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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 환경에 맞춰 진화하는 한·미동맹

기사승인 2022.05.24  1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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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재단 현안진단 제292호

업그레이드된 한·미동맹의 실행방안을 제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났다. 1년 전 같은 날 워싱턴에서 개최된 회담이 서울에서 마무리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에 개최된 1년 전의 회담은 한·미동맹의 범위가 ‘한반도 안보’의 단일 이슈에서 ‘글로벌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으로 진화, 확대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1일 만에 개최된 이번 회담 시점의 국내외 환경은 한국의 정권교체, 북한의 핵-미사일 무력을 이용한 대남 직접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지난해에 비해 달라졌다. 한·미 정상은 1년 전의 합의를 재확인하며 구체적 실행계획을 숙의했고, 변화된 환경에 맞춘 상호 협력 방향의 전환에 합의했다.

회담 직후 발표된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구체적 실행계획과 변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며,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 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지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잠재적 핵위협, 남한에 대한 핵선제공격 언급 등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창은 열려있고, 코로나 확산 대응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 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북한에 대한 한·미의 대응 방식이 전환됐음을 확인했다.

둘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번영과 공동 안보, 집단 이익의 수호에 핵심적인 경제안보 협력의 심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미의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양 정부간 경제안보대화를 출범하기로 했다. 또한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등 주요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력과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장관급 공급망 및 산업대화를 설치하기로 했다.

셋째, 원자력은 에너지 안보의 안정성 확보 및 탄소제로 전력의 필수 부문임을 확인하고, 한·미 원전기술의 이전 및 수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와 함께 사용 후 핵연료 관리, 원자력 수출 진흥, 연료 공급 확보 및 핵안보를 위한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원자력 고위급위원회를 활용하기로 했다.

넷째, 지난해 우주 탐사 협력에 관한 행동규범인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에 참여한 한국의 공약을 토대로 우주협력의 전 분야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제3차 한·미 민간우주대화를 올해 말까지 개최하는 한편, 양자 우주정책대화를 포함하여 국방우주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섯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글로벌 보건안보에 대응하여 한국이 올해 가을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장관급 회의를 개최하고 글로벌보건안보 조정사무소를 서울에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미국이 환영했다. 또한 한국과 미국은 젠더 기반 온라인 희롱 및 학대에 대한 행동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창립 멤버로 참여하는 한편 개방형 무선 접속망 접근법을 사용하여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안전한 5G 및 6G 네트워크 장비와 구조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제 공급망 재편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 IPEF)에 한국도 참여하기로 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대 대통령실 제공

 

경제안보시대의 본격화와 전략적 명확성

이번 회담에서 두드러진 내용은 경제안보 시대가 본격화됨을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방문 장소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택했고, 삼성전자의 대규모 미국 투자에 감사를 표했다. 이와 별도로 현대자동차도 바이든 대통령 방한기간 105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해 사의를 받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세계경제의 공급망에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남중국해를 필두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항행자유 문제가 불거지며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격해지고 있는 와중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기름을 붓고 있다.

20세기 말 탈냉전과 함께 수십 년 동안 세계경제의 공급망은 하나로 연결됐지만, 지금은 빠른 속도로 분리되고 있다. 에너지를 비롯하여 식량, 광물자원, 금융 분야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시장분할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 냉전시절과는 달리, 서로 융합되었던 시장이 분할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통과 불안정성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산업분야의 가장 핵심 요소는 바로 반도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의 70%를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없이는 현재 및 미래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1순위로 방문한 이유이다.

모든 경제 문제는 안보와 직결된다. 원자력 및 우주협력과 북핵 대응, 인터넷을 비롯한 개방적 인터넷 협력과 금융 및 사이버 안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식량 및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와 전기차를 비롯한 청정산업의 발전 등등 무엇 하나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산 공군기지의 지하벙커를 찾아 한·미 연합방위 능력을 과시한 것도 한국의 전략적 명확성과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은 협의의 경제안보 개념을 넘어서 광범위한 경제안보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한미 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과 맥락이 같다. 미-중 충돌에 따른 시장분할 과정에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며 이를 지키기 위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종래 한반도 문제에만 국한됐던 안보의 개념이 글로벌 개념으로 확장됐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했다고 즐거워하기에는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 또한 막중해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는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전략적 명확성을 확인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해 가는 공급망에 적극 참여하기로 하는 한편,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도 천명했다. 사실 1년 전 워싱턴에서 개최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이미 방향을 전환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했던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이다. 지정학, 지경학적 환경을 감안할 때 한국이 전략적 명확성으로 전환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단이었음을 아는 것이다. 따져보면 한·미동맹은 망가진 적도 붕괴된 적도 없으며 단지 진화를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예상되는 위험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중국과 북한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았을 것이다. 중국과 북한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어느 정도 예상은 했겠지만, 남중국해, 대만해협을 거쳐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선이 형성되고 있음을 목도하고,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한국에 대해 강경한 대응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미국이 대중 압박에 한국을 활용한다고 보고 한반도에서 중국을 위협하는 한·미 군사동맹 활동에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일 것이며, 25%에 달하는 한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이용하여 다방면의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킬 것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이용한 군사적 도발 수위를 높이는 한편, 남북관계의 냉각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경제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해질 것이며,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에 올인하는 데 그치지 말고 중국, 북한발 위험요소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신냉전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과는 정부 및 민간 차원의 대화 채널을 다양화하여 상호 교류와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중국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비록 한국이 전략적 명확성을 천명했지만, 글로벌 협력의 범주에 중국과의 협력도 중요한 비중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된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획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원론적 언급에서 벗어나 실제적으로 획기적 지원책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남북 간의 대화재개를 적극 모색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지원 용의를 밝히고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지만, 북한의 반응이 없더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공식, 비공식 루트를 통해 코로나 방역지원에 나서야 한다. 북한이 지원을 받는 중국을 비롯한 제3국 지원방식을 통해서라도 시급한 코로나 방역 지원을 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공동 지원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예상되는 위험은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이 이미 시작되었을 때는 위험 관리의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 과거 사례의 교훈이며 앞으로도 이 교훈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평화재단 hyeonan@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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