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한·미는 대화의 장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로 적대하는 양측 간에는 대화가 시혜가 아니며 카드도 될 수 없다.

2017년 하반기 한반도 위기가 2018년 극적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전환된 바 있다는 점을 상기할 일이다. 2018년 남·북·미 간에 비핵화 목표에는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에서의 합의 도출에는 실패한 바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의 복합성과 장기성을 고려할 때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방식의 합의가 사실상 유일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북핵 문제 해결의 입구를 형성해야 하며, 이를 위한 창의적이고도 담대한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3년을 다시 위험하기 그지없는 한반도 정세의 악화와 긴장고조로 맞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평화재단 hyeonan@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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